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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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의 뉴스공감] 김홍걸·전병헌 "정치 실종 대한민국, 김대중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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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PBC 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

○ 진행 : 김혜영 앵커

○ 출연 :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병헌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회 대변인


[앵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육성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남이 안 하더라도 내가 해야 한다”는 말이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한다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전 메시지를 다시 떠오르게 합니다. 지금부터는 2024년 새해 첫날을 맞아서 우리 정치권에 김대중 정신이 되살아날 수 있을지 정치권을 진단하는 시간 가져보겠습니다.


▷김혜영 : 먼저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오는 6일 일산 킨텍스에서 기념식과 드라마콘서트가 열리는데요. 기념사업회 대변인이신 전병헌 전 의원 모셨습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전병헌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전병헌입니다.

▷김혜영 :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드님이시자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을 지내신 분이죠.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님 함께해 주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김홍걸 : 안녕하세요. 김홍걸입니다.

▷김혜영 : 김대중이라는 세 글자의 무게감이 어마어마합니다. 우리 현대사에 있어서 정말 깊이 뿌리 박혀 있는데요. 두 분은 이름 석자 들으면 어떤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르십니까?

▶전병헌 : 저는 대한민국의 품격을 떠올리게 되고요. 한국의 대표적인 세계적 브랜드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김홍걸 : 저한테는 한편으로는 아버지이시지만, 한편으로는 돌아가신 후에도 계속 교훈을 주시는, 가르침을 주시는 스승님 같은 존재죠.

▷김혜영 : 제가 김대중 전 대통령 정치 행보를 짧게 추려보면요. 일찌감치 정계에 입문해서 40대에 대선후보 되셨고,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셨습니다. 낙선의 아이콘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4번의 도전 끝에 정권교체를 성공시키면서 대통령에 당선이 됐고, 분단 이후에 첫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노벨상까지 받으셨습니다. 혹시 제가 언급한 짧은 부분에 빠져 있어도 두 분이 각자 내 마음 속에 1등으로 꼽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적 어떤 걸 꼽으시겠습니까?

▶김홍걸 : 제가 기억하는 것은 외환위기 극복. 우리가 외환위기를 정말 모범적으로 2년 만에 빨리 극복하지 않았습니까? 취임식 날 중간에 많은 실업자들이 발생하고 어려움을 국민들이 겪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다가 좀 울먹이시는. 그래서 취임사를 중간에 잠시 중단하시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날 밤에 제가 인사드리러 청와대를 들어갔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청와대 첫 날밤이면 다들 희희낙락할 분위기여야 되는데 엄숙한 표정으로 ‘우리는 아직도 여당이 된 것이 아니다. 정권을 차지한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아직도 야당이라고 생각하고 매사에 조심해야 된다.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외환위기의 경제상황. 또 정치적으로도 청와대만 차지했을 뿐이지 각 곳에 반대세력이 도사리고 있는 그런 상황을 염려하셔서 조심스럽게 신중하게 나가야 된다고 생각하신 거죠.

▷김혜영 : 대통령 취임식 첫 날 밤 이야기를 해주셨고요.

▶전병헌 : 저는 대한민국의 패러다임을 바꾸신 분이라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우리가 IMF라는 어려운, 6.25 이후 최고 국난이라는 어려움 속에서 취임을 하셨는데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울먹였잖아요. 그 울먹인 것은 IMF로 인해서 고통 받을 많은 국민들 또 고통을 인내해야 하는 아픔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목이 메이셨던 진정한 국민을 사랑하는 대통령이셨고요. 그야말로 애민 대통령이셨다. 세종대왕 이후에 최고의 애민 대통령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요. 그래서 바로 패러다임을 바꾼 가장 큰 것 중의 하나가 복지체계를 완전히 바꿨죠. 기초생활보장법이라는 단군 이래 최초의 복지제도를 만들었고. 복지예산이라고 하면 그 전까지는 그냥 겨울에 연탄 몇 장 내어주고 쌀 몇 말 팔아주고 하는 것이 복지다. 이런 구휼적 수준의 복지 생각을 가지고 계셨고 또 대다수의 관료들도 복지예산은 소모성 예산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대통령께서는 복지예산은 소모성이 아니라 생산을 유발하는 생산성을 가진 예산이라고 해서 생산적 복지라는 개념으로 완전히 복지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란 걸 만들어서 사실상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IMF 끝나고서 거지가 상당히, 노숙자는 여전히 있지만, 거지가 사라지는 패러다임이 바뀌었고요. 

두 번째는 기본적으로 IT 강국을 선도하신 분이죠. 늘 말씀하시듯이 선조들이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새로운 물결에 제대로 타지를 못해서 200년 동안 우리나라가 후진국 대접을 받고 국민들이 너무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새로운 흐름이 다가오고 있다. 그것은 정보화 혁명. 제3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는데 이번 제3의 혁명만큼은 선도적으로 올라타서 우리 선조들이 잘못해서 후손들이 어렵게 살았던 그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된다고 그래서 기본적으로 IT 산업강국을 이끄는데 그야말로 선구적이고 선도적 역할을 하셨죠. 

