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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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아이들 나누는 아이들] 전국장애학생콩쿠르서 은상 받은 오예윤(말가리다)양

“노래할 때면 장애 사실도 잊어”, 매일 오후 5시 묵주기도 하며 예수님께 노래할 용기 얻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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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이 느리다. 질문을 하고 그 답을 들으려면 기다려야 한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느린 만큼, 곱씹은 만큼, 그 답은 진솔하다. 그래서 감동적이다.

충북 음성에 자리한 꽃동네 복지시설 성모의 집에 살며 특수학교인 꽃동네학교에 다니는 오예윤(말가리다·15·지체장애3급) 양은 얼마 전 대전방송(TJB)이 주최한 제3회 전국장애학생음악콩쿠르에서 ‘친구에게’를 불러 성악부문 은상을 받았다. 지난 2회 대회 장려상에 이어 받은 두 번째 상이다.

“노란 원피스를 입고 구두를 신고 무대 위에 섰을 때 너무 떨려 과연 내가 노래를 할 수 있긴 있을까 걱정했지만 막상 입을 떼자 언제 긴장했냐는 듯 노래가 나오더라고요. 아마도 예수님께서 저와 함께 무대에 올라주셨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제가 받은 탈렌트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했어요.”

성모의 집에서 자란 예윤 양이 처음 노래를 부른 기억은 ‘미사’ 때였다.

“미사때 성가를 부르며 노래를 좋아하게 됐어요. 노래를 잘한다는 칭찬도 성당에서 처음 들었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성가대에서 노래하고 있는데, 독주 부분을 부를 때엔 부끄럽기도 해요.”

유난히 수줍음이 많아 보이는 예윤 양은 “예윤 양의 노래를 한번 들어보고 싶다”는 기자의 부탁에 “노래 부르는 것은 좋은데 사람들 앞에서 노래할 땐 너무 부끄럽다”며 손사래를 쳤다. 예윤 양을 지도한 음악담당 송용미(보나) 선생님은 “대회에 출전하도록 예윤이를 설득하는데 3주가 걸렸다”면서 “그러나 막상 연습을 시작해보니 대회에 대한 열정과 집념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때에도 나와 매일 2~3시간씩 연습을 했어요. 발음을 정확하게 하고 표정이나 몸짓을 교정하기 위해 거울을 마주보고 연습하게 했지요. 처음엔 거울 보는 것을 힘들어하던 예윤이도 차차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더라고요.”

고개를 자꾸 오른쪽 아래로 돌리게 되고, 발음이 어눌하고, 똑바로 정면을 바라보기 어려워 시선을 자꾸 떨구던 예윤 양은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당당했다. 무대 위에서 자신의 장애를 뛰어넘은 미소 띤 얼굴로 ‘행복’을 전한 예윤 양의 노력은 대회 은상이란 결실로 돌아왔다. 예윤 양에게 “그런 힘이 어디서 나오냐”고 묻자 한참 동안 침묵하던 예윤 양이 입을 열었다.

“저의 친구 예수님이오. 저에게 좋은 목소리를 주시고, 사람들 앞에 서서 노래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신 예수님께서 늘 저를 지켜주시고 보호해주시잖아요. 매일 오후 5시 묵주기도를 하며 예수님을 만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노래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살게 해달라고 늘 기도한답니다.”

남들보다 조금 느릴지 몰라도 예윤 양은 행복의 열쇠를 이미 쥐고 있는 듯 했다. 인터뷰를 마친 후, 노랗게 핀 국화 앞에 앉은 예윤 양이 하늘을 쳐다보며 웃는다. 눈부신 가을 햇빛이 마냥 좋다는 듯 활짝 웃는다.


 
▲ 국화꽃이 핀 화단에 앉은 오예윤 양이 ‘노래가 희망’이라고 말하며 활짝 웃고 있다.
 

 
▲ 대전방송 주최 제3회 전국장애학생음악콩쿠르에서 ‘친구에게’를 부르고 있는 오예윤 양의 모습.
 

 
임양미 기자 (sophi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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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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