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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로 4개월째 난민 생활을 하고 있는 인도 동부 오리싸주의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모처럼 테러 공포와 시름을 잊고 즐거운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를 보냈다.
오리싸주는 지난 8월 말부터 두 달간 지속된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의 반그리스도교 테러가 가장 극심했던 지역. 이 지역에서만 최소한 60여 명이 사망하고 5만여 명이 테러를 피해 피난길에 올랐다.

▲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를 피해 난민촌에 머물고 있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12월 25일 사랑의 선교수녀회 수녀들이 준비한 성탄 만찬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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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난민촌에 흩어져 있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정부 보호조치와 가톨릭 단체들 도움으로 12월 24일 밤 성탄 미사(예배)를 봉헌하고, 25일에는 여기저기 둘러앉아 성탄 만찬을 즐겼다. 난민들은 아기 예수 탄생을 경축하는 풍선을 난민촌 상공에 띄웠는가하면, 어린이 수백 명은 춤과 노래로 성탄 전야를 밝혔다. 몬다소 난민촌에 머물고 있는 500여 명은 테러로 파괴된 성당 앞에 천막을 치고 성탄 대축일 미사를 봉헌했다.
# 신자들 아직 고향에 못 돌아와
사랑의 선교수녀회 수녀들은 이들의 `메리 크리스마스`를 위해 미리 난민촌에 들어가 음식을 준비하고, 인도 정부는 잇따라 발생한 반그리스도교 테러와 뭄바이 테러로 국제사회 여론이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난민촌 주변에 경찰 병력을 대거 배치했다.
개신교 신자인 바분아 디갈씨는 "성탄절을 즐겁게 보내면서 잠시나마 테러 긴장과 슬픔을 잊을 수 있었다"며 "올해 성탄절이 그리스도교인들에게 새로운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테러 공포와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다. 파괴된 성당에서 난민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주갈 키쇼 신부는 "본당 신자 가구 수가 400가구인데, 상당 수가 아직 마을에 돌아오지 않았다"며 "특히 남성 신자들은 테러 표적이 될까 두려워 이번 성탄 대축일 미사에 한 명도 참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많은 신자들이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의 협박에 못이겨 힌두교로 재개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극단주의자들은 "재개종 후 다시 교회에 가면 무시무시한 보복을 당하게 될 것"이라며 신자들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부바네스워 대교구의 라파엘 치나드 대주교는 정부의 난민 보호조치에 감사한 뒤 "정부는 난민촌 신자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 평화 정착에 시간 걸릴 듯
이번 테러는 마오주의자들이 쏜 총에 한 힌두교 지도자가 사망한 사건으로 촉발됐다. 그리스도교 선교활동과 힌두인들의 개종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극단주의자들은 이 사건 배후로 그리스도교를 지목하고 광란의 학살극을 벌였다.
가톨릭, 힌두교, 조로아스터교, 불교 등 인도의 종교 지도자들은 11월 25일 인도 주교회의 주관으로 열린 희생자 추모식에서 평화의 기도를 바치며 종교간 화합을 기원했다. 그러나 힌두인의 반그리스도교 정서에는 정치적, 인종적, 사회적으로 복잡한 배경이 깔려 있어 평화 정착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오리싸(인도)=C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