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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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가 여학교 찾아간 까닭은?

서울 대치2동본당, ''떡볶이 프로젝트-시즌2''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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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우(왼쪽) 신부와 교사들이 은광여고 학생들과 피자를 먹으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은광여고 정문에 수상한 남자들이 떴다. 두리번거리며 하교하는 여고생들을 잡아끄는 이들은 대치2동본당 박민우 보좌신부와 주일학교 교사들.

 이들이 학교를 찾은 것은 `떡볶이 프로젝트`를 위해서다. 떡볶이 프로젝트는 성당 주변 학교를 찾아 본당 주일학교 학생들과 함께 간식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주변 중학교를 찾아갔던 이들은 올 들어 고등학교를 도는 프로젝트 `시즌2`를 시작했다.

 교문 앞에서 기다리는 박 신부를 발견한 학생들이 "신부님!"을 외치곤 손을 흔들며 달려온다. 학교에서 만난 의외의 얼굴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짓기도 한다.
 이 반가운 재회를 즐기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학교 보안요원은 물론 학생들도 위험한(?) 사람들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이들을 바라봤다. 박 신부는 특히 여학교에 방문할 때는 쏟아지는 눈길에 얼굴이 화끈거린 적도 많았지만 여러 번 하다 보니 이제는 나름 요령이 생겼다. 박 신부가 쑥스러움을 감수하면서 학교를 찾게 된 것은 평일에도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다.

 "학생들이 성당으로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제가 먼저 아이들 삶의 자리로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신부님도 청소년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어요."

 정문에서 만난 이들은 학생들이 추천하는 학교 앞 맛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가끔 햄버거나 짜장면을 먹기도 하지만 주 메뉴는 역시 떡볶이다. 이날은 분식집이 붐벼 가까운 피자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학생 10여 명과 교사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쉴 새 없이 수다를 쏟아낸다. 박 신부가 미사 주례하랴, 주일학교 살피랴 바빴던 주일에는 들을 수 없었던 소소한 일상의 얘기들이다.

 "더위가 한 풀 꺾여서 공부할 때 덜 힘들겠네." "에어컨 틀면 여름에도 견딜만해요." "뭐? 교실에 에어컨이 있니?" "3D TV도 있는 걸요?" "이럴 수가…."

 자리에 함께한 교사들은 수능이 6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며 초조해하는 고3 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입시제도, 교복 디자인, 성적 고민 등 사소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서로 간 이해는 깊어지고 어색함은 잦아든다.

 박 신부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신부와 학생, 교사와 학생 간 거리감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가까이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100명이 넘는 주일학교 학생들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안부를 물을 수 있게 됐다. 교사들도 자신이 챙겨야 할 동생(학생)이 생겼다는 생각에 책임감이 더 커졌다.

 이세영(마리아, 고1)양은 "신부님과 선생님들이 저희를 다 챙겨주시니까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도 성당에 빠지지 않게 됐다"고 즐거워했다.

 피자와 함께 수다를 끝낸 학생들은 학원ㆍ학교ㆍ독서실로, 교사들은 아르바이트 장소로, 박 신부는 성당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돌아가는 이들 발걸음은 함께 나눈 수다만큼이나 경쾌해보였다.

김은아 기자
euna@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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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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