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신축공사를 시작해 2년 만에 성전 건립을 마무리한 서울대교구 인헌동본당(주임 오기오 신부)이 13일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주례로 봉헌식을 거행했다.
전체 면적 1996㎡,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소성전, 성체조배실 등을 갖춘 인헌동성당은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무척 아름다운 성당"이라는 정 추기경 말처럼 아담하면서 깔끔하게 내부를 꾸몄다. 남향으로 지어 채광이 좋아 화창한 날에는 조명이 없어도 성전 내부가 환하다. 또 건축에 황토 등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아름다운 성전을 짓기까지는 오기오 주임신부와 신자들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다. 오 신부와 신자들은 공사가 시작된 후부터 8개월 동안 20개 본당을 돌아다니며 십자벽돌을 팔아 신축금을 마련했다.
대성전 내부를 감싸고 있는 십자가 모양 1만2000여 장 벽돌 한 장 한 장에는 깨알 같은 기도문이 새겨있다. 벽돌 뒤에 봉헌자의 기도를 새겨 넣어 판매하는 아이디어로 적지 않은 성전기금을 마련했다.
본당을 순회하며 기금을 마련하던 중 오 신부에게 큰 병이 발견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오 신부는 수술 후 "미리 잡아놓은 일정을 취소할 수는 없다"며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않은 채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기금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정 추기경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성전을 짓기까지 얼마나 희생이 많으셨습니까?"라며 오 신부와 신자들을 위로하고 "아직 빚이 남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제가 (건립기금을) 가져왔다"며 오 신부에게 금일봉을 전달해 신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봉헌미사는 정 추기경과 오 신부를 비롯해 13-A 지구장 오세만(중앙동본당 주임)ㆍ박영식(가톨릭대 총장)ㆍ김경모(의정부교구 총대리) 신부 등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봉헌됐다.
오 신부는 "지난 며칠 동안 날씨가 궂어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성전봉헌식날 좋은 날씨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2005년 10월 낙성대본당에서 분가해 봉천11동본당이라는 이름으로 설정된 인헌동본당은 올해 8월 행정구역변화에 따라 본당명칭을 변경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