마지막으로 길지만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문화산업에 대한 완전히 인식을 바꿔놨어요. 그래서 그전까지만 해도 한일문제가 국민 간 지금까지도 많은 감정적 대립이 있지만, 일본 문화 개방이라는 엄청난 문화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우리 문화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일본 문화를 개방함으로써 사실상의 한류의 토대를 완성시켰고. 문화산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간섭보다도 지원을 하되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가지고 창조력, 창의력을 존중하는 그런 패러다임으로 해서 우리나라가 요즘 이른바 한류, K문화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근간을 만드신 분이다. 그렇게 생각하죠.

▷김혜영 : 하나를 꼽으실 수 없어서 세 가지나 꼽아주셨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 올해 서거 15주기, 탄생 100주년 이렇게 됐습니다. 정치인들 입에서 정말 여야 가리지 않고 김대중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는 말 참 많이 나오거든요. 두 분이랑 정치권 이야기 본격적으로 나눠보기 전에 이것부터 여쭤볼게요. 미래 세대가 김대중 정신이 뭐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김홍걸 : 말씀을 드리자면 1시간도 더 걸리지만 시간 관계상 짧게 말씀드리자면 ‘김대중식 정치’ 그것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상대들과 정치를 할 때 상대의 잘못된 부분을 비판은 하지만 절대 상대를 악마화하지 않고 또 상대를 비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내놓으면서 ‘이렇게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왜 그런 식으로 하느냐’ 이런 식으로 대안을 내놓는 정치 그것이 김대중식 정치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김혜영 :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되 잘못된 부분은 지적을 하는.

▶김홍걸 : 사실 박정희 정권이 그런 점이 두려웠기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님을 암살하려고 했던 것이죠.

▷김혜영 : 김대중 정신 어떻게 얘기해 주시겠습니까?

▶전병헌 : 미래 세대에게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 도전과 창조정신이라고 생각해요. 김대중 대통령은 연세가 드셨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세대, 어떤 젊은이들과 대화를 해서도 말이 안 통하는 법이 없어요. 오히려 젊은이들이 김대중 대통령님과 말씀을 나누면 무엇인가 미래를 보는 듯한 느낌이 있고 무엇인가 창조적인 발상을 하는 듯한 그런 영감을 주는 그런 대화를 늘 하셨던 분이라고 생각이 되고요. 현실 정치적으로 볼 때는 요즘과 같은 시대에 저는 참 대통령님을 모신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저거 진짜 명언이다’ 생각한 게 있는데 “정치는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거든요. 서생적 문제의식은 그야말로 선비가 갖고 있는 지사적인 그리고 사회적인 문제를 꿰뚫어보는 통찰력 이런 걸 얘기하는 것이고, 상인적 현실감각은 정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이기 때문에 이상만 쫓아서는 안 된다. 현실적인 대안을 갖고 말씀하신 것처럼 대화를 하고 대안을 늘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말씀을 하신 건데. 요즘에 보면 어느 쪽은 너무 서생적 문제의식에만 집착하고 어느 쪽은 너무 상인적 현실감각만 집착을 하다 보니까 충돌이 많이 되고 서로 간에 대화와 소통도 많이 단절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있죠.

▷김혜영 : 이어서 질문을 드릴게요. 그러면 김대중 정신을 되살리려면, 김대중 정신에 비춰봤을 때 가장 시급하게 정리가 필요한 사안, 가장 시급하게 내려야 할 결단 뭐라고 보세요?

▶전병헌 : 저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정치 문제 뿐만 아니라 화해와 관용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대통령께서 말씀은 그렇게 하시지만 실제 관용이 쉬울까를 했는데 실제 집권을 하고서 사면 복권을 하고 심지어는 본인을 몇 번씩 암살하려고 했던 박정희 정권의 관계자들하고도 화해를 하고, 직접 사형선고를 내리고 죽이려고 달려들었던 전두환하고도 용서를 하고 화해를 하셨잖아요. 그리고 대화를 하셨죠. 그래서 저는 이 시대를 관통하는 중요한 김대중 정신은 관용과 화해다. 그리고 소통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 전두환 ‘서울의 봄’ 때문에 욕 많이 먹고 있지만 전두환 대통령이 그렇게 이야기한 것이 남아 있잖아요. 화상으로. 자기가 평생을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청와대 초청 받아서 만찬을 대접 받으면서 자기가 7년 동안 대통령을 하면서 얻었던 여러 가지 국정의 경험이나 지혜를 물어봤을 때가 자기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행복했다는 이야기를 한 장면이 있어요. 그런 정도로 원수하고도 사실상 관용하고 사랑하고 소통한 그런 태도. 그게 가장 중요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요새 여야 관계는 너무 불통이잖아요.

▷김혜영 : 의원님은 김대중 정신에 비춰봤을 때 요즘 가장 시급한 사안 뭐라고 보세요?

