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연애 예능 프로그램인 하트 시그널을 열심히 보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자꾸 이 사랑의 작대기를 그리게 되더라고요. 이번엔 제가 정치권의 사랑의 작대기를 좀 그려봤습니다.
▷사랑의 작대기라면 쌍방이냐 일방이냐가 중요한데요. 어떤 인물들을 대상으로 했나요?
▶윤석열 대통령과 양당 대표들로 그려봤습니다. 그런데 항상 보면 판을 뒤집는 메기가 등장하거든요. 그 메기가 누굴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오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하트 시그널이 오갔습니다. 작대기가 일방이 아닌 쌍방이 될 것 같은데요. 양측 모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먼저 제안한 건가요?
▶그렇습니다. 이 대표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로 소주를 마시면서라도 만나서 얘기하고 싶다"라고 말했는데요. 대신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추가경정예산이 대화 의제에 올라야 한단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입장인 거죠. 만나서 밥이나 술 이야기를 한다면 안 만난다. 만나면 꼭 추경 이야기, 민생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거죠.
▷조건이 있는 제안인데, 김기현 대표 어떤 반응 보였나요?
▶김기현 대표, 이 대표의 제안에 대해 하트를 받아줬습니다. 김 대표는 "민생문제 해결을 위한 여야 대표 간 대화는 정말 필요하고 중요하다"며 "이 대표가 뒤늦게나마 필요성을 인정하고 대화 참여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고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화답한 것 같잖아요. 하지만 이에 덧붙인 말이 약간 뼈가 있습니다. 김 대표는 "단순하게 국면 전환, 혹은 시선회피를 위한 립서비스가 되지 않도록 실질 대응 갖춘 대화될 수 있도록 잘 챙겨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지난번에 이재명 대표가 김 대표에게 보여주기식의 회동은 하지 않겠다고 했었잖아요. 이에 똑같이 맞대응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립 서비스, 국면 전환용이라면 안 만나겠단 거죠.
▷이번엔 양당 대표 만날까요? 서로 쌍방 시그널은 오갔는데요?
▶긍정적인 신호는 주고받았지만, 이번 양당 대표의 회동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왜냐면요. 이재명 대표가 대화 의제를 추경으로 딱 정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오늘 오전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경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기 때문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이 대화 주제로 양당 대표가 만나는 게 쉽지 않아 보이는 거죠. 만나기 전에 신경전이 또 한차례 있을 수 있고요.
▷두 사람의 회동 정말 오래전부터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 회동이 언제가 마지막인 거죠?
▶두 사람의 회동, 첫 시작이자 마지막이 언제냐면요. 지난 3월 15일입니다. 그 후로 무려 3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여야 당 대표 서로 한 번도 회동을 갖지 않았어요. 이때가 언제냐면 김기현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되고 나서 이재명 대표를 예방했을 때입니다. 그때 제가 현장에 있었는데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거든요. 비공개 회담 때 웃음소리도 들리고 화기애애했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말이죠. 김기현 대표가 이재명 대표에게 "우리 자주 만나요"라며 "격주 단위로 한 번씩 만나거나, 공개나 비공개 협의로 대화 채널을 계속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제안했거든요. 거기에 대해서 이재명 대표가 공개 발언 때는 따로 언급이 없었지만 비공개 발언 때 "필요한 경우 수시로 보자"고 답했는데 그때가 마지막이 된 겁니다.
▷지난번에 봉하 마을에 만나자는 이야기도 한번 나왔었고, 그 후에 TV 토론회 이야기까지 가지 않았나요? 그건 무산된 건가요?
▶일단 TV 토론회는 물 건너 간 것 같고요. 이번 회동이 성사된다면 비공개로 만날 것 같습니다.
오늘의 회동 제안까지 정말 길고 긴 시간이 흘렀는데요. 일단 첫 시작은 봉하 마을이었습니다. 지난달에 김기현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나란히 앉았거든요. 김 대표가 이 대표에게 "얼굴 한 번 보자. 밥이라도 먹고 소주를 한잔하든지"라고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국민들이 그냥 밥만 먹으면 안 좋아해요"라며 사실상 거절했습니다. .
