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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조선인 가톨릭 공동체였던 성 라우렌시오 성당 봉헌 400주년 기념 미사가 봉헌될 나가사키시 나카마치 성당.
나가사키역 뒤에 세워져 있는 나카마치 성당은 1896년 26위 성인 순교 300주년을 기념해 건립됐지만, 1945년 원폭으로 상당부분 무너졌다가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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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당시 왜군에 끌려간 조선인 포로들이 일본 나가사키에 세운 성 라우렌시오 성당이 봉헌된 지 올해로 400주년을 맞는다.
이 성당은 봉헌 2년 만인 1612년 나가사키 전역에서 벌어진 천주교 박해로 아리마와 오무라, 나가사키 등지에서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순교하면서 8년 만인 1620년 2월 12일 폐쇄와 동시에 성당 건축물 자체가 해체돼 지금은 흔적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나가사키대교구는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인 10일 오후 1시 나가사키시 나카마치(中町)성당에서 교구장 다카미 미츠아키(高見三明) 대주교 주례로 전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 등이 함께한 가운데 성 라우렌시오 성당 봉헌 40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 조선인 가톨릭공동체의 성전 봉헌 역사와 그 열심한 신앙을 기린다. 미사 후 교구 26위 성인 기념관장 렌조 디 루카 신부의 `성 라우렌시오 교회와 조선인 그리스도교 신자`(가제)를 주제로 한 강연이 이어진다.
400년 전에 세워져 10년 만에 폐쇄된 교회를 나가사키대교구가 주목하는 이유는 전쟁 포로로 끌려와 신앙공동체를 이룬 조선인 신자들이 순교자는 물론 복자까지 낼 만큼 열심한 공동체였기 때문이다.
1592년부터 7년간 이어진 전쟁 당시 규슈에 끌려온 조선인들은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여 공동체를 이뤘고, 이들의 신앙생활상은 루이스 프로이스 신부의 서한(1596년) 등 선교사들의 서한에 흔적이 남아 있다.
"조선에서 끌려와 나가사키에 머물고 있는 남녀 포로 다수를 교회로 인도했습니다. 2년 전(1594년) 1300명 이상이 세례를 받았고, 올해에는 고해성사를 받았습니다. 그들은 거룩한 신앙에 적합한 사람들로 인간미가 있고 친절합니다." "대단히 겸허하게 무릎을 꿇은 사람들이 `신부님 우리 조선인들만 여기에 와 있습니다. 어제 성목요일에 우리 포로들은 행렬에 참가할 수 없었기에 하느님 자비와 죄 사함을 얻기 위해 여기에 와 있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 피가 나올 정도로 회초리를 때리는 고행을 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눈물을 억제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처럼 열심한 공동체를 이뤘던 조선인 천주교 신자들은 그 수가 7000여 명에 이르게 되면서 자신들을 위한 성당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조선인 포로들이 집단 거주하던 고라이마치(高麗町)에 성당을 세웠다. 이 성당이 바로 성 라우렌시오 성당으로, 1610년 세르게이라 주교에 의해 봉헌됐다.
예수회 선교사들의 당시 연례보고서(1610년 예수회 연보)에 따르면, 당시 조선인 천주교 신자들은 더없이 열심한 신자들로 자신들만의 특멸한 성당을 지어 신앙공동체를 이루기로 하고 돈을 모아 좋은 땅을 샀으나 그 이상 재정 능력이 없었으므로 작은 성당을 지어 성 라우렌시오에게 바쳤으며, 조선인 신자들은 가난에도 굽히지 않고 오직 하느님과 수호성인인 성 라우렌시오와 영혼의 지복을 위해 능력 이상으로 거룩한 일을 해냈던 것으로 전해져오고 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