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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교회, 신자 신원의식 부족

스페인 작은 마을 산미구엘본당 주임신부에게 들어본 스페인교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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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한 한국 신부들과 함께한 빈센테(오른쪽 두번째) 신부.
 
 가톨릭 산실인 유럽교회가 정체돼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생생한 현실이 궁금했다.

 지난달 막을 내린 마드리드 세계청년대회 취재 도중, 서울대교구 청년들이 교구의 날을 진행한 스페인 코르도바교구 빌라누에바 마을 산미구엘본당 후안 빈센테 주임신부를 만나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빈센테 신부는 "스페인은 국민 대부분이 신자이긴 하지만 정작 신자답게 살아가는 신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아쉬워하며 스페인교회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빈센테 신부는 "현재 스페인교회는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고 있다"는 뜻밖의 말부터 꺼냈다.

 인구 90 이상이 가톨릭신자인 나라에서 가톨릭교회가 박해를 받고 있다니….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빈센테 신부 이야기를 들으며 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에 점점 고개가 끄덕여졌다.

 스페인 정부는 교회가 생명문제 등 사회문제에 관여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한다. 또 천주교를 `구시대 유물` 정도로 여기는 국민들이 무척 많다고 한다.

 스페인 정부는 2005년 동성혼을 합법화하고 지난해에는 임신 14주 내 제한 없는 낙태를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키는 등 가톨릭 교리에 반하는 반생명 정책을 펴고 있다. 문제는 교회가 정부의 반 생명정책 등 `나쁜 정책`에 맞서는 목소리를 거의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빈센테 신부는 스페인 사제들은 사회문제보다 해외선교에 더 관심이 많다고 했다.

 복음화율이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 한국에서도 교회가 낙태와 같은 반생명적 문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정책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국민 대부분이 신자이고,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인 역시 대부분이 신자인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빈센테 신부는 스페인 신자 대부분이 `BBCE`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BBCE`는 Bautismo(스페인어로 세례), Boda(결혼), Communion(첫영성체), Enrierro(장례식)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로, 평생 동안 단 네 번만 성당을 찾는 신자를 일컫는다.

 빈센테 신부는 "전체 신자 중 2/3 가량은 (유아)세례를 받을 때, 결혼할 때, (첫)영성체를 할 때, 장례식을 할 때만 성당을 찾는다"면서 "이런 신자가 많다 보니 신자라고 해도 그 사람이 교회 가르침에 따라 행동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빈센테 신부는 "가톨릭 신자는 걸어 다닐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자신이 신자라는 생각을 갖고 살아야 한다"며 "하지만 스페인 신자 대부분은 필요할 때만 성당을 찾는다"고 아쉬워했다.

 다시 말해 신자들 신원의식이 무척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치인 대부분이 신자임에도 반생명적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빈센테 신부는 "스페인에는 천주교 신자이지만 천주교 신자가 아닌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말로 스페인교회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청년들 신앙생활은 어떨까. 기자가 "한국교회도 주일미사에 꾸준히 참례하는 청년 신자는 100명 중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말하자 빈센테 신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기자 손을 덥석 잡으며 "스페인교회도 똑같다"며 격하게 공감을 표현했다.

 빈센테 신부는 스페인교회는 `새로운 복음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BBCE` 신자들이 `진정한 신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복음을 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신자들에게 새로운 복음화의 필요성을 늘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빈센테 신부와 인터뷰는 예정했던 시간(30분)을 넘겨 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그는 교구의 날 행사 기간에 만난 한국 청년들에 대해 "무척 예의가 바르고, 신부 말에 순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빈센테 신부는 인터뷰를 마치며 "기사에 스페인교회를 대표하는 신부가 아닌, `스페인 시골마을 작은 본당 주임신부가 한 말`이라고 꼭 적어 달라"고 부탁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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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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