▶김홍걸 : 지금 용서와 화해 합리적인 정치 그런 것의 부활이 필요하다는 말씀은 이미 하셨으니까. 저는 요즘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그런 갈등 해소, 국내적인 갈등 해소도 있지만. 대외적으로 남북 간의 교류 단절. 또 미국, 일본에만 치우친 균형이 완전히 깨져버린 외교. 이걸로 인해서 우리의 국익을 지금 전혀 챙기지 못하고 있고, 동북아시아에 있어서 우리가 그냥 구경꾼 신세로 남들이 갈등하는 사이에서 우리는 그냥 옆으로 밀려난 구경꾼 신세로 앞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항상 “외교가 우리에게는 너무도 중요하다. 국내 정치는 한 번 실수한 것을 나중에 복구할 수가 있는데 외교는 한 번 잘못하면 영원히 그거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 수가 있다. 전 국민이 외교관이 돼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너무 그런 문제에 있어서 지금 우리가 완전히 등한시 하고 있지 않은가, 위험성을 모르고 있지 않은가 하는 걱정이 많이 됩니다.

▶전병헌 : 저 지점에서 한 가지만 첨언하자면 굉장히 중요한 말씀을 하셨는데,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 한 번 회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1월 6일이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년 기념일인데, 김대중 대통령 집권 시절만큼 우리가 한반도라는 것이 약소국이고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 일, 중, 러라는 최강대국이 있어서 이해충돌의 아주 지뢰밭이다. 이런 얘기를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듣고 실제 국제정치학에서도 많이 인용되고 있는데 김대중 대통령 집권 5년 동안 미, 일, 중, 러하고 한국하고 가장 사이가 좋았어요. 심지어는 북한까지도 사이가 좋았잖아요. 그래서 이제까지 역사적으로 단군 이래 지금 오늘날 현대까지 역사적으로 반추해보면 미국하고도 관계가 좋았고, 러시아하고도 중국하고도 좋았고, 일본하고도 좋았고, 일본과 문화개방을 할 정도로. 그리고 요즘에 가끔 이야기하고 있는 김대중-오부치 선언도 이끌어냈고. 그리고 그야말로 북한하고도 대화와 타협을 해서 평화가 한반도에 그 어느 때보다도 안착되고 이런 시기가 있었다. 이런 걸 얘기하면 국민들이 생각해보면 ‘아 그렇지’ 생각하실 거예요. 지금 상태에서 보면 꿈과 같은 이야기같이 들려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김혜영 : 상대적으로 정부에 보내는 메시지가 있으신 거고. 저희가 정치인 김대중의 모습은 많이 알려져 있는데 아버지 김대중은 어떤 분이셨을까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 어떤 분이셨습니까?

▶김홍걸 : 제가 이제 태어난 지 한 열흘 만에 아버지가 국회의원에 당선되셔 가지고 그때부터 계속 바쁘셨거든요. 사실 어렸을 적에 아이들과 놀아주고 아이들 학교를 찾아가고 이런 일반 학부형의 모습은 전혀 없으셨던 거죠. 아버지 얼굴 뵙기도 힘들었죠. 그런데 저는 처음부터 아버지가 나라를 위해서 중요한 일을 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왜 우리 아버지는 나랑 안 놀아주시나?’ 이런 불평은 전혀 없었어요. 그리고 예를 들어서 감옥에 가시고 사형선고를 받으실 때도 우리 가족 중에 누구도 ‘적당히 타협해서 좀 편하게 사시지’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상한 집안이죠. 정상이 아니죠.

▷김혜영 :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가는 길을 가족들도 다 이해하고 있는, 다 응원하는.

▶김홍걸 : 어머니께서도 나중에 회고하셨잖아요. 80년도에 신군부와 손을 잡고 변절하셨다면 용서 못하셨을 것 같다고.

▷김혜영 : 정동채 전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아버지로서의 눈물을 꼽았더라고요. 장남이 안색이 안 좋은 상태로 집에 들어오니까 ‘어디 아프냐’ 물어보면서 ‘제발 좀 아프지 말라’고 얘기하면서 눈물이 맺히는 걸 보고 울컥하셨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고문을 받으셨던 김홍일 의원이 더 마음에 박히셨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버지로서 김대중 대통령의 이런 애틋한 마음도 알고 계셨습니까?

▶김홍걸 : 아버지께서 그렇게 내색은 많이 안 하셨지만, 자식들이 특히 저는 그래도 나이가 어렸었기 때문에 불이익을 덜 당했는데. 대학교 이유 없이 떨어질 뻔 하다가 간신히 살아난 경험은 있지만. 그래도 형님들은 이제 아버지 때문에 취직도 못하고, 큰형님은 감옥 가고 고문 당하고 그것 때문에 나중에 파킨슨병 걸려서 일찍 돌아가셨거든요. 그런 것에 대해서 아버지께서 굉장히 마음 아파하셨죠. 지금 생각해 보면 옛날에 감옥 가시고 고생했을 때 그때가 좋은 점도 있었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해가 안 가시겠지만 그때는 ‘우리가 옳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언젠가는 승리할 것이고 승리하면 좋은 세상이 오겠지’라는 그런 희망이 있었거든요. 그랬기 때문에 고생스럽기는 했지만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은 편했던 것 같아요.

▷김혜영 : 의원님은 어떤 아들이셨습니까?

