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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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카메라, 꿈꾸는 아이들-상] 사진 한 장에 담긴 부룬디 아이들의 꿈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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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티오브영맨 학교 학생들이 한국에서 인화해 공수해온 사진을 받아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속에는 이들이 뷰파인더로 바라본 세상이 담겨있다.
 

 
▲ 아이들은 사진을 통해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을 느낀다.
 꿈꾸는 카메라를 통해 아이들의 꿈도 한뼘 더 커졌기를.
 

   # 손에 쥔 생애 첫 사진


   7살 짜리 꼬마 패션스가 웃는다.

 아이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연방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옆 짝꿍에게 벌써 사진 자랑을 늘어놓는다.

 난생 처음 자신의 사진을 손에 쥔 패션스는 이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은 듯하다. 사진 속에는 패션스가 일회용 카메라로 찍은 코흘리개 동생, 일하느라 바쁜 엄마,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들꽃, 왁자지껄 소란한 교실 풍경이 소담스럽게 담겨있다.

 아프리카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부룬디. 수도 부줌부라에서 30분간을 달려 도착한 부테레레(Buterere)에 있는 시티오브영맨(City of Youngman) 학교에 모처럼 웃음꽃이 만발했다.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팀이 지난 1월 갖다준 일회용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한국에 보낸 아이들은 이제나 저제나 사진이 도착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차풍(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국 차장) 신부와 봉사자들이 5일 오전 사진을 한아름 안고 교실에 나타나자 환호성이 터졌다.

 아이들은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한참을 들여다봤다. 조그만 손가락으로 사진 속 피사체를 짚어가며 가족을 소개하는 아이들은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한 아이가 수줍게 말했다.

 "빨리 집에 가서 엄마랑 동생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이걸 보면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


  # 약속, 그 이상의 가치


 "왜 돈이나 학용품이 아니고 카메라예요?"

 사람들이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팀에게 묻는 질문이다. 사실 궁금하기도 할 것이다. 당장 하루 세 끼가 궁핍한 부룬디 아이들에게 카메라라니. 자칫 아프리카의 현실을 모르는 선행(善行)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차 신부는 자신 있게 대답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를 향한 꿈입니다. 꿈이 없으면 희망도 없는 겁니다. 아무리 현실이 어렵더라도, 꿈을 꾸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으면 고난을 헤쳐갈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그런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겁니다."

 차 신부는 2009년 잠비아 무탄다와 메헤바 지역 아이들에게 일회용 카메라를 전달하는 것으로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동안 부룬디와 몽골 등을 찾아가 2700여 명의 아이들에게 `꿈`을 선물했다. 차 신부는 기업체(코닥) 후원 덕에 일회용 카메라를 무료로 지원받아 아이들 손에 쥐어주고 있다.

 일회용이더라도 카메라라는 물건을 난생 처음 만져보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뷰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자신의 일상을 담아낸다. 그리고 스스로 찍은 사진을 통해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취지다.

 차 신부는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선물할 때마다 "사진을 인화해서 꼭 갖고 오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모아서 보낸 일회용 카메라가 국제화물로 도착하면 약속한대로 인화해서 직접 갖다준다.

 `꿈꾸는 카메라` 일행이 시티오브영맨 학교를 찾아간 날은 공교롭게도 한국의 어린이날과 맞아떨어졌다. 부룬디 아이들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날이지만, 우리 일행에게는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한국 아이들은 부모 손을 잡고 놀이공원에 가거나 한아름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이날, 지구 반대편의 아이들은 끼니를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가도 중노동 수준의 일을 해야만 저녁을 먹을 수 있다.

 "화성! 화성!"

 마침 한 아이가 어눌한 발음으로 일행 중 사진촬영을 담당하는 이화성(39)씨를 불렀다. 지난 1월 카메라를 나눠주러 방문했던 이씨를 기억하는 아이였다. 두 사람은 반가운 마음에 서로 부둥켜안았다. 아이는 "네 사진을 갖고 5월에 다시 오겠다"고 손가락 걸고 했던 약속을 잊지 않고 찾아와 준 한국인 친구가 고마울 따름이다.

 비단 이 아이뿐만이 아니다. 꿈꾸는 카메라 일행이 승합차에서 내리자마자 구름같이 몰려 온 아이들은 모두 `1월의 약속`을 기억하는듯했다. 그 약속을 목 빠지게 기다렸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우리가 학교가 들어서자 교사들은 내심 놀라는 눈치였다. 과연 사진을 인화해서 다시 찾아올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이들이 찍은 100여 개의 일회용 카메라에서 인화한 사진 2000여 장을 받아든 교사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5학년 B반 담임교사 이좀포자 에스페란스씨는 "아이들이 사진이 언제쯤 도착하느냐고 시도때도 없이 물어보는 통에 고역(?)을 치렀다"며 "아이들과의 약속을 잊지 않고 다시 찾아와준 차 신부님과 일행에게 깊은 감사한다"고 말했다.
 아이들 이름표를 붙여온 사진봉투가 담임교사들에게 전해졌다.

 "제니스!" "패트릭!"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돌진하듯 담임교사 앞으로 뛰어갔다. 책상 밑에 자어가 조심스레 사진을 꺼내보는 아이부터 책상에 사진을 늘어놓고 친구들을 부르는 아이들까지, 반응은 제각각이지만 함박웃음을 짓는 표정만은 똑같다.

 사진은 아이들에게



가톨릭평화신문  201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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