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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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토크 & talk] 개그맨 겸 가수 이웅호

“이제부터 시작이다, 오랜 꿈을 향해”, 1990년대 틴틴파이브로 활동, 보험설계사 일하며 인생 공부, 연극·뮤지컬 꿈 위해 노력 중, “김추기경님처럼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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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웅호씨는 지난 6월 세례를 받으며 자신의 앞길이 깨끗이 씻기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서는 연예인들. 그들에게 가장 혹독한 시련은 스포트라이트가 하나둘씩 꺼지며 대중들에게서 잊혀지는 것이다. 이때문에 오랜 공백을 뚫고 활동을 재개하기 위해선 별별 관심거리를 다 끄집어내야 한다. 가족들을 총동원해 구구절절한 사연을 풀어내기도 다반사다.

이웅호(아우구스티노·42)씨는 이러한 흐름에 휘둘리지 않으려 애쓰는 연예인 중 하나다.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이 줄어들어드는 것에 의기소침해하지 않는다. 서럽고도 힘겨웠던 시간에 더욱 감사한다. 그리고 또 다른 꿈을 향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다.

끊임없이 흘러 내렸다. 잠시 그치는가 싶더니 또다시 주르륵. 지난 6월 명동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이웅호씨 눈엔 눈물이 넘쳐흘렀다.

“지은 죄가 많아서 그랬었나봐요.”

남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듯 툭 내뱉었다. 기쁨의 눈물이었냐고 물었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고 하면 맞는 표현일까요? 눈물이 내 앞길을 깨끗이 씻어주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번 예비신자 교리에 참여했지만, 이씨는 늘 끝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가톨릭라디오방송 게스트 출연을 계기로 예비신자 교리를 다시 받았다. 지난 1950년, 할머니가 세례를 받은 이후, 드디어 온 가족이 신앙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덕분에 요즘 부모님께 하는 가장 큰 효도는 주일미사 중 ‘평화를 빕니다’라며 포옹하는 것이 됐다고.

개그맨 이웅호? 어쩐지 낯선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기억을 떠올려보면 어떤가. ‘잉~~~ 치기! 웅~~~ 치기’하는 소리를 내며 로보캅 개그를 선보이던 이들. 1994년 김경식, 이동우, 표인봉, 홍록기씨 등과 함께 선보인 5인조 개그그룹 틴틴파이브였다. 이씨는 이 그룹에서 이른바 썰렁하고 나약한 캐릭터로 웃음을 선사했었다. 이씨는 동료들의 넘치는 익살스러움과 ‘오버 연기’ 사이에서 싱거우면서도 솔직한 캐릭터를 보여 왔었다.

개그맨이 최고 인기 직업으로 떠올려지던 시절, 이씨는 MBC 공채 개그맨으로 당당히 방송계에 발을 내디뎠다. 별 기대도 없이 덤덤하게 친 시험에서 덜컥 합격을 했다.

“무엇엔가 빠져 경쟁하고 이기고, 성공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아직도 그 기쁨은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하지만 방송계는 이씨가 적응하기엔 견고한 성채와도 같았다. 불평등한 상하구조와 부당한 대우 등에 대해 스스럼없이 불만을 제기하곤 했다. 덕분에 ‘너나 잘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고 살았다.

“‘너나 잘해’는 정말 사람 기운을 쭉 빼내는 말이에요. 그런 말을 자주 듣다보니 결국 아무것도 못하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큰 키에 깡마른 몸매, 새하얀 피부 등으로 인해 그를 보는 사람들마나 허약해 보이느니, 군대도 안 다녀온 것처럼 보인다느니 하는 잔소리도 많았다. 지기 싫은 마음에 운동이든 무엇이든 열심히 했지만, 성공을 향한 과정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방송 활동이 줄어들면서 외롭고 힘든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그러나 그 시간은 이씨에겐 그동안의 인생을 돌아보며 반성하는 귀한 기회였다. 돈이 없어도 인기가 없어도 ‘있는 척’하는 위선을 떨고 싶진 않았다.

생활 전선에도 기꺼이 뛰어들었다. 보험설계사 등 주어지는 일은 무조건 열심히 했다. 매일같이 양복과 넥타이를 갖춰 입고 새벽 6시 30분이면 집을 나섰다.

“겨울이면 6시 30분에도 하늘은 여전히 캄캄해요. 그런데 문밖을 나서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 새벽에도 일개미처럼 열심히 뛰어다니는 거예요. 인생 공부, 정말 많이 한 기회였습니다.”

열심히 생활하는 주변 동료들의 모습에서 “내가 무언가를 바라면 약해지고 작아지지만, 내가 먼저 무엇이든 기꺼이 나누면 더욱 풍요로워진다는 것”도 배웠다.

그러면서 이씨는 오랜 시간 품어온 꿈을 다시 키워가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한결같이 사랑해온 연극과 뮤지컬 무대. 무대를 향한 그의 사랑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듯 맹목적이다. 우연히 연극 ‘님의 침묵’을 관람한 후 떨림과 감동을 넘어서 한대 맞은 듯 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을 그는 잊지 않았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무작정 극단을 찾아 헤매고 무대 뒤 청소부터 했던 용기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재도약은 이제부터다.

또 다른 일상에서는 또 결혼식 이벤트 사업도 준비 중이다. 일반인들 누구나 연예인을 결혼식 사회자로 초빙해 더욱 즐겁고 풍요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중간 다리가 되어주고 싶은 바람에서다.

“김수환 추기경님처럼 진정한 바보로 세상을 살고 싶어요. 큰 노력이 필요하겠죠? 덕분에 아무리 작은 무대에서도 더욱 열심히 뛸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특히 교회에서 저를 필요로 한다면 더욱 열심히 달릴 겁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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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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