▶김홍걸 : 쉽게 말씀드리면 좀 미련한 아들. 한 마디로 살아계실 때는 그분이 하시는 행동, 말과 행동에 대해서 그 깊은 뜻을 이해를 못하다가 돌아가신 후에 되어서야 ‘아, 그때 이래서 이렇게 하셨구나’ 나중에 돌아가신 후에, 정치를 그만두신 후에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서 그분께서 하셨던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구나. 이런 깊은 뜻이 있어서 그걸 하셨구나 뒤늦게 깨닫게 되더라고요. 아까 말씀드린, 돌아가신 후에도 계속 교훈을 주시고 가르침을 주신다는 게 그런 뜻입니다.

▷김혜영 : 이번에는 대변인님께 여쭤볼게요. 김대중 전 대통령하고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습니까?

▶전병헌 : 저는 80년 봄에 고려대학교 대표자로 지목이 되어 가지고서 4월 19일 아침에 조찬하자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래서 80년 봄에 4월 19일날 갔더니 몇몇 대학교 학생 대표들이 와 있더라고요. 거기서 처음 뵈었는데, 그전까지는 김대중이라는 단어를 언론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어요. 재야 인사, 동교동 이렇게 많이 되어 있었죠. 그래서 제가 만나 뵙게 돼서 도서관 가서 일주일 동안 무지하게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거기서 제가 무릎과 책상을 치면서 ‘아, 이분은 10년 이상 앞서신 분이구나’라는 걸 놓고 탁월한 식견과 통찰력이 있고 역사의식이 있다는 것을 짧은 기간에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존경을 하게 됐는데요. 그 뒤에 이러저러한 인연을 간접적으로 갖다가 87년 대선 끝나고 평민당 창당할 때 창당 발기인에 이름을 올려서 같이 했는데, 그때 저는 87년 대선 끝나고 유학을 가려고 준비 중에 있었는데 저를 29살 때 야권의 제1야당 편집국장으로 발탁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최장수 편집국장을 하게 되면서 김대중 대통령님이 주로 주관하시는 모든 회의에는 제가 보이지 않게 늘 배석해서 학습을 받았죠.

▷김혜영 : 발탁이 되신 걸로.

▶전병헌 : 네.

▷김혜영 : 청와대 정무수석도 지내셨으니까 이 질문을 드려볼게요. 지금 국회가 여소야대 정국입니다. 정치가 실종됐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국회 상황이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는데 김대중 정부도 여소야대 지형에서 출범을 했거든요. 같은 여소야대 정국인데 그때는 어떻게 풀어 나갔을까. 그때 김대중 정신에 입각해서 지금 정국을 보신다면 어떤 코멘트 해주시겠습니까?

▶전병헌 : 저도 그때 그 당시에 정무비서관도 하고 국정상황실장도 하고 그랬는데 그때는 여야 영수회담을 여러 번 했어요. 그리고 전직 대통령들도 자주 초청해서 만찬을 하면서 대화와 소통을 하고 그리고 국정경험도 전수를 받으려고 그렇게 했고.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국정을 운영하려는 그런 노력이 있었고요. 그 다음에 무엇보다도 국민과의 대화도 자주 했죠. 잘 아시겠지만 우리 대통령께서 만드신 하나의 시그널처럼 되어 있는 것이 국민과의 대화이지 않습니까? 

▷김혜영 :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전병헌 : 기억이 나죠. 1년에 한두 번씩 해서 사전에 질문을 받지 않고 어떤 이야기라도 일반 국민들이 나와서 말씀을 여쭙고 대통령께서 그때 그때 답변하시는 그런 의식의 소통. 보편적인 소통. 그리고 야당과의 관계는 야당 대표를 초청해서 단둘이 또는 공동으로 여러 차례 같이 밥을 먹으면서. 결국은 정치에서는 밥 먹는 게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밥 먹는 게 절반이라고. 절반은 말이고 절반은 밥 먹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지금 대통령께서도 야당 대표가 좀 눈엣가시처럼 여겨지더라도 미운 사람 떡 하나 더 준다는 말도 있잖아요. 

▷김혜영 : 지금 여야 영수 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신 거죠?

▶전병헌 : 그렇죠. 자주 얼굴을 보고 그러면 미운정도 고운정이 되고 고운정도 미운정도 되는데. 그렇게 하다 보면 무엇인가 협조하는 관계가 형성되고 그렇게 되면 국민들의 걱정도 덜어지지 않을까. 제가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 당시 이회창 대표가 굉장히 강력한 야당 대표였어요. 사실상 5년 동안 거의 부통령급이라고 할 정도로 여소야대 국면에서 힘이 막강했죠. 그 다음에 대통령 후보가 됐고. 그런데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이회창 당시 총재와 회동이나 대화를 한 번도 거북해하거나 불편하게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대화는 강자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대화가 되는 것이지, 용서와 관용도 강자가 먼저 해야 용서하고 관용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우리 지금 대통령께서도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야당을 포용하고 대화하면서 그렇게 많은 대화를 하다 보면 되겠다. 그리고 제가 문재인 정부 때 정무수석을 했는데 그때도 여소야대였어요. 제가 정무수석을 긴 시간 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정무수석하면서 민주당보다 야당을 더 많이 돌아다녔어요.

▷김혜영 : 그러셨어요.

▶전병헌 : 압도적으로.

