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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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카메라, 꿈꾸는 아이들-중] 카메라로 물꼬를 튼 사랑

"1년 5만 원 후원으로 아이들 ''꿈'' 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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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꾸는 카메라` 관계자들은 2009년 10월 잠비아 무탄다와 메헤바 지역 아이들에게 일회용 카메라를 전달하는 것을 시작으로 부룬디, 몽골 등을 찾아 2700여 명의 아이에게 `꿈`을 선물했다. 3~10일, 부룬디 아이들이 찍은 사진을 인화해 다시 부룬디를 방문한 꿈꾸는 프로젝트 일행에 합류한 것은 행운이었다. 뷰 파인더를 통해 희망과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을 만날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아이들의 꿈과 희망의 이야기를 `사진 한 장에 담긴 부룬디 아이들의 꿈`(5월 22일자)에 이어 `카메라로 물꼬를 튼 사랑` 그리고 `너희의 꿈, 이뤄지도록 도와줄게!`등 세 번의 연재를 통해 가득 담았다.



# 바나나 한 개만 주세요



 
▲ "꼭 대학에 가고 싶어요!"
엔고지교구 부라니로본당에서 장학생으로 선발된 청소년들이 차풍 신부, 램버트(맨 오른쪽) 신부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7일 부룬디 수도 부줌부라에서 2시간여 떨어진 산골 마을 카얀자(Kayanza)를 찾아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해발 1600m에 있는 마을에 가려면 울퉁불퉁한 흙길을 달리고 또 달려야 했다.

 차창 밖으로 바나나를 파는 노점상이 보였다. 일찌감치 아침식사를 해서 출출하던 차에 잘됐다 싶어 바나나를 사서 입에 넣으려는 순간, 그새 동네 꼬마들이 달려왔다. 그저 처음 보는 동양인이 신기해서 달려왔나 했더니 웬걸, 아니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집게손가락을 수줍게 펴들고 손을 내밀었다. 바나나 한 개만 달라는 표시였다. 그 순간 `어, 너희들은 바나나 매일 먹잖아?`하는 생각이 들어 동행한 램버트(지테가대교구장 비서) 신부를 쳐다봤다. 램버트 신부는 "아이들 집에서 바나나 농사를 지어도 내다 팔 분량만 따기 때문에 제대로 익은 바나나는 구경도 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룬디 국민 중 25가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내전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2007년 대홍수까지 겪어 국가 경제가 말이 아니다.

 아이들 손에 바나나를 가득 들려주고 떠나는 마음이 무거웠다.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는 가난 앞에서 `꿈꾸는 카메라` 일행은 말을 잃었다.



# 눈망울엔 `작은 희망`



 
▲ 부룬디 아이들이 1대 1 결연을 위한 질문지를 꼼꼼하게 채워넣고 있다.
 



 "돈도 돈이지만 전기가 부족해서 아이들이 방과 후에는 도통 공부를 할 수 없어요. 게다가 허기(虛飢)도 문제예요. 아이들이 진득하게 집중해서 무언가를 하기가 어려워요."

 우리 일행을 맞이한 엔고지(Ngozi)교구 부라니로(Buraniro)본당 찰스 주임신부가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1월 꿈꾸는 카메라 일행의 부탁을 받고 본당 청소년 중 장학생 17명을 선발해 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산골에서 나고 자라 외국인을 볼 기회가 거의 없던 본당 아이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분명 좋은 일인 것 같긴 한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차풍(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국 차장) 신부를 비롯한 일행은 준비해간 질문지를 꺼내 아이들에게 물었다. 한국 후원자와 1대 1 결연을 맺어주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였다. "꿈이 뭐냐?","어느 대학에 진학하고 싶냐?"는 등의 질문에 아이들은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부라니라대학에 입학하고 싶어요!"

 "키가라막대학에서 불문학을 공부하고 싶어요."

 저마다의 꿈이 확고해 보였다.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은 `작은 희망`으로 반짝거렸다. 이스 클로디나(16)양은 "다른 걱정 없이 공부만 하는 게 유일한 소망"이라며 "책을 많이 읽고 싶은데 구할 길이 없어 속상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꿈이 있어도 최빈국 부룬디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꿈을 접어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부룬디 국민의 6만이 도시에서 거주하며, 그 중에서도 2~3만이 전기와 깨끗한 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통계가 가난한 현실을 말해준다. 부룬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50달러로 인구의 90가 절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이 산골 아이들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해가 떨어지면 잠자리에 들기 바쁘다. 책을 읽을 수도, 꿈을 되뇌며 일기를 쓸 수도 없다.

 차 신부는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까지 부룬디 아이들을 후원해줄 사람을 10여 명 찾았다. 하지만 이곳 아이들 사정을 생각하면 후원자는 턱없이 적다. 후원자들은 매년 아이들 1년 학비 3만 원에 학용품 구입비을 2만 원을 얹어 지원하기로 했다.

 꿈꾸는 카메라 봉사자 정신후(블라시아, 26)씨는 "한국에서 쉽게 써버리는 액수가 이곳 아이들에게는 1년 학비라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하다"라며 "많은 이들이 부룬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램버트 신부가 한국 후원자들과 아이들 사이에서 `사랑의 징검다리`가 돼주기로 했다. 부라니로본당 출신인 램버트 신부는 "아이들이 후원자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메신저 역할을 열심히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꿈꾸는 카메라 일행은 "너희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며 아이들과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은 무거웠다. 빈곤 탈출은 아프리카 대륙의 해묵은 과제이지만, 부룬디는 그 과제가 몇 배나 더 벅찰 수밖에 없다.


# `노란 병아리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1-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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