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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계 고등학교를 가다] <8> 무학고등학교

사교육 능가하는 공교육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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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학고등학교 학생들은 사교육을 접할 수 없는 농촌 지역에서 사교육을 능가하는 공교육을 받고 있다.
 


방과 후 학교 첫 도입... 학생이 과목 선택
설립자 이임춘 신부 교육철학 이어받아  



 "얘들아, 일어나라!"

 새벽 6시 경북 경산시 하양읍 무학산 자락에 있는 무학고등학교(대구가톨릭대 사범대학 부속) 기숙사. 이성일(요한 세례자) 교장이 교사 10여 명과 함께 기숙사를 돌며 일일이 학생들을 깨운다. 아침 잠에서 깨어난 학생들은 세수를 하고 도서관으로 이동해 책을 편다. 기숙사에는 전교생 914명 중 280여 명이 생활한다.

 `공교육의 희망` `교사들의 열정이 일냈다` `학생이 선택하는 맞춤 교육` 등으로 수차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는 무학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침 풍경이다.

 "사교육을 접할 수 없는 지역에서 사교육을 능가하는 공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고등학교들은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지만 저희들은 농촌 지역의 평범한 아이들을 가르칩니다."(박경현 교감)

 박경현(프란치스코) 교감은 "물론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맞춤 교육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지만 학생들을 위주로 생각하는 교사들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는 농촌 지역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자는 설립자 이임춘(1927~1994) 신부의 정신을 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무학고는 2003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생들이 교사를 선택하는 `방과 후 학교`를 도입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원하는 교사와 과목을 선택해 공부할 수 있도록 한 것. 무학고는 학생 수가 부족한 강좌는 과감히 없앴다.

 8년째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무학고는 이 제도를 잘 정착시켜 공교
육의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방과 후 학교를 비롯해 학생 능력과 교과의 특성을 반영한 실질적 수준별 수업을 통해 4년제 대학 진학률 100라는 놀라운 성과도 거뒀다.

 박 교감은 "방과 후 학교 도입 당시 전국에서 3000명이 넘는 교사들이 학교를 방문했지만 이 제도를 제대로 정착시킨 학교는 많지 않다"면서 "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을 생각하는 교사들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무학고 교사들은 학생들을 먼저 생각한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을 깨우기 위해 새벽에 출근하고 보충수업을 해주느라 늦게 퇴근한다.

 1999년부터는 교사 40여 명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
급하는 `사도 장학회`를 운영한다. 해마다 300만 원 가까운 돈을 장학금으로 전달하고 있다.

 무학고가 `사랑과 창조, 봉사`라는 교훈에 걸맞게 인성교육의 장이자 공교육의 산실로 숨쉴 수 있는 건 가톨릭 정신 때문이다. 종교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교사 모임 `펠릭스회`를 비롯해 가톨릭 학생 동아리 셀(CELL)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또 기숙사 베드로관에서 따로 숙식하는 소신학생 20여 명이 일반 학생들과 섞여 지내며 가톨릭의 향기를 전파하고 있는 것도 자랑거리다.

 설립자 이임춘 신부가 교장으로 지낼 당시 교사였던 이성일 교장은 "이 신부님은 가진 것을 모두 환원하라고 하셨다"며 "교사가 가진 지식과 사랑을 학생들에게 다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임춘 신부는 `교육만이 가난의 대물림을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무학중(65년)ㆍ고등학교(74년)를 설립해 선종할 때까지 학교장으로 지냈다.

 이 교장은 10년 동안 추운 학교 복도 끝을 막아 사제관으로 썼던 설립자 신부의 열정과 헌신을 회고하며, 눈물을 닦았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희생과 헌신, 사랑을 보여줘야 합니다. 학생들은 가르치는 대로 성장하지 않고, 보여지는 대로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 교장은 "새벽부터 자정 무렵까지 자신을 찾아오는 학생들 곁을 지키는 선생님들로 인해 무학고 아이들은 사교육이 위세를 떨치는 교육 환경 속에서도 경쟁에서 당당히 앞서가고 있다"며 "아름다운 희망을 품고 있는 학생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온 마음으로 함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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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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