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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교지에서 온 편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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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남서부에 위치한 작은 나라 코트디부아르에서 선교활동 중인 살레시오수녀회 박옥현(체칠리아) 수녀가 반(反) 프랑스 소요사태가 일어난 현지 상황을 전하면서 한국 신자들의 기도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왔다. 지난달 10일을 전후해 전자우편으로 도착한 편지 3통을 요약한다.

 #11월 8일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일주일 전부터 다시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밤낮으로 총성이 울려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5일 오후 3시께 미니버스 운전기사가 모처럼 소풍나간 수녀님과 수련자 23명을 데리러 갔다가 그냥 되돌아왔습니다. 프랑스군 본부 근처에서 총성이 들리고 정부군이 자동차를 빼앗는 등 난리가 났다면서 잔뜩 겁먹은 채 되돌아 온 것입니다. 그 때문에 소풍나간 수녀님들은 시내로 들어오지 못하고 근처에 있는 가르멜 기숙학교에서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자이레로 떠나기 위해 공항에 나간 수녀 2명은 공항에 억류됐다가 현재 프랑스군 본부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입니다.
 이번 사태는 2년전 발생한 군부 쿠데타가 내전으로 비화되면서 나라가 두동강나는 바람에 일어났습니다. 그동안 프랑스군을 비롯한 유엔평화유지군이 주둔해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서 완충역할을 해왔는데 정부군이 전투기를 동원해 북쪽 반군 점령지역을 폭격했습니다. 무고한 사람들이 많이 죽었습니다. 그러자 프랑스군은 정부군 전투기를 즉각 폭파시켰습니다.

 정부군은 매스컴을 동원해 프랑스가 반군 편을 들고 있다고 선전하면서 반불(反佛) 감정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프랑스가 코트디부아르 국민을 몰살시키려 한다는 등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합니다.

 이로 인해 프랑스인들에 대한 원성이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특히 피끓는 젊은이들은 백인들을 공격하고 닥치는 대로 훔치고 부수고 죽이는 등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곳 외국 대사관들은 이미 자국민 대피령을 내렸습니다. 총장 수녀님도 제3국 피신을 고려해 보라는 전갈을 보내오셨습니다.
 오늘 그 때문에 수녀님들과 회의를 했습니다만 우린 떠나지 않기로 결론내렸습니다. 전기와 물이 끊기지 않은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총성이 울리면 울릴수록 주님께서 우리를 지켜주고 계신다는 믿음이 강해집니다. 코트디부아르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11월 11일
 정부 선동으로 거리에 나온 젊은이들이 눈에 띄는 백인들을 때리고 죽이고 백인 상점들을 마구 약탈하는 등 아비규환입니다.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고 직업도 없는 무지한 젊은이들입니다. 프랑스 군본부로 피신한 수녀님 2명은 사흘만에 프랑스 군인들 호위를 받으며 수녀원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느님 도우심 덕분입니다.

 오늘 점심 때 수녀원 담장 바로 옆에서 총소리가 무섭게 울렸습니다. 우린 바닥에 납작 엎드려 숨 죽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혼란을 틈타 약탈을 일삼는 강도 8명을 향해 무장경찰들이 발포한 것입니다. 한명이 즉사하고 두명은 부상당하고 나머지는 도주했다고 합니다.
 수녀원 2층 창문에서 내려다보니 강도 시체가 햇볕 뜨거운 오후 내내 길 한가운데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와서 방금 전에 싣고 갔습니다.

 프랑스가 현 정부를 무너뜨리고 임시정부를 세울 계획이라는 소문이 떠돕니다.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국제법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도밖에 없습니다. 평화의 모후 성모 마리아께 기도합니다. 평화를 빌어주십시오.
   #11월 13일  한국에서는 뉴스가 어떻게 보도됐는지 모르겠으나 이곳 상황은 참으로 심각합니다.

 이곳 사람들은 프랑스가 과거 식민통치도 모자라서 이제는 아예 말살하려고 한다면서 백인들을 보면 광기(狂氣)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 때면 총칼보다 더 무서운 것이 혼란을 틈타 부수고 불지르고 빼앗는 젊은 폭도들입니다. 프랑스 군본부에 피신해 있는 백인들은 자국에서 비행기가 도착하는대로 속속 떠나고 있습니다. 한국교민도 주말에 배편을 이용해 이웃 가나로 떠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교사들은 남아 있기로 했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이 척박한 땅에 한 알의 복음이라도 더 심기 위해 남아 있는 우리를 하느님께서 보호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곳 대통령이 더 강력한 전투기를 샀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정권을 지키기 위해 무고한 국민을 볼모로 잡고 프랑스와 전쟁을 하려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모처럼 조용했습니다. 이 평온이 태풍 전야의 그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불안감을 떨칠 수 없습니다.

 생명의 주인은 하느님이십니다. 그분 손에 우리 선교지향은 물론 목숨까지 맡겨 드립니다. 우리 선교사들 기도에 함께 해주시길 청합니다. 전기와 전화가 끊어지기 전까지 기회 닿는대로 소식 전하겠습니다.


 박옥현(사진) 수녀는 15년째 아프리카 선교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선교사. 1975년 수녀회에 입회해 87년 종신서원하고 89년 아프리카 자이레로 떠났다. 자이레 선교 도중 내전이 일어나 벨기에로 추방됐다가 코트디부아르로 선교지를 옮겼다. 현재 현지 기숙학교에서 아프리카의 희망 인 젊은이들에게 양재 등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박 수녀는 유럽쪽에서 보내주는 후원금이 급격히 줄어 기숙학교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한국교회 신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는 호소를 편지 말미에 덧붙였다.

후원성금 계좌: 국민은행 028-21-1042-895(예금주 박옥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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