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9일
생명/생활/문화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특별기고】''사회적 자본'' 키우는 대학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박영식 신부(한국가톨릭계대학총장협의회 회장, 가톨릭대학교 총장)
 


 글로벌 금융위기,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국회,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지도층 인사들의 부정 의혹들…. 이런 일들 대부분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사람들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 다방면에서 사회적 위기가 감지되고, 우려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온다.
 
 우리 사회가 맞고 있는 위기는 세계적 수준의 석학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최고의 지식은 습득했으나 올바른 윤리의식과 영성과 지혜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사회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똑똑하지만 이기적인 사람들의 투쟁심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워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똑똑한 두뇌를 가진 투쟁적 인재가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전문 지식인으로 화해하고 용서하고 통합하고 소통할 줄 아는 인재다. 도덕적이고 희생정신이 투철한 윤리적 인재라야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보기술산업(IT) 이후의 국가성장 동력으로 바이오산업(BT)과 나노산업(NT)을 꼽고 있다. 그러나 신약물질을 발견하기도 어렵지만 발견된 1만 개의 물질 가운데에서도 고작 1개 정도가 신약으로 만들어지는 법이다. 게다가 하나의 발견이 신약으로 탄생하기까지는 의학, 약학, 생명공학, 제조업체, 정부 등이 긴밀히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이기적 인재들로는 인내심과 협업이 요구되는 일을 해내기 어렵다.
 
 자신의 재주를 자신을 위해서만 사용하기에 급급한 이들에게 의술로 인류에 봉사하거나, 연구를 통해 난치병 치유에 공헌하는 일은 한가롭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즉각적 이익이 없다고 하여 신약개발을 소홀히 한다면 결국 의료계 전체는 퇴보하고, 국가적으로는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윤리적 사명감이 투철한 통섭형 전문 인재, 달리 말해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나라가 사회적 화합을 이루고 국가 경쟁력을 갖춘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물적 자본이나 인적 자본뿐 아니라 사회적 자본을 키워야 한다. 사회적 자본이 풍요로운 사회일수록 구성원간 신뢰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 소모적 비용이 줄어들고 효율성이 높아진다.
 
 대학은 이러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공동 사회의 일원으로서 공동의 복지를 위해 활동할 전인적 인격 형성을 추구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끊임없이 나누고 분리하는 지성이 아니라, 모으고 통합하는 영성에 기반을 둔 지성을 키워야 한다. 지성은 나누고 분리하고 세분화하여 너와 나의 차이점을 크게 부각시키는 데 기여하지만, 절대화된 지성은 결국 분열의 도화선 역할을 할 뿐이다. 이와 달리 영성은 차별의 벽을 허물고 소통하고 통합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의 대학 교육은 치열한 경쟁과 함께 교육의 정도(正道)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많은 대학들이 학교발전이란 명분으로 전인교육의 이념을 상실한 채 학교이기주의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국 11개 가톨릭계 대학 총장들은 사회에 봉사하는 참다운 인재 양성에 가톨릭계 대학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여 한 자리에 모여 한국가톨릭계대학총장협의회를 결성했다. 방향을 잃은 경쟁은 삶에 대한 참된 목적의식을 가짐으로써만 극복될 수 있다.
 
 그러므로 가톨릭계 대학들은 공식적으로 서로의 역량을 결집해 사회적 과제에 공동 대응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우리 가톨릭계 대학들은 상호협력을 통해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참된 지성인을 양성하고, 대학 교육의 건전하고 균형 있는 발전을 선도해 나갈 것이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0-01-10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7. 9

잠언 3장 12절
아버지가 아끼는 아들을 꾸짖듯 주님께서는 사랑하시는 이를 꾸짖으신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