▷김혜영 : 대화와 소통의 방법에 있어서 조언을 주셨고. 앞에서 영화 얘기도 했는데 ‘길위에 김대중’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 이번 영화를 통해서 교도소 CCTV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가 됩니다. 혹시 두 분 영상 보셨습니까? 

▶김홍걸 : 네.

▶전병헌 : 봤죠.

▷김혜영 :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김홍걸 : 저도 처음 본 건데요. 옛날 교도소 어머니가 왔다갔다 하실 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때 석방되시기 직전에도 같이 수감된 분들, 같은 사건으로 수감된 분들, 그분들을 석방시키기 위해서는 아버지께서 미국으로 가시는 걸 동의해야 된다 해 가지고 어쩔 수 없이 아버지를 설득해서. 아버지는 ‘나 안 풀어줘도 좋으니 미국 갈 생각 없다. 내가 왜 해외로 도망가야 되느냐’ 그러셨는데 다 동지들을 풀려나게 하기 위해서 할 수 없이 하신 거죠.

▷김혜영 : 당시에도 이런 상황을 알고 계셨나요?

▶김홍걸 : 대충은 상황은 아셨죠. 그때도 보면 정말 007 작전으로 출국을 하셨던 것이 우리 일가족을 앰뷸런스에 태워 가지고 김포공항으로 간 다음에 정상적인 출국 절차가 아니고 갑자기 활주로 옆에 문을 열더니 비행기 앞에 딱 가서 내리더라고요. 비행기 타니까 그제서야 여권을 주면서.

▷김혜영 : 계속 안기부에서 붙어서 했던 거죠.

▶김홍걸 : 계셨던 교도소장이 와서 그 자리에서 ‘이제부터 가석방입니다’ 하더라고요. 무슨 소리냐면, 가석방을 조금이라도 미리 해주면 ‘나는 석방됐으니까 미국 안 가고 여기 있을래’ 이러면 안 되잖아요. 비행기에 태워놓고 이제부터 석방이다. 민간인이 그렇게 출국한 건 아마 역사에 없을 것 같습니다.

▷김혜영 : 정말 특별한 스토리입니다. 대변인님은 그 영상 어떻게 보셨어요?

▶전병헌 : 저도 약간 인상 깊게 봤어요. 아, 왜 김대중이라는 분이 영웅이고 위인으로 평가받아 마땅하구나. 이런 생각이 든 게 그 영상이 처음 나왔을 때요. 그래, 가야지. 왜냐하면 여기 있으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태이니까. 일단은 사형은 면한 상태이긴 하지만 그 고초를 언제 끝날 지 모르니까 일반 사람 같으면 미국 가서 활발하게 망명 활동을 하면서 쉽게 생각했을 텐데 안 가겠다는 말이 저한테는 또 한 번의 충격이었어요. 역시 보통 분이 아니구나. 그래서 이희호 여사님께서 간곡하고 간절하게 동지들을 얘기하면서 설득해서 가까스로 한참 지난 뒤에 받아들이시는 걸 보고서 저도 김대중 대통령님을 가까이서 모신 사람 중의 한 사람이긴 하지만, 가까이서 모신 사람일수록 가까이 모신 사람한테는 영웅이 없다고 그러잖아요. 심지어 나폴레옹도 가까이 모신 사람한테는 영웅이 아니라고 하는데. 제가 늘 얘기하는 게, 김대중 대통령이야말로 가까이 모신 사람일수록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분이라고 늘 얘기하고 있죠. 정말로 지금도 보면요. 돌아가신 지 오래 됐지만, 김대중 탄생 100년 기념사업 추진을 하고 있지만, 가까이서 모신 사람일수록 더 적극적이고 더 그리워하고 더 존경하고 그래요.

▷김혜영 : 저는 영상 속에서 이희호 여사의 모습이 애잔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남편이 말을 할 때까지 침묵을 깨지 않고 묵묵히 기다리면서 들어주시는 모습. 어머니는 어떤 분으로 기억하세요?

▶김홍걸 : 어머니께서는 여자인데 일류대학 나오고, 미국 유학까지 하고, 여성운동을 하면서 나이가 40이라고 하면 저분은 평생 독신으로 살려고 작정했구나. 이럴 때인데. 아버지하고 결혼한 것은 일반적인 결혼이 아니고 한반도 평화라든가 민주주의, 성평등 이런 세상을 만들기 위한 동지로서의 결합이었던 거죠. 그런데 아버지도 남들하고 절대 원수를 만들고 남을 적으로 만들고 이런 걸 못하시는 분이었지만 그래도 정치를 하셨기 때문에 적이 생길 수밖에 없고 배신하고 떠나는 사람도 생겼는데. 어머니의 경우는 정말 누구도 어머니에 대해서 욕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연금 당해서 기관원, 경찰들이 집을 지키고 있을 때, 못나가게 막고 있을 때, 겨울에 춥겠다고 그 사람들 따뜻한 음료수며 먹을 거 내다주시고. 남을 위하는 마음이 정말 굉장히 크셨던 분이죠.

