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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교구 교구장 죠셉 리샨 주교가 20일 중국과 바티칸의 관계개선을 위해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중국 방문을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바티칸은 "긍정적 신호이지만 방중(訪中)은 시기상조"라는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리샨 주교는 이날 이탈리아 국영 텔레비전 RAI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교황 방문을 간절히 원하고(great desire) 있고, 오래 전부터 이 희망이 이뤄지길 기다려 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바티칸 관계는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며 "어떤 면에서 중요한 발전이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 베이징교구장 죠셉 리샨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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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대표하는 수도 교구의 교구장이 교황 방문에 대한 바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이 발언에는 두 나라 외교관계 수립에 일정 역할을 하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도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교황의 주교 임명권을 무시한 채 단독으로 상당수 주교를 임명했으나, 리샨 주교는 지난해 9월 중국 정부와 바티칸 양측의 승인을 받고 베이징 교구장좌에 착좌했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이튿날 바티칸 라디오에 출연, "리샨 주교 발언은 교황이 두 나라 외교 정상화에 대한 염원을 피력해온 데 대한 응답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현 단계에서 방중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롬바르디 신부는 또 "리샨 주교의 희망은 교황에 대한 중국 신자들의 사랑과 존경, 나아가 교황 수위권 인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긍정적이고 고무적이다"고 논평했다. 수교 가능성에 대해서는 "중요한 문제들이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으나 바티칸은 진지한 자세로 건설적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지는 19일 논평을 통해 "중국의 올림픽 개최는 국제관계의 새로운 장을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유럽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이제 중국을 협약과 대화의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중국은 인권개선, 민주화, 실질적 자유화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며 "이런 개혁 과제들은 서방세계가 바라는 것보다 오래 걸릴 테지만 중요한 것은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바티칸과의 수교에 선뜻 나서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보편교회의 영향력 때문이다. 외교관계 수립 후 외국 교회들이 중국 신자들과 함께 인권과 사회정의, 소수민족 탄압 등에 대해 `복음적 목소리`를 내면 혼란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중국이 외교관계 수립 전제조건 중 하나로 내정 불간섭을 고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외국인의 중국내 선교는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