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 폴란드 치하에서 순교한 37살 사제가 순교 26년 만에 복자품에 올랐다. 지난 6월 1일로 정확히 만 100살이 된 노모는 시복식에 앞서 주송자로서 신자들의 묵주기도를 인도한 후 아들이 시복되는 현장을 지켜봤다. 시복식에는 14만 명이 넘게 참석했다. 6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필수드스키 광장에서 거행된 예르지 포피엘루슈크 신부의 시복식이 그랬다.
시복식을 주재한 교황청 시성성 장관 안젤로 아마토 대주교는 새 복자를 이렇게 추모했다.
"포피엘루슈크 신부는 이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으려는 유혹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로지 진리와 정의와 사랑 같은 영적 수단을 통해서 도움을 주었고, 시민과 사제의 양심 자유를 요구했습니다.…그러나 길 잃은 공산 이데올로기는 진리와 정의의 빛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폴란드 자유노조 `연대`와 연계해 활동하면서 공산 독재에 맞서 인권과 양심의 자유를 옹호하고 화해와 평화를 촉구해온 포피엘루슈크 신부는 공산주의자들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고, 공산당 비밀경찰 요원들에게 살해됐다.
아마토 대주교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래서 이 무력한 사제에게 그늘이 드리워졌습니다. 그는 박해받고 체포돼 고문을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생명에 대한 존중이란 전혀 없는 범죄자들에 의해 야만스럽게도 산 채로 물 속에 던져졌고 마침내 죽음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포피엘루슈크 신부는 어느날 밤 미사를 봉헌하고 돌아오다가 납치됐다. 그로부터 11일 후인 1984년 10월 30일 그의 시신은 비스와 강과 연결된 한 저수지에서 발견됐다. 온 몸이 꽁꽁 묶여 있었고 입에는 재갈을 물린 채였다.
바르샤바 대교구는 1997년에 포피엘루슈크 신부에 대한 시복시성을 추진해 1157쪽 분량의 보고서를 2001년 바티칸에 제출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해 12월 19일 포피엘루슈크 신부가 순교자임을 인정하는 교령을 발표했다.
시복식에는 3000명이 넘는 사제와 95명의 주교가 참석했다.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 윌리엄 레바다 추기경을 비롯해 리투아니아ㆍ벨라루스ㆍ체코 등 인근 나라 교회 지도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날 키프로스를 방문 중이던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축하 메시지에서 포피엘루슈크 신부의 희생적 봉사와 순교는 악에 대한 선의 승리라는 특별한 표시이며 어디에서나 가톨릭 사제와 평신도의 모범이라고 말했다. 【바르샤바=CNS】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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