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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아키타현 아키타시 쯔치자키본당 김일 보좌신부가 20일 봉헌한 미사 중 실의에 빠진 신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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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키타현 아키타시 쯔치자키본당 김일(오딜론, 말씀의선교수도회) 보좌신부입니다. 선교사제로 3년 전 일본에 파견돼 지난해 아키타에 오게 됐습니다. 아키타는 일본 동북지방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성당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유치원 수업 후 저녁까지 맡겨진 아이들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늦은 오후 지진 발생과 동시에 성당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사제관에서 나와 유치원 교사와 아이들을 데리고 대피했습니다. 곧이어 전기가 끊겼고, 계속되는 여진에 학부모들이 급히 성당으로 달려와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날 밤은 전기도, 뉴스도, 난방도 끊겨 칠흑 같았습니다. 다행히 아키타현에는 큰 피해가 없었지만 계속되는 불안감에 대형마트 식품 판매대도 점점 비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큰 피해를 입은 바로 옆 현에서 들려오는 암담한 소식에 어떻게 하면 피해를 입은 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계속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다행히 17일 아키타현 누리방을 열어보니 지원물품을 받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당장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 사용하지 않는 옷가지며 수건을 싸들고 현청(縣廳)에 가니 많은 사람이 가져온 물건을 정리하느라 일손이 부족하더군요. 오후에는 내내 그곳에서 지원 물품이 담긴 상자를 옮기며 뒤처리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지난 주일(20일)에는 본당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주일뿐 아니라 평일에도 희생자들과 지금도 추위와 슬픔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피해자들을 위해 계속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이곳 신자들은 차분함 속에서 슬픔과 고통을 잘 참아내고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여러분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이웃나라 일본을 위해서 기도해 주시고, 도와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그동안 긴 역사의 앙금 속에서 많은 상처를 갖고 지내왔습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고 말씀하신 위안부 할머니 말씀이 떠오릅니다. 네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 말씀을 실천할 의무가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바로 지금 어려움에 부닥친 이웃에게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저 역시 그런 마음으로 이곳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고, 그런 마음으로 여러분께 부탁합니다.
금전적 지원은 각 교구 차원의 모금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혹시 도움을 주시고 싶으신 분은 제 전자우편(odilus@daum.net)으로 연락해주시면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현재 시시각각 바뀌는 현지 사정으로 모집 물품이 매일 바뀌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피해지역으로 가서 직접적 지원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기다리고 있을 따름입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피해지역 주민들은 대피소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기도와 도움 하나하나가 그분들에게는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부디 여러분의 많은 기도와 협조를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