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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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CUM] 청소년 팬문화

건전한 팬덤문화, 내가 먼저, 팬픽·팬코스·팬컴 등 10대 팬덤 가속화, 미디어 다양화와 만나 극단적 진화 중, 단순 소비 넘어 창작 주체…긍정적 측면도, 팬덤문화 문제점 지적·공론화 우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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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프로그램 공개방송이나 녹화가 있는 날이면 각 방송국 녹화 스튜디오 인근은 10대 팬클럽 회원들로 아수라장이 된다. 서울 압구정과 청담동에 자리 잡은 연예기획사와 아이돌 그룹의 숙소라고 알려진 빌라 인근에는 으레 10대 청소년들이 무리지어 있다. 바로 ‘사생팬(私生fan)’들이다.

이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예인들의 무대와 숙소, 식당까지도 놓치지 않고 따라붙는다. 아예 택시를 대절해 온종일 따라다니는 청소년들도 꽤 눈에 띈다. 이른바 ‘사생 뛰기’로 불리는 모습이다. 연예인들이 전화번호를 바꾸고 이사를 가도 청소년 팬들은 그야말로 귀신같이 알아낸다. 이들의 정보력은 전문 기획사들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아이돌 팬덤이 극에 달했을 때는 연예인들의 휴대전화와 문자메시지는 물론 이메일과 신용카드 내역까지 노출되거나, 연예인이 스토킹에 시달리는 사례도 빈번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켜왔다.

청소년들의 이러한 ‘열혈 행동’이 어제오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과격성이 이미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그저 팬덤 현상의 하나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청소년 문화를 개선하고 다양한 대안문화를 마련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팬덤문화를 아는가

최근 10대 팬덤(Fandom, 특정한 인물이나 특정한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현상)은 온라인에서 더욱 큰 폐해를 일으키고 있다.

마니아 팬들의 열성으로 음반 타이틀곡을 선정하고, 콘서트를 열고, 출연 드라마의 결말을 바꾸는 등은 흔한 사례다. 10대들은 나아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비난 글이라도 올라오면 팬들은 즉시 떼로 몰려 댓글 테러를 감행한다. 자신이 싫어하는 연예인에 대해서는 사생활을 캐내 어떤 방식으로든 해를 끼치는 ‘사생안티(私生anti)’들도 우후죽순 늘었다. 이들은 실시간으로 자신의 의사를 불특정 다수에게 공표하고, 공격적이면서도 범법적인 행위에 동참시키기도 한다.

온라인 팬클럽이나 기획사에서 만든 공식 팬클럽에 가입, 활동하는 수준을 넘어서 스타를 대상으로 쓰는 팬픽(팬들이 쓰는 소설 Fan Fiction의 줄임말)도 급증했다. 팬픽은 아이돌 스타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각종 상황을 자유롭게 꾸며 쓰는 장이다. 팬픽 카페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보편화됐고, 전문 팬픽 작가도 인기를 누리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팬픽 안에서 10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과 글 속에서 섹스를 하고 동성애를 즐기는 등의 무분별하고 왜곡된 성의식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팬코스(Fan Costume play의 한국식 표현인 팬코스프레의 줄임말)도 지나친 소비주의로 흐르고 있다. 또 다른 팬덤 현상의 하나인 팬코스는 10대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들의 의상과 소품, 헤어스타일, 행동과 춤 등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을 말한다. 팬코스에 열광하는 청소년들은 연예인과 닮은꼴이 되기 위해 심지어 전문 코디네이터와 스타일리스트 비용까지 소비한다.

사이버 공간의 빠른 정보력과 단단한 결속력으로 연예산업에도 강력한 영향을 끼쳐왔다. 이제 10대들은 단순히 연예사업자가 만든 상품을 소비하는 객체가 아니라 스스로의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고 상품을 만들어 나가는 주체가 됐다. 최근에는 연예인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각종 사회 활동을 비롯해 온라인 웹진 제작과 같은 홍보활동 등 이른바 ‘팬컴(FanCompany)’이라고 표현할 만큼 대형화·조직화된 활동을 펼친다.

■ 팬덤문화에 필요한 것

10대가 대중스타들에 대해 애정을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의 하나다. 특히 ‘팬문화’는 10대들이 가장 친숙하게 접근하고 향유할 수 있는 문화다. 하지만 정보 환경이 발달하고 미디어 매체가 다양화 되면서 청소년 팬덤 문화는 더욱 극단적으로 진화 중이다. 왜곡된 팬덤은 바로 청소년 자신들에게 가장 큰 폐해를 안겨준다.

대중문화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오프라인 상에서 의사소통할 기회가 줄어든 반면에 인터넷의 발달로 익명성을 내세운 의사소통은 크게 늘어 청소년 팬덤이 왜곡되기도 쉬워졌다”고 설명한다. 특히 각종 팬덤 관련 활동 안에서 “자극적이고, 반사회적이고, 폭력적이고 또 에로틱한 것을 추구하다보면 정신과 마음을 황폐해지기 쉽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변질된 팬덤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이들이 팬덤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청소년 교육 및 상담 전문가들은 “10대들이 팬클럽 등에 빠져 활동하다 보면 자신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며 “그릇된 팬덤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이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벗어나 외부와 대화하고, 스스로의 행동을 성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최근 연예인 팬덤들 중에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이름을 걸고 각종 봉사활동과 기부를 펼치는 긍정적인 모습도 보이고 있다. 팬클럽 회원들이 스타와 관련된 기념일엔 복지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콘서트장에는 드리미 쌀화환을 보내는 등의 실천으로 스타의 이미지를 높여주고 있다.

맹목적인 스타 추종에서 벗어나 스타와 연예사업이 보다 발전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팬도 늘었다. 팬덤을 연예인 꽁무니나 쫓아다니는 철없는 아이들 취향으로 취급하는 어른들과, 상업적으로 이용만 하려는 연예기획사들에게 대응해 보다 성숙한 팬문화를 조성하려는 노력의 하나다. 이들 중에는 기획사의 횡포에 직접 맞서거나 이른바 노예계약, 여성 연예인 인권 문제 같은 우리 대중문화계의 어두운 구석을 들춰내는 데에도 관심을 쏟아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음악,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의 콘텐츠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청소년 팬덤이 엔터테인먼트 시대의 권력으로까지 불리게 된 만큼, 이들의 관심과 활동이 건전한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성세대들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청소년 팬덤이 창조적인 소비와 생산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의식을 고양시키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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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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