▷김혜영 : 이어지는 질문을 이렇게 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현실 정치로 돌아오면 영부인 관련 이슈로 지금 정국이 시끄럽습니다. 특검 거부권 정국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홍걸 : 아까 말씀드린, 정권을 차지했는데도 조심하고 야당이 됐다는 심정으로 하나하나 다 조심스럽게 하려고 하신 것과 지금의 상황과는 정반대인데요. 정권을 차지하는 게 목적이고, 그 정권을 차지해서 그 열매를 따먹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은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정권을 차지하는 게 목적이 아니고 정권을 차지한 후에 국가를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후대를 위해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 어떤 업적을 남기느냐를 생각하셨던 분들은 조심스럽게 할 수밖에 없는 거죠. 

▷김혜영 : 지금은 너무 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

▶김홍걸 : 그냥 권력을 누리는 거에만 관심이 있지. 나중에 어떤 식으로 역사에 평가가 되든 남들이 비난을 하든 말든 처음부터 관심이 없으셨던 거죠.

▷김혜영 : 정무수석 하셔서 더 관심 있게 지켜보고 계실 것 같아요. 최근 정국.

▶전병헌 : 우리가 쉽게 생각하면 김대중 정부 초기에 특검이 있었어요. 옷로비 사건의 특검. 그래서 그때 김대중 대통령께서 그걸 받았죠. 받고 특검이 진행이 됐는데, 결과적으로 남은 것은, 유일하게 밝혀진 것은 앙드레김 본명이 김봉남 씨라는 것만 밝혀졌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죠. 그래서 그 당시에 옷로비 사건이 여러 가지 유언비어와 공작설과 과대평가가 되어 가지고 특검까지 갔는데. 대통령께서는 아까 김홍걸 의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특별한 게 없다고 하고 당연히 잘못이 있으면 특검 받아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특검을 수용한 거예요. 나온 건 별로 없었던 거죠. 그때를 반추해보면 지금도 국민들 다수가, 특히 권력 핵심부에 있는 분들에 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은 늘 과대포장이 돼서 유언비어처럼 퍼지고 그렇거든요. 실체적인 진실을 빨리 가려주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서 빨리 정리를 하는 게 국가적으로나 당사자들을 위해서 좋은데, 지금 정부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불편한 게 더 많은 것 같다고 느껴집니다.
 

▷김혜영 : 김대중 정신에 입각한 정국 현안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하면 명연설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화법, 언어사용 뛰어나셨는데요. 여의도 화법을 따르지 않겠다고 최근에 말을 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화법을 어떻게 지켜보고 계신지도 궁금해요.

▶김홍걸 : 김대중 대통령님 과거에 말씀하신 것을 보면, 한동훈 위원장과 다른 점이 상대를 비하하고 비아냥거리고 조롱하고 이런 거는 전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항상 아무리 적이라도 군사정권이라도 상대를 존중하는 말투를 쓰셨죠. 정치적으로 인기를 잠시 얻으려면 상대를 공격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가 있는데, 지도자가 되려면 그것만으로는 안 되는 거죠. 남 욕하는 것만으로는 지도자가 될 수는 없는 거죠.

▷김혜영 : 따끔한 일침을 주셨습니다.

▶전병헌 : 확실히 정치적 경험이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우리가 정치적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정치를 폄하하고 비하하고 경멸하는 것에 편승해서 정치를 더욱 더 나쁘게만 만들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여의도 화법이라고 하는데, 여의도 화법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냐하면 상대방을 존경하지 않는데도 앞에서 얘기할 때 ‘존경하는 무슨 무슨 의원님’ 항상 들어갑니다. 그게 여의도 화법인데, 좋은 화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존경하지 않는데 왜 존경하는 아무개 의원님. 여당 의원이 야당 의원한테도, 야당 의원이 여당 의원한테도 왜 그렇게 하느냐. 그것은 존경하지 않지만 존경한다고 말을 하는 그 순간에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이라든지 미움이라든지 감정 이런 것들을 정제시키고 정화시키는 시간이에요 그게. 존경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그래서 기본적으로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여의도 화법이라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이 들어가는 것이고 존중이 들어가는 것이죠. 그게 소위 말해서 지성과 인격을 갖춘 사람들 간에 대화의 기본양식이고 소양인데. 정치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냥 존경하지도 않는데 존경한다는 가식적인 이야기를 하지? 하면서 바로 자기 자신의 감정을 내뿜는단 말이죠. 거기서 더 큰 감정의 충돌이 나고 더 큰 천박한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경박한 이야기가 오고 갈 수 있는 문제인데. 그런 것들을 국민들이 좋아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쉽게 식상해하고 국민들이 안 좋아한다. 그리고 정치를 오히려 더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이런 점들을 고려를 해서 정치를 처음 하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께서도 그런 정도의 제스처나 쇼맨십이 아니고 최소한의 자기 마인드 컨트롤이고 정제를 위한 여유분이라는 것을 인식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홍걸 : 한마디로 정치인이 상대에게 막말하고 비하하고 이런 것은 어떻게 보면 자기 얼굴에 침 뱉기 하는 거죠.

▷김혜영 : 그 부분을 명심했으면 하는 바람이신 거고요.

▶김홍걸 : 네.

