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생명/생활/문화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가난한 청각장애인에게 소리 선물

대학생들이 세운 사회적 기업 ''딜라이트''가 꿈꾸는 세상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가난 때문에 듣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 우리가 만들어 가겠습니다!"
원준호 공동대표(왼쪽부터), 김정현 대표, 사원 최유정(유스티나)씨가 딜라이트에서 생산한 보청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우연히 딜라이트를 알게 됐고, 반신반의하며 보청기를 구입했습니다.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20년 가까이 세상과 단절된 채로 살던 엄마가 이제야 세상과 정상적인 소통을 하고 계십니다. 참 엄청난 변화였습니다.(대구에서)"

 부천 가톨릭대 성심국제캠퍼스 내 창업보육센터에 자리 잡고 있는 보청기 제조업체 `딜라이트` 사무실 한 쪽 벽은 고객들이 보내온 감사편지로 가득하다.

 딜라이트는 가난한 청각장애인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보청기를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고객 대부분은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등 형편이 여의치 못한 이들이다. 현재 김정현(필립보, 가톨릭대 경영학과 4) 대표를 비롯한 대학생 8명이 딜라이트를 이끌어간다.

 2009년 딜라이트를 설립한 김씨는 대표보다는 아직 학생이라는 호칭이 훨씬 자연스러운 앳된 얼굴의 25살 청년이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해야겠다고 늘 생각했어요. 어르신들이 생활하는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귀가 어두운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런데 보청기를 사용하는 어르신이 거의 없었어요. 보청기 값이 너무 비쌌던 거죠."

 출발은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창업기획서를 만들어 여러 공모전에 제출했지만 `보청기 시장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지원금에 의존하는 사업은 지속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했다. 포기하지 않고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다. 마침내 2009년 6월 서울시 `2030 청년 창업 프로젝트`에 선정돼 받은 지원금으로 딜라이트를 설립했다.

 딜라이트에서 만든 보청기는 가격이 34만 원이다. 시중에서 저렴하다고 할 수 있는 보청기(디지털형)가 90만 원, 최고급 제품은 600만 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34만 원은 어찌 보면 믿기지 않는 가격이었다. 딜라이트의 보청기 가격에는 특별한 의미가 숨겨져 있다.

 현재 기초생활수급 청각장애인이 보청기를 살 때 나라에서 34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돈은 시중에서 파는 보청기를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가난한 청각장애인에게 보청기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원준호(안토니오, 연세대 경영학과 4) 공동대표는 "기존 보청기는 대부분 수입품이고 맞춤형이다. 또 대리점 임대료와 인건비, 광고비, 복잡한 유통구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면서 "딜라이트 보청기는 복잡한 유통과정을 없애고 표준화를 통해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고 밝혔다.


 
▲ 한 직원이 사무실을 방문한 어르신의 귀를 보며 치수를 재고 있다.
 

 딜라이트 보청기 품질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고가 제품 못지않다. 특히 귀걸이형 보청기는 디지털 2채널ㆍ4채널 보청기로 성능과 부가기능이 기존 제품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제조ㆍ판매 허가를 통해 내구성도 인정 받았다.

 지난해 말 한 대형 할인점이 튀김닭 `통큰치킨`을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하다가 다른 튀김닭 판매 업체ㆍ상인들 항의에 밀려 1주일 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34만 원이라는 파격적 가격을 내걸고 있는 딜라이트도 통큰치킨과 비슷한 수난을 겪고 있다.

 김 대표는 "요즘 딜라이트가 제법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에서 항의를 받고 있다"면서 "다른 보청기회사 대표들에게 딜라이트는 그들과 고객층이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딜라이트 보청기 고객은 시중에 판매되는 보청기를 살만한 능력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게 김 대표 생각이다. 고객층이 겹치지 않아 저가 정책으로 인해 기존 업체가 피해를 본다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보청기는 공공재 성격이 더 강한데, 돈을 벌기 위한 상품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업이 힘들 때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학교에 있는 성당에 가서 기도를 바치면서 `돈이 없어 듣지 못하는 외로운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초심을 되새기곤 하죠. 앞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걸 알지만 하느님께서 주신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가톨릭평화신문  2011-01-09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7. 6

시편 145장 19절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의 뜻을 채우시고 그들의 애원을 들으시어 구해 주신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