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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미스월드코리아 김혜원(비비안나)씨

소리 잃은 세상에서 꿈으로 희망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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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신문 독자 여러분, 사랑해요!"
국내 첫 청각장애인 미스월드코리아가 된 김혜원(비비안나)씨가 수화로 독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예전 모델예술학부 특별장학생 뽑혀
11살 때 혼자 농아선교회 찾아가 영세
홀몸 어르신 가정 등 찾아다니며 봉사
"세계적 모델 위해 국제수화 배워야죠"

   신체적 장애를 딛고 꿈을 키워가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 여름 국내에서 처음 개최된 미스월드코리아대회에서 5위를 차지한 청각장애 2급 김혜원(비비안나,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 20)씨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6일 서울 가양동 한국예술종합전문학교(이하 한예전)에서 만난 김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게 즐거운듯 시종 밝은 표정이었다. 그는 손을 바삐 움직이며 자신을 소개하다가 기자가 세례명을 묻자 "비비안나"라고 외쳤다. 그가 발음할 수 있는 단어는 고작 몇 개밖에 안 되지만 표정은 당차다. 수화통역사 최은경(프란치스카)씨가 옆에서 인터뷰를 도와줬다.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좋아해요. 그래서 `겁 없이` 미스월드코리아대회에 출전했는데 5등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불과 몇 달 전만해도 국립 농아학교 교복을 입은 소녀였던 김씨는 올해 한예전 모델예술학부에 특별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모델의 꿈을 향해 첫 발을 내디딘 셈이다.

 그는 선천성 청각장애인이다. 호기심도 함께 갖고 태어났는지, 어렸을 때부터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면 거기에 뛰어들어야 직성이 풀렸다. 그래서 수영, 암벽등반, 난타, 액세서리 공예 등 취미와 특기가 다양하다.

 "모든 활동은 집중력과 느낌으로 해요. 난타를 할 땐 북 울림과 교감해야 하구요, 암벽을 탈 땐 주변을 계속 돌아봐야해요. 그래야 남들과 하나되고, 저를 지킬 수 있거든요."

 11살 때는 부모가 미신자인 상태에서 혼자 가톨릭 농아선교회에 찾아가 신자가 됐다. 주일이면 여동생과 함께 선교회 마당에서 살다시피했다. 주일학교에서 뛰노는 동안 하느님을 알았다. 그 재미를 자신이 다니던 서울 애화학교 친구들에게 전해 급우 30여 명을 선교회로 이끌었다.

 그는 마음씨도 얼굴만큼이나 곱다. 홀몸 어르신 가정, 고아원, 태국 빈민촌 등 어려운 이들이 살아가는 현장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했다. 미스월드코리아대회에서도 다른 사람들은 치장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그는 그들의 널브러진 옷가지를 정리해줬다. 그래서 대회 참가자들은 `천사표 미인`을 더욱더 좋아했다.

 그는 명동성당 등에서 벌이는 농아선교회 홍보 때도 늘 자신의 끼를 발휘해 공연을 주도했다. 한국교회의 유일한 청각장애 사제인 박민서 신부가 사제품을 받을 때도 그 자리에 있었다.

 "박 신부님을 비롯해 모든 분들이 저를 `선교회 마스코트`라며 예뻐해주세요. 예전엔 주변 사람들이 수녀 되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부끄럽기만 하죠.(웃음)"

 그는 열심히 노력해서 모델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모델은 프랑스 청각장애인 모델 소피 부즐리를 보면서 키워온 꿈이에요. 세계 무대로 활약하는 모델이 되려면 국제수화도 배워야겠네요. 이 모든 노력이 어디선가 좌절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희망으로 전해질 거에요."

 인터뷰를 마친 후 그와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 식당 손님들은 그의 미모에 한 번, 수화를 하는 모습에 또한번 힐끔힐끔 쳐다봤다. 하지만 그는 그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내 밝게 웃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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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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