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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여읜 슬픔이 강물처럼 제 가슴을 휩쓸고 있습니다만, 어머니께서 원하신 하늘나라 성부의 품에 안겨 쉬고 계시다는 안도의 마음에 위로를 받습니다. 이제는 성삼위 안에서, 성모님과 함께 저희를 굽어보고 계시며 저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네 안에서 마리아를 찾고, 네가 마리아를 살아라"고 일러주는 것 같습니다.
성주간을 앞둔 금요일 미사로 저희 그룹 연례피정이 시작되었는데, 그날 오전 로마에서 어머님이 천국으로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머니의 마지막 말씀은 "네"였고, 첫 포콜라리노 중 한 분인 페푸초가 "당신은 성부의 품 안에 영원히 머물기 위해 지금 성부의 품으로 들어가고 계십니다"는 인사에 대한 응답으로 "네"라고 하신 것입니다.
로마 근교 마리아사업회 본부에 곧 빈소가 차려지고, 인터넷으로 담은 텔레비전 방송 화면을 피정 중에 볼 수가 있었는데,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의장 스타니슬라오 릴코 추기경께서 달려오셔서 교황님과 일치하고자 했던 끼아라 어머님을 추모했으며, 교황님께서도 사업회 공동회장인 오레스테 바쏘 신부님 앞으로 전문을 보내셨습니다. 교황님은 특히 "교회와 교황에게 완전히 충성하면서 동시대인들의 필요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온 끼아라의 삶의 증거에 대해 주님께 감사드린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끼아라 어머니는 1943년 포콜라레운동을 시작한 이래 역대 교황님들과 깊이 일치했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새천년기」 교서(2001년 1월)에서 십자가에 달리셔서 성부와 분리를 맛보신 `버림받으신 예수님`(25-26항)과 `일치` 곧 `친교의 영성`(43-45항)을 감명 깊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구교우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라 습관처럼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복음을 실제로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것인지 모른 채 살아오다가 포콜라레운동이 안내해준 일치의 영성을 통해서 `말씀`을 사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것은 순간, 순간 찾아오는 고통의 `버림받으신 예수님`을 외면하지 않고 기꺼이 끌어안고 사랑을 살아낼 때 `부활하신 예수님`(「새천년기」 28항 참조)을 만나 뵐 수 있다는 확신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서로 사랑하여라"고 하신 새 계명을 실천하고 "아버지,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라고 하신 그분의 유언을 실행에 옮기는 일이야말로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길이고, 이것이 끼아라 어머님을 따르는 길이라는 사실을 이번 피정을 통해서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머님! 이번 연례피정을 한 집에 어머님을 기리기 위한 분향소를 차리게 되어 피정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생생하게 어머님 가르침을 깨달을 수가 있었고, 이제는 어머니께서 계시지 않는 이 세상에서 저희 각자가 `작은 끼아라`로 사는 일만 남았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며 다짐했습니다. 또 빈소를 지킨 상주노릇을 제대로 했다는 마음도 들어서 두 배의 은총을 실감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피정 둘째 날,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가운데서도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께서 친필 메시지를 적어주신 내용을 들을 수 있어서 하느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슬픔과 큰 손실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주님 안에 믿음과 사랑의 봉사를 다하신 분의 발자취에 감동을 아니 느낄 수 없습니다. 가시기 전에 겪으신 병고는 모든 것이 하느님 뜻대로 바쳐지도록 하셨고, 당신 주변의 친지들을 비롯하여 모든 이에게는 주님 안에 사랑으로 더욱 일치시키시고 하나 되셨습니다. …하느님 안에 모든 것이 사랑이었고, 영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