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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성고 예비신학생반 입학 앞둔 세 쌍둥이

닮은꼴 삼형제, 삼인삼색 성소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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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성고 예비신학생반 입학을 앞둔 세 쌍둥이 김동조·동민·동석(왼쪽부터)군.
 
  "어서 입학식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빨리 신부님이 되고 싶으니까요!"

 한목소리로 답하는 김동석(미카엘, 17, 서울 서초동본당)ㆍ동민(가브리엘)ㆍ동조(라파엘)군 얼굴에는 한껏 설렘이 묻어났다. 오는 3월 서울 동성고(교장 박일 신부) 예비신학생반에 입학할 예정인 이들은 예비신학생반 사상 첫 세 쌍둥이다.
 사제 성소를 꿈꾼 것은 막내 동조군이 먼저였다. 그는 고 김수환 추기경 어릴 적 모습을 쏙 빼닮았다. "엄마와 할머니께서 닮았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하셔서 그런지 무의식중에 김 추기경님 같은 신부님이 되고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복사를 하며 사제를 가까이서 지켜본 두 형도 곧 사제 성소를 꿈꾸게 됐다.

 "성당에 빠지면 엄청 혼났어요!"

 세 아들을 하느님 자녀로 봉헌한 집안에 남다른 비결(?)이 있을까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집안에 성직자가 있거나 부모가 본당에서 임원을 맡은 것도 아니지만, 이들 집안에서 기도는 일상생활이었다. 가족이 모이면 늘 묵주기도를 바쳤고, 주일미사 참여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과였다. 세 형제가 성당에 가지 않으면 호되게 혼이 났다. 이들은 "아들들이 신부님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던 엄마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입학을 한 달여 앞둔 삼형제는 설렘만큼이나 부담도 크다. 예비신학생반은 매일 오전 7시 15분에 미사를 봉헌하며 하루를 연다. 서초동에서 혜화동에 있는 학교까지 통학하려면 늦어도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하기에 잠이 많은 셋은 걱정이 태산이다. 큰형 동석군은 "마음만 굳게 먹으면 일어날 수 있다"며 동생들을 책임지고 깨우겠다고 다짐했다. 영국 축구 프리미어리그 팬인 동민군은 새벽에 열리는 시합 중계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볼 정도지만, 학교 생활 적응을 위해 서서히 경기 시청을 줄이고 있다.

 대신학교 입학에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는 학교 성적도 고민이다. 형들은 "신자들을 사목하는데 이차함수가 필요한가요"하고 불평하는 막내를 타박하다가도 "이상하게 영어 단어는 외워도 외워도 자꾸 잊어버려서 큰 일"이라고 한숨을 쉰다. 때문에 삼형제는 올해 목표를 오로지 공부와 기도에 집중하는 것으로 잡았다.

 세 형제는 예비신학생반 입학을 앞두고 1월 1일부터 17일간 캄보디아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동석ㆍ동민군은 현지에서 사목하는 살레시오회 수사ㆍ신부를 보며 해외선교 의지를 다졌다. 동민군은 "어려운 나라가 강해지려면 첫 번째로 청소년교육에 힘써야 한다"며 "이태석 신부님과 같이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신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동물을 사랑하는 동조군은 농촌사목에 관심이 많다. "시골 공소에서 동물을 키우고, 농사를 지어서 신자들과 나누는 푸근한 신부님이 되고 싶어요. 유기농법도 신자들에게 알려주고요."

 이들이 신학교에 진학해 사제품을 받게 되면 한국교회 최초 세 쌍둥이 사제가 된다. "우리가 세계 최초면 교황님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하며 들뜬 동생들에게 큰형 동석군이 의젓하게 말했다. "세 쌍둥이라 주목받고 격려받은 만큼 더 열심히 해야지. 우리 절대로 포기하지 말자!"

김은아 기자
euna@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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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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