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는 우편물 하나를 받았습니. 22대 총선 투표 안내문입니다. 제가 투표해야 할 장소와 투표 유의사항이 안내문에 적혀 있었습니다. 각 당의 정책과 총선 후보자들을 안내하는 공보물도 함께했습니다. 저는 투표 안내문을 보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권리를 느꼈습니다. 바로 선거권입니다.
종종 어떤 분들은 사제나 수도자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헌법에 있는 정교분리 조항을 가리키며 종교는 정치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합니다. 사제나 수도자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혹은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려면 사제복이나 수도복을 벗고 이야기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교분리 조항이 있는 그 헌법은 종교인도 정치에 관심을 가지라고 알려줍니다. 친절히 투표 안내문까지 보내주며 민주주의와 정치의 축제인 선거에 참여하라고 초대합니다. 성당으로 그리고 수도원으로 국가는 투표 안내문을 보내줍니다. 종교인도 반드시 정치에 관심을 갖고 유심히 살펴 투표하라고 말입니다.
헌법에 따라 투표권을 가진 모든 교회 사람들은 투표합니다. 신부님도, 수녀님도, 수사님도 합니다. 주교도 추기경도 투표합니다. 본당 사무장도 관리장도 합니다. 세례 받은 모든 이들은 투표합니다. 민주주의 국가는 어떤 이가 사제나 수도자라고 투표권을 박탈하지 않습니다. 정교분리를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국가는 사제나 수도자의 투표권을 철저하게 보장해줍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일은 그리스도인의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투표를 공동선에 참여하는 ‘신성한 의무’라고 가르칩니다. 주일미사 참여하기, 단식재, 금육재만 의무가 아닙니다. 투표도 의무입니다. 특히 교회는 우리가 투표로 공동선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투표하면 세상이 이로워진다는 겁니다. 그러기에 그리스도인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투표로 정치적 의사를 보여주는 일은 당연합니다.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데 더 열심히 해야지요.
벌써 총선 투표 열기가 뜨겁습니다. 재외국민 투표율은 62.8입니다. 역대 국회의원 선거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이라고 합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도 로마에서 투표했습니다. SNS에는 사전투표에 참여한 이들의 인증사진이 넘쳐납니다. 많은 유권자가 정치를 증오와 혐오가 아닌 축제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 축제에 사제와 수도자를 포함한 우리 그리스도인도 함께합니다. 그렇게 우리 그리스도인은 투표를 통해 세상을 공동선이 가득한 곳으로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투표하면 바뀐다>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투표에 참여하여 세상을 공동선 가득한 곳으로 만들기를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