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 및 살해 사태로 이슬람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탈레반이 이슬람 원리주의를 표방하는 이슬람 무장단체이기 때문이다.
`한손에는 꾸란(이슬람 경전), 한손에는 칼`이라는 말이 함축하듯 이슬람은 무자비한 폭력적 종교라는 것이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슬람 신자들이 들으면 펄쩍 뛸 소리다. 그들이 보기에는 이슬람처럼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도 드물다. `꾸란과 칼`이 아니라 `꾸란과 평화`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이슬람이 과연 어떤 종교인지 살펴보자.
▨이슬람과 그리스도교
7세기 아라비아 반도의 무함마드가 창시한 이슬람은 유다교, 그리스도교와 같이 지극히 거룩한 유일신(아랍어로 `알라`)을 믿는 계시종교이다. 더불어 그리스도교와 가장 많은 믿음을 공유한 종교이기도 하다.
두 종교가 공유한 믿음은 아브라함과 인류의 조상 아담, 그리고 그를 창조한 하느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밖에도 성모 마리아의 동정 잉태, 최후의 심판, 천국과 지옥, 천사와 악마 등에 대한 믿음도 두 종교가 함께하는 것이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사촌지간이나 다름 없는 두 종교는 그다지 화목하지 못했다. 가장 큰 원인은 신학적 견해 차이였다. 이슬람은 그리스도교 핵심 교리인 `삼위일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슬람 신자들에게 `한 분이신 하느님 안에 성부ㆍ성자ㆍ성령 3위가 계시다`는 교리는 하느님 유일성에 위배되는 가르침이다.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교리도 마찬가지다. 갖가지 이적의 주인공이긴 하지만 예수 역시 아브라함이나 모세ㆍ무함마드와 같은 `하느님의 예언자`일 뿐이다.
그리스도교 역시 구원사의 주역이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라 최후의 예언자인 무함마드를 통해 이슬람에게 주어졌다는 이슬람 교리를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이슬람과 평화
`순종, 평화`라는 뜻을 지닌 이슬람은 강제 개종을 엄격하게 금하는 평화의 종교다. 강제 개종은 신학적으로나 제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슬람이 수많은 민족을 아우르며 찬란한 문명을 꽃피우는 세계 종교로 성장하기까지는 신앙의 자유를 허용하면서 다른 문화를 포용하는 너그러움이 배경이 됐다. 꾸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종교에는 강요가 없나니 진리는 암흑 속에서부터 구별되니라"(2:256).
"너희들에게는 너희들의 종교가 있고, 나에게는 나의 종교가 있다"(109:6).
"지혜와 아름다운 설교로 모두를 하느님의 길로 인도하되 가장 훌륭한 방법으로 그들을 맞으라"(16:125).
"주님의 뜻이 있었다면 지상에 있는 그들 모두가 믿음을 가졌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대는 강요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믿게 하려하느뇨. 어느 누구도 하느님의 뜻이 아니고는 믿지 않으며"(10:99-100).
이처럼 이슬람은 이미 그들의 경전인 꾸란에서부터 종교의 자유와 다른 종교를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지혜와 아름다운 설교로써 사람들을 설득시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한손에는 꾸란, 한손에는 칼`은 왜곡된 선입견의 전형인 셈이다.
▨극단적 이슬람 원리주의
그렇다면 9ㆍ11 테러와 이번 아프간 인질 납치와 같은 폭력사태가 왜 이슬람 신자들에 의해 일어나는가.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점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일반적 이슬람 신자들과 극소수의 극단적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원리주의자들은 이슬람이 오랜 세월 전해져 내려오는 동안 그리스도교를 비롯한 외부 문명의 영향으로 이슬람 사회가 심하게 타락했다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다른 종교와 사상, 체제를 배격하고 꾸란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 문제는 자신들의 종교적 이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테러나 무장투쟁과 같은 폭력을 스스럼 없이 사용한다는 점이다.
외부 문명에 배타적인 이들은 종교를 저항의 중심 이데올로기로 내세움으로써 이슬람과 반(反) 이슬람 구도로 몰아가고, 목적 달성을 위해 꾸란을 자기 편의대로 왜곡하는 경향이 심하다. 이슬람 문화나 종교, 국가에 대한 간섭에 대해 `성전`이라는 명분으로 대항하는 만큼 신념 또한 강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어떤 종교에도 교조적 원칙을 내세우는 원리주의는 있었으며, 지금까지 인류 문명에 숱한 해악을 끼쳐왔다. 그와 같은 극단주의를 그 종교의 일반적 모습으로 평가하는 것 만큼 억울한 일도 없다. 절대 다수의 이슬람 신자들은 탈레반에게 잡혀있는 한국인 인질들이 무사히 풀려나오기를 바라며 같이 기도해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남정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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