▷김혜영 : 김 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봐온 두 분이시니까 소통왕, 명언설로 유명하셨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니까 이 질문도 드려보고 싶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도어스태핑 어느 날부터인가 멈췄습니다. 기자회견도 잘 안 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계시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셨을 것 같으세요?

▶김홍걸 : 늘 하시던 말씀이 있는데요. 국민들 손을 절대 놓지 말아라. 손 잡고 가라. 국민들보다 반 발자국만 앞서 가라. 무슨 소리냐 하면, 너무 이상적인 얘기만 해서 국민들이 못 알아들을 얘기,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면 국민들이 따라오질 못하고. 그렇다고 국민들 수준에 그대로 맞는 얘기만 하면 발전이 없으니까 반 발자국만 앞서서 국민의 손을 앞장서서 끌고 가라. 이거였거든요. 국민과 소통이 안 되면 그런 게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국민에게 자신의 얘기를 계속 알리고 소통을 하고 설득하는 이런 노력이 필요한데. 예를 들어서 지난번 일본과의 강제동원 문제 해법 이런 것도 김대중 대통령의 김대중-오부치 선언과 비교를 하려고 하는데,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국민들을 설득할 도덕적 권위가 있으셨고 설득하는 노력을 하셨거든요. 그런데 이분은 아무런 노력 없이 그냥 일방적으로 발표한 다음에 이게 정말 용기 있는 결단이라는 식으로 주장을 하니까 국민들은 이해를 못하는 거죠. 지금까지도 왜 그렇게 했는지 국민들에게 자세한 설명이 없지 않습니까?

▷김혜영 : 그때 여론이 좋지 않았어요. 대통령한테 어떤 조언을 해줄 것 같으세요?

▶전병헌 : 저는 지금 말씀하신 게 매우 중요한 얘기라고 생각하는데요. 대통령께서 늘 의원들한테 하는 얘기가 국민의 손을 꼭 잡고 반 발자국만 앞서 가라.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저도 그 말을 들을 때는 원외 당직자 편집국장이었는데 ‘저 말 정말 명언이다’ 그런데 이것은 여당이나 야당이나 모두 똑같이 해당되는 얘기라고 생각해요. 지금 상태에서. 국민의 손을 쪽 잡고 반 발자국만 앞서 가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두 번째는 도어스태핑은 김대중 대통령이라면 안 하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대통령이 도어스태핑을 한다는 것은, 기자들은 나와서 질문을 하지만 기자들은 나름대로 잘 아시겠지만 준비를 해서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대통령께서는 아무래도 국정에 모든 오만 가지가 다 있는데 모든 걸 다 세세하게 알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충분한 생각을 가지고 신중하게 얘기를 해야지 그게 무게감도 있고 국정을 운영하는데 책임감이 있는 것인데. 기자들이 출근할 때마다 도어스태핑이라고 나와 가지고서 우르르 몰려가서 이거저거 얘기하면 거기에서 임기응변적으로 답변해버리고 그러면 실수가 나오고 그렇게 되면 신뢰가 떨어지고. 거기서 언론과의 트러블이 생기고. 결국 그래서 중단했잖아요.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할 때부터 누군지는 몰라도 도어스태핑을 제안한 사람은 대통령을 잘못 모시는 거다. 전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다만 주기적으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정기적인 기자회견을 하고 두 번째는 국민과의 직접적인 소통 자리도 주기적으로 마련하도록 하라고 그렇게 하시오, 라고 대통령께서 말씀하실 것 같아요.

▷김혜영 : 오늘 새해 첫날, 1월 1일인데요. 마침 세계 평화의 날이기도 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정말 진정성 있는 정치로 평화를 이끌어냈던 분이시기도 한데 그래서일까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맞아서 메시지 보내주셨다고 들었거든요. 어떤 내용입니까?

▶전병헌 : 우선 대통령께서 종교적 신념과 도덕적 신념으로 평생 국가와 국민에게 헌신한 일생에 대해서 정말 존경한다. 이런 말씀을 해주셨고요. 그리고 인권 향상과 항상 평생을 가난하고 소외된 국민들을 위해서 노력하고 애쓴 그런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박수와 존경을 보낸다. 이런 취지도 말씀하셨습니다. 화해와 연대, 평화의 길로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의 길로 인도해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은 당신에 대한 충분한 공적에 대한 인정이고 받을 만한 자격이 있었던 분이다. 이런 말씀을 하시고요. 그리고 저는 이 대목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자연적으로나 사회환경적으로 갈등과 분열, 충돌 이런 양상이 있는데 당신이 이제까지 살아온 정신과 가치가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적, 환경적 문제들을 극복하고 미래로 나가는데 매우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이런 말씀을 하고, 이번 탄생 100년을 기점으로 해서 이런 것들이 한국은 물론 세계 속으로 더 많이 널리 전파되기를 기원한다.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김혜영 : 정말 뜻깊은 메시지에요. 세계 평화의 날 얘기가 나왔으니까 남북관계 평화 얘기도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는데요. 민화협 대표상임의장도 지내셨고 남북관계 한반도 관계 개선을 위해서 누구보다도 심혈을 많이 기울여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버님의 뜻을 이어가야겠다는 생각도 있으셨던 건지?