그런데 이제 보도가 '김기현 대표의 식사 회동 제안에 이재명 대표가 거절', '만나기 불편한 모양' 이렇게 나가게 되다 보니까 이재명 당 대표실에선 "보여주기식의 식사 회동보다 정책 대화를 하자"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여기에 이제 김기현 대표가 정책토론회를 공개적으로 하자면서 TV 토론을 역 제안했고요. 이 토론회가 6월 초에 성사될 것으로 보였는데 흐지부지되어버렸습니다.
▷왜 무산이 된 건가요?
▶국민의힘에서는 TV 토론과 함께 별도의 회담을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서 민주당이 거부감을 드러냈거든요. 국민의힘에선 비공개 회동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입장, 민주당에선 공개토론을 하자는 입장을 서로 고수하면서 열흘이 넘도록 진전이 없었거든요. 또 신경전 한 판이 펼쳐집니다. 이재명 대표는 "국회 로텐더홀에 의자와 책상 놓고 만인이 보는 가운데에서 대화하자"며 "국민의힘이 말로는 회동을 하자면서 실제 협의를 해보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자꾸 미룬다"고 날을 세웠고요.
같은 날 김기현 대표는 "국정 현안을 나누는 자리가 대화의 자리인 것이지, 토론하는 자리가 대화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그러니까 "토론은 하는데 여야 사이에 현안을 협의하기 위한 별도의 자리가 필요하다"는 거죠. 이때가 6월 7일이거든요. 딱 일주일 전의 일인데, 오늘 다시 이렇게 다시 회동 이야기가 나오게 된 건데요.
오늘 포착된 식사 하트시그널을 정리해 본다면 이재명 대표가 하트를 보냈고 김기현 대표가 받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식사 자리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식사 하트시그널, 다음 인물들 노선도 볼까요?
▶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인데요. 이들은요. 좀 이전부터 외길 작대기입니다. 이재명 대표의 작대기만 있는데요.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수차례 영수 회담을 요구해왔죠.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성사된 적은 없었습니다. 내년 총선까지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동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처음부터 야당 대표를 안 만나겠다 그랬던 건 아니고요. 취임 후에 "여야 지도부가 논의해서 면담을 요청할 경우엔 언제든지 응할 용의가 있다"고 했었는데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당 대표가 되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반전된 상황입니다.
여기에 또 미묘한 기류가 있긴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광온 원내대표인데요. 박광온 원내대표는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인물인데, 대통령실로부터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간의 3자 회동을 제안받았습니다. 이때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부터 만나는 게 순리"라며 거절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여기는 윤 대통령의 외길 작대기만 보이네요.
▶네, 그런데 오늘 박광온 원내대표가 야당 대표들과 만나자 제안했으니까 새로운 작대기가 생겼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 원내대표,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중요한 건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야당 대표들을 만나서 비상경제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죠. '야당 대표들' 이 대표도 함께 보자는 건데 이 제안을 윤 대통령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입니다.
▷다음 주제로 넘어가 보면요.
▶김기현 대표, 취임한지 내일 딱 100일 됩니다. 오늘 적극적인 호남 행보를 보였는데요. 오전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방문으로 호남 지역 일자리를 챙기는 모습을 모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비윤으로 분류되는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함께 했는데요. 전당대회 때는 서로 당대표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쳤었는데 오늘은 함께 호남 민심을 챙기는 행보를 보여줬습니다.
▷천하람 위원장, 천하용인 아니었나요? 이제 김 대표와 함께 가는 건가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천 위원장, 김기현 대표의 연포탕에 동참하냐는 질문엔 "연포탕을 오랫동안 끓이면 낙지가 질겨지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구호와 상관없이 당협위원장으로서 당연히 조직원으로서 맡겨진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김 대표는 광주와 전북, 전남 예산정책협의회를 열어 호남 예산을 챙기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예산정책협의회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 주면요?
▶예산정책협의회가 뭐냐면요. 내년도 정부 예산안 편성을 위해서 지역 현안을 점검하는 자리인 건데요. 첫 번째로 호남을 택한 겁니다. 호남은 국민의힘에서 열세 지역이잖아요. 지난번엔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여 민심을 달랬고요. 오늘은 당 대표가 호남 민생과 일자리를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서 민심 굳히기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내일 김 대표, 취임 100일 행사도 진행되겠네요?
▶그렇습니다. 내일 김기현 대표는 비전 발표회를 갖고 국회의원 정족 수 감축 등 정치개혁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이어서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과의 인터뷰 준비돼 있는데요. 김기현 대표 취임 100일에 대해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정아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