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생명/생활/문화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인성교육의 산실 가톨릭계 고등학교를 가다] <5> 살레시오고등학교

"우리는 한가족… 모두 함께 가야죠"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살레시오고등학교에서는 학생과 교직원을 비롯한 모든 학교 구성원이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진은 산에 올라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학생들과 성무감 나정흠 신부(앞줄 오른쪽 두 번째).
사진제공=살레시오고등학교
 

 광주광역시 살레시오고등학교 학생들은 따뜻한 환대를 받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성무감(聖務監) 나정흠 신부와 몇몇 교사들이 매일 아침 7시부터 교문 앞에 서서 등교하는 학생들 손을 잡아주고, 포옹해준다.

 아무리 날씨가 궂어도 지난 50여 년 동안 이 같은 아침인사를 거른 적이 없다. 살레시오고의 아름다운 전통으로 자리잡은 등굣길 환대는 "청소년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들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껴야한다"고 말한 살레시오회 설립자 돈 보스코 성인의 정신이 잘 드러나는 풍경이다.

 # 사랑받고 있음을 느껴야 한다

 장동현 교장신부에게 살레시오고를 대표할 수 있는 단어를 묻자 망설이지 않고 `가족 정신`이라고 답했다. 장 신부는 "한 학생이라도 소외되거나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을 쏟는다"고 말했다. 살레시오고의 끈끈한 가족애를 보여주는 일화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몇 년 전 학교 측에서 상위권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화반`을 만들려 한 적이 있다. 그러자 심화반에 속하게 될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이 한 목소리로 "천주교(재단) 학교가 이러면 다른 학교랑 무슨 차이가 있느냐?", "모두 한 가족이라면서 왜 특별반을 만들려고 하는가"라고 반발해 계획이 무산됐다.

 또 장 신부가 교사들에게 "방과 후 자율학습 분위기를 흐리는 학생들은 차라리 집에 일찍 보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교사들이 "그 학생들을 먼저 보낸다면 그들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모두 함께 가야 한다고 말해 장 신부를 머쓱하게 만든 일도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있으면 학교, 동문, 학부모들이 장학금을 모아 어떻게 해서든 학비와 기숙사비를 마련해 준다. 장 신부는 "단언컨대 우리 학교에는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살레시오고는 `아버지회`라는 다소 생소한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회는 자녀 교육에서 아무래도 소외될 수밖에 없는 아버지들이 중심이 된 모임이다.

 1년에 두 차례 아버지들을 초청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직업을 소개하는 `직업탐색의 날`을 열고, 아버지와 함께 하는 등산과 마라톤 대회를 마련해 유대 관계를 끈끈하게 한다.

 직업탐색의 날에는 `사회적 명성`이 있는 아버지만 초청하지 않는다. 바리스타(커피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부터 닥종이 공예 연구가, 법률사무소 사무장, 옥외 광고물 제작자, 의료인 등 다채로운 일을 하는 아버지들이 자신의 직업을 소개한다.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직업탐색의 날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다.

 # 골고루 공부 잘하는 학교

 장 신부는 "살레시오고는 명문대에 진학하고,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직업을 가져야만 성공한 것이라고 가르치지 않는다"면서 "다양한 직업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도록 여러 가지 길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학교를 집같이 생각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하다보니 성적도 좋은 편이다. 2006년에 이어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선정한 광주광역시 최우수 학교로 뽑혔고, 지난 몇 년간 수학능력시험 상위권 학생 비율이 전국에서 손꼽힌다.

 살레시오고는 신앙을 강요하진 않지만 자연스럽게 한 해 학생 30~40명이 꾸준히 세례를 받을 정도로 복음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살레시오고의 모든 학생들은 매일 아침 `주님의 기도`를 바치며 하루를 시작한다. 또 금요일에는 교내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한다. 출신 사제는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를 비롯해 어느덧 70명을 넘어섰다.

 장 신부는 "소위 명문대라 불리는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우리 학교 학생들은 골고루 공부를 잘 한다"면서 "학생들에게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학교가 될 수 있도록, 또 착하고 공부도 잘 하는 학생을 키워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0-12-19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7. 6

마태 18장 22절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