▶김홍걸 : 네, 다른 건 몰라도 한반도 평화 문제에 있어서는 돌아가신 어른의 뜻을 따라서 최선을 다해보려고 했었고. 그래서 2018년도에 10년 만에 처음으로 많은 민간단체 분들을 모시고 저희가 금강산에 가서 북측과 행사도 했었고요. 북측과 여러 가지 좋은 행사를 하기로 합의가 다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하노이에서 회담이 결렬되는 바람에 그 후로 교류가 끊긴 게 지금 굉장히 안타까운데요. 사실 그래도 돌아가신 어르신 덕분에 북측에서 저를 홀대하지는 않아요. 그랫 지금도 어느 정도 소식은 듣고 있는데. 

요즘 와서 정말 걱정이 많이 되는 것은 성명에서 대한민국이라고 처음으로 부르고 한 게 있지 않습니까? 그것은 우리를 그냥 외국으로 치겠다. 같은 민족이고 뭐고 필요 없다. 남쪽 사람들 별로 도움도 안 되는데 이제 외면하고 살겠다. 어차피 남쪽이 미국과의 문제 푸는데 도움도 안 되고 차라리 협상을 한다면 미국하고 직접 하면 되지 왜 남쪽하고 하느냐. 아무런 역할을 못하는데. 김대중 대통령님 때와는 전혀 다르니까. 이게 제가 걱정스러운 것은 2017년 전쟁난다고 할 때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래도 ‘어두움이 있으면 내일은 새벽이 오겠지’ 하는 희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러다가는 상황이 호전되고 북한이 개방의 길로 가더라도 북방을 개척하는 그 문제에 있어서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못하고 일본, 중국 이런 다른 나라에게 주도권을 뺏기고 우리는 구경꾼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입니다. 왜냐하면 김정은 위원장은 그 아버지, 할아버지하고는 달라요. 요즘 우리나라 MZ세대 하고 똑같습니다. 민족 이런 것 관심 없는 사람입니다. 냉정한 사람이죠.

▶전병헌 : 참 안타까운 일이에요. 대통령님 말씀을 나누고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면, 클린턴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가 김대중 대통령님이 집권하게 됐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난 뒤에, 클린턴 대통령이 한반도의 운명을 자기네가 미국이 쥐고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가 대통령님의 여러 가지 한반도 정세나 남북평화론이라든지, 그 다음에 4강 주변에 대한 이해관계 설명을 듣고 클린턴이 그 자리에서 ‘나는 이제부터 조수석에 앉을 테니까 당신이 운전석에 앉으시오’라고 하면서 그 뒤부터는 클린턴 행정부 내내 모든 남북관계를 비롯해서 한반도를 둘러싼 4강 문제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주도하고 주체적으로 운전을 해왔어요. 정말 자랑스러운 관계였고. 그래서 미국과 일본과 러시아와 중국과 다 사이가 좋게 지냈던 것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볼 때는 조수석은커녕 지금 뒷좌석에 앉아있는 것 아닌가. 이런 걱정이 사실 있는 것이고요. 그래서 더욱 더 안타까운 거죠. 운전석에는 바이든이 앉아 있고, 조수석에는 일본 수상이 앉아있고 그런 느낌이 있어서 너무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김홍걸 : 한 말씀 덧붙이자면 그 당시에 클린턴 대통령이 남북한 문제가 아닌 중국과의 문제, 예를 들어서 중국 상황이 안 좋은데 중국 방문해야 하느냐. 중국 WTO 가입시켜야 하느냐. 이런 한반도와 상관 없는 문제까지 김대중 대통령님께 상의를 하셨는데, 그게 아마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병헌 : 그래서 이번에 탄생 100년에도 클린턴 대통령이 아주 진정한 의미의 존경과 감사와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김혜영 : 그렇군요.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네요.

▶전병헌 : 네.

▷김혜영 : 신년 특별대담 마무리 하면서, 만약 오늘 이 순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 계시다면 새해 첫날 국민들한테 어떤 메시지를 주셨을까 한 문장으로 짧게 부탁드릴게요.

▶김홍걸 :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신 후에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민주주의 위기, 한반도 평화 위기가 온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그런 말씀을 하지 않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해서 흔들리는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해 달라. 작은 힘이라도 보태달라. 이런 말씀을 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병헌 : 저도 똑같은 생각인데요. 그 당시에 대통령께서 3개의 개념으로 당시의 정국을 진단하셨는데 민주주의와 민생과 평화의 위기다. 우리가 정신 똑바로 차려야 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오늘 지금 이 시간에도 그런 말씀을 하시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여전히 대통령께서 용서와 관용, 화해를 주장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하나로 뭉쳐서 미래로 가야 된다. 그리고 특히 요즘에 미래 먹거리를 어떻게 쌓을 것이냐. 어떻게 만들어낼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매우 부족하다고 보여지거든요. 대통령은 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미래를 걱정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미래 산업에 대한 역량을 빈틈없이 갖춰달라. 그래서 후손들이 또다시 고생하거나 멸시받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말씀을 하실 것 같습니다.

▷김혜영 : 두 분 말씀, 오늘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김홍걸 : 감사합니다.

▶전병헌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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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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