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낮, 야트막한 산을 등진 인천 대건고등학교(교장 김현태 신부) 운동장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어울려 축구를 하고 있다.
　입시공부 때문에 체육수업을 기피하고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고등학생들을 찾아볼 수 없는 다른 인문계 고등학교 교정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학생들이 마음껏 뛰어놀게 내버려 둔다고 학습지도에 소홀한 학교가 아닐까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건고는 서울대와 포항공대, 카이스트를 비롯한 소위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인천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사학으로 이름나 있다. 1학년 때부터 개개인에 대한 컨설팅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부족한 교과학습에 대한 효과적 대처방안을 지도하고, 전 학년에 걸쳐 주요 과목에 대한 수준별 이동수업 등 맞춤형 학습지도로 좋은 결실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배려
　김현태 교장신부는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배려하기에 오히려 학생들의 심리적 스트레스가 적고 집중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건고는 교내 통합논술교육 운영지원반(교사 논술동아리)을 통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논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독서 인증제`를 실시해 틈틈이 책을 읽는 습관을 길러줌으로써 폭넓은 지식과 사고력을 길러주는 것도 대건고의 특징이다.
　다른 가톨릭계 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대건고의 강점은 종교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이다. 학생 인성교육은 입학과 동시에 2박 3일 일정의 신입생 인성계발 수련회에서부터 시작된다. 교사들이 직접 학생들의 발을 씻어주는 발씻김 예식 등 특별한 프로그램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고교생활을 바르고 성실하게 보낼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다지게 하는 것이다.
　아울러 미사참례나 종교 활동을 강요하지는 않지만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한 인성교육과 교구 내 사회복지시설과 연계한 봉사활동을 통해 남을 배려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올바른 품성을 갖추도록 이끌어 준다. `1일 교사제`를 통해 학부모 연계교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아버지의 날`을 운영해 자녀교육에 소홀하기 쉬운 아버지와 자녀들의 간극을 메우는 데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들을 보내고 싶은 학교"
　한경옥(아우구스티노) 교감은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강조하면 학부모들은 아이들 학습지도에 소홀하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인성교육과 학력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는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중ㆍ고등학생들 대화의 반 이상이 비속어ㆍ은어ㆍ욕설이라고 하는데, 대건고 학생들 대화를 가만히 들어보면 욕설이나 비속어를 거의 들을 수 없다.
　대건고는 특히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이 없는 학교로 지역사회에 정평이 나 있다. 김 신부는 "선배들이 군기를 잡는다며 후배를 괴롭히는 일이 없다"며 "우리학교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격이 더 유순해진다"고 말했다. 한 교감도 "대건고에서는 가톨릭 향기를 맡으면서 자란다는 말이 나올 정도"고 자랑했다.
　대건고는 또 지난 8월 직영급식시설인 `생명관`을 완공, 학생들에게 더욱 신선하고 영양가 높은 급식을 매일 점심과 저녁 두 차례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대건고는 학부모들에게 `아들을 보내고 싶은 학교`로 통한다. 인천은 평준화 지역이어서 추첨제로 신입생을 선발하지만, 동일학군 내에서 희망하는 고교를 1지망부터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중학교 3학년 때 전학을 와서 대건고를 지원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