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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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바다, 엄마는 돛단배

「황금률」펴낸 가수 보아 어머니 성영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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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의 별` 가수 보아 어머니 성영자씨가 삼남매를 길러온 살을 풀어낸 책을 냈다.
딸 보아와 함께한 성영자씨.
사진제공=비오출판
 


아이들 스스로 꿈 찾도록 후원
"안돼" 대신 "네 뜻이 중요해"
바쁜 일정에도 기도하는 딸
자녀교육의 토양, 포콜라레



 `아시아 최고 스타` 가수 보아(끼아라) 어머니가 책을 냈다. 잘나가는 유명 가수의 엄마가 자식 의 인기를 등에 업고 쓴 자서전이 아니다.

 성영자(아녜스, 54)씨가 낸 「황금률」(비오출판/1만3000원)은 아들 둘과 막내딸 보아를 길러온 자녀교육과 인생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삼남매 길러낸 교육철학

 하지만 딸을 세계적 스타로 무대에 올리기까지의 역경과 고난을 기록하지 않았다. 부모의 뜻대로 아이들을 애지중지 기른 자녀교육 지침서도 아니다. 아이들이 재능을 스스로 잘 찾아낼 수 있도록 꿈을 후원해준 이야기다.

 성씨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서울 청담동성당에서 그는 홀로 기도 중이었다. 그는 맑고 소박한 미소에 부드럽고 확신에 찬 눈빛을 지녔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면 안 돼요. 부모가 아이 삶에 계획을 세우면 불행을 줄 수 있습니다. 자녀는 하느님께 맡길수록 하느님이 알아서 해주시거든요. 아이들은 그 은총으로 가고자하는 길에 가게 돼 있어요."

 보아는 다섯 살이 되던 해부터 노래방 기계를 틀어 매일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오빠들도 음악을 좋아해 밤새 피아노를 치고 노래했다.

 음악으로 시끌벅적한 집안은 날마다 축제였다. 놀러온 손님들은 혀를 내둘렀다. 큰아들이 새벽부터 피아노를 치는 바람에 이웃들에게 항의전화가 오자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전원주택으로 집을 옮겼다. 성씨 부부는 아이들 열정을 움츠러들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성모상이 놓인 넓은 잔디밭을 굴러다니며,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서 노래를 불렀다. 피아노도 아무때나 쳤다. 성씨는 얽매이는 것 없이 자유롭게 놀아야 무한한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었다. 놀아야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철학이었다. "안 돼"라는 말 대신 "그래, 네 뜻이 중요하니 네가 결정하라"며 믿어줬다.

 고등학교 1학년인 큰아들이 어느날 머리를 노랗게 물들여 왔다.

 "싸우고 싶었죠. 그렇지만 내가 이 아이를 받아주지 않으면 누가 받아주겠나 생각했고 `멋있게 잘했다`고 말해줬어요."

 그는 "엄마의 고정된 시선 때문에 탈선하는 아이들을 봐왔다"며 "뭐든 다 받아들여주면 스스로 옳고 그름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한한 자유 속에서 지켜야할 규율은 엄격하게 말해줬다. 아이들은 통금시간을 지키기 위해 뛰어서라도 제 시간에 들어왔고, 물과 전기를 아껴쓰는 습관은 몸에 뱄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의견을 지지해주는 어머니의 사랑을 확신했다.

아이들을 `아기 예수`처럼

 성씨에게 이런 교육철학의 토양이 다져진 비결을 묻자, 매 순간 아이들을 `아기 예수`로 바라봤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가 아이들을 아기 예수로 볼 수 있었던 건 고등학교 시절 아일랜드 신부를 만나 알게된 포콜라레를 통해서였다. 그는 포콜라레를 통해 세상은 살아볼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아름다운 진실(사랑)을 말해주는 삶이 빛을 발한다는 것을 느꼈다.

 성씨는 결혼 후 남편(권재철 베드로)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포콜라레 모임에 나갔고, 보아 세례명을 포콜라레 운동의 창시자인 끼아라 루빅 여사의 이름을 따 지었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다 최근 6집 앨범으로 국내에 컴백한 보아가 얼마 전 어머니에게 말했다. "나는 별 수 없이 엄마 딸인가봐. 지난번에는 일본에서 묵주기도 20단 바쳤어." 자신도 모르게 엄마처럼 묵주기도를 하고, 하느님을 찾는 자신의 모습을 빗대어 한 말이다.

엄마는 아파야 하는 존재

 요즘 보아는 바쁘다. 빡빡한 일정에도 인근 성당을 찾아 미사를 드리려고 노력한다. 어렵고 힘들 때마다 미사를 드리면 개운하고 든든하다고 한다. 또 우울해하는 연예인 친구에게 신앙서적을 선물하고, 그들을 성당에 데려가고 싶어한다. 무엇보다 보아는 하느님께 받은 재능에 감사하고 있다.

 성씨는 아이들을 다 키워 세상으로 내보냈다. 보아는 세계 스타로 도약했고, 큰아들(권순훤 요셉)은 꿈꾸던 대로 서울대 음대 출신 피아니스트 교수가 됐다. 둘째 아들(권순욱 요한 사도)은 뮤직 비디오 감독이 됐다. 마음껏 뛰놀던 잔디밭이 세계 무대와 강단, 스튜디오로 바뀌었다.

 "경험이 많고 학식이 높다고 해서 자식을 잘 이끌어주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철저히 자식 뜻에 맞춰 스스로 잘 헤쳐나가도록 의지를 북돋아줘야죠. 자녀를 내 소유물이라고 착각해 자식 인생에 마음대로 뛰어들면 안 돼요. 아이들은 끝없는 바다에요. 그 바다에 떠있는 돛단배처럼 작고 위태로운 엄마의 잣대로 드넓은 아이들 생각을 마음대로 지배하려 하면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기 쉽죠."

 성씨는 "엄마란 존재는 아파야 한다"고 했다. "심장이 녹아내리도록 아플 때가 많지만 항상 하느님께 의탁하고 맡길 때 평화를 맛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씨는 책 수익금을 목포의 미혼모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원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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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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