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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부터 15일까지 로마에서 열린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제23차 총회는 이번에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37명의 위원과 20명의 자문위원이 함께 모인 첫 회의였다.
이들의 임기는 5년이며 위원은 인류복음화성 장관 이반 디아스 추기경을 비롯한 추기경 9명과 대주교 3명, 평신도 25명으로 구성돼 있다.
자문위원은 폴란드 주교회의 의장 요제프 미할릭 대주교를 비롯한 대주교와 주교 4명, 신부 6명, 네오까테쿠메나토 창시자 키코 아르구엘로, 싼트에제디오 공동체 창립자 안드레아 리카르디 교수 등 평신도 10명이다. 위원 중 아시아인으로는 한국과 필리핀, 홍콩(중국), 인도에서 한 명씩 활동한다.
이번 총회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8년 12월 30일 자로 발표한 문헌인 「평신도 그리스도인」 20주년을 기념해 `「평신도 그리스도인」 20년 이후-기억ㆍ발전ㆍ새로운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다뤘다.
「평신도 그리스도인」은 1987년에 `교회와 세상 안에서의 평신도의 소명과 사명`을 주제로 개최된 제7차 세계 주교시노드의 후속 교황권고로, 우리 시대 진정한 가톨릭 평신도 대헌장이라고 할 만한 문헌이다.
이 문헌은 "모든 평신도가 한 집단으로서든 개인으로서든 교회의 친교와 사명 안에서 받은 은사와 책임에 대한 더욱더 깊은 의식을 일깨우고 증진하고자 하는 것"(「평신도 그리스도인」, 2항)인 만큼, 이번 총회는 그 후 20년 동안 평신도들에 대한 성찰에는 어떠한 발전이 있었으며, 앞으로 평신도들이 자신의 소명을 실현하려면 어떠한 일들을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을 다뤘다.
이번 총회에서 첫날은 네 가지 소주제, 즉, 평신도의 신원과 평신도 교육, 평신도로서의 삶, 그리고 평신도 단체 사도직의 새 시대에 대한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둘째 날에는 공적 생활에서의 평신도의 책임 문제를 생명과 가정, 노동과 경제, 교육과 문화, 사회 홍보, 정치, 국제질서로 분야를 나눠 검토하는 원탁 토론을 벌였다. 셋째 날에는 평신도평의회 활동 프로그램에 대한 토의가 있었다.
「평신도 그리스도인」의 원천인 제7차 세계 주교시노드에 옵서버로 참석한 바 있는 필자에게는 이번 총회가 21년 전의 역사적인 세계 주교시노드에 대한 소중한 기억을 되살려주는 뜻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총회를 개회하며 이제 그리스도인들은 열등의식을 떨쳐 버리고 세상에서 용감한 증인이 돼야 할 때가 됐다고 역설한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의장 스타니스와프 리우코 추기경의 연설은 「평신도 그리스도인」 이후 20년 동안 교회와 세상에서 평신도에게 제기된 도전과 이에 대한 평신도의 응전에 대해 방향을 제시해 주는 매우 인상적인 것이었다.
리우코 추기경은 서방사회가 `상대주의의 독재`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그리스도인들, 특히 가톨릭 신자들에 대한 공격을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으로 통하게 하는 새로운 반그리스도교적 태도를 비난했다.
추기경은 오늘날 "복음에 따라 살며 행동하고자 하는 사람은 서방의 매우 자유로운 사회에서조차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그리스도교 전통을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인간과 새로운 세계 질서를 만들어 내려는 생각이 힘을 얻고 있다"고 개탄했다.
추기경은 오늘날 "그리스도인의 문제는 그 수가 소수라고 하는 데 있지 않고 스스로 용기가 없어서 자신을 사회와 관계없는 주변으로 물러나 있게 해 사람들이 우리를 편안히 내버려 두게 하려는 우리 자신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리우코 추기경은 "그리스도인들이 그릇된 열등의식을 떨쳐버리고 그리스도의 용감한 증인이 돼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하면서, 이때야말로 `평신도의 시대`이며 평신도들은 정치, 생명과 가정, 노동과 경제, 교육과 젊은이 양성 등 다양한 공적 생활 분야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