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결과 경찰 이첩 보류” 지시에 항명한 해병대 수사단장…왜?
폭우 피해 실종자를 수색하다 숨진 해병대 故 채수근 상병의 사건을 조사하던 해병대 수사단장이 보직해임 됐습니다.
오늘(4일)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사건을 조사하던 해병대 수사단장은, 경찰에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는 해병대 사령관의 지시를 어기고 경북경찰에 이첩해 보직해임 당했습니다.
군은 이를 “항명”에 해당하나고 본 것입니다.
지난달 31일 해병대 수사단은 이 사건 수사결과를 경찰에 이첩하기 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언론과 국회에 설명하려다 돌연 취소해 언론의 지탄을 받은 바 있습니다.
경찰에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결과를 이첩하기 전에 국회와 언론에 관련 내용을 공표하는 것은 “경찰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사흘 뒤 해병대 수사단장의 보직해임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국방부 관계자에 의하면 해병대 수사단은 지난달 30일 고 채수근 상병 사건 조사 결과를 이종섭 국방부장관에게 보고했습니다.
해병대 수사단이 보고한 조사결과에는 여단장이나 대대장 등 5명 이상 10이하의 간부의 혐의를 명시했고, 입건 대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방부 법무라인에서는 “해병대 수사단이 특정인의 범죄혐의까지 명시해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는 것은 경찰의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습니다.
해병대 사령관도 수사단장에게 “국외 출장 중인 국방부 장관이 복귀한 이후로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라”고 지시했으나, 수사단장은 따르지 않았고, 군은 이를 중대한 ‘군기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국방부 검찰단에서는 보직해임 된 해병대 수사단장을 수사 중입니다.
군은 또 경찰에 이첩된 수사기록을 다시 회수해왔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석연치 않은 일처리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잡음 때문에 ‘채 상병 사망사건 관련 책임 소재범위를 좁히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해병대 수사단에서 이 사건을 수사할 때부터 국방부와 해병대 수사단장은 수사 방향을 놓고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결과적으로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결과에 “특정인의 범죄 혐의까지 명시한 것”이 문제라는 국방부의 사건 경찰이첩 보류 이유도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결과는 말 그대로 경찰 수사의 참고일 뿐이고, 특정인의 범죄혐의는 말 그대로 혐의를 받은 ‘채 상병 사망 사건에 책임 있는 자’가 수사 과정에서나 더 나아가서 검찰의 기소 후 재판과정에서 혐의 없음을 입증할 기회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군에서 벌어진 사망사건은 단순 변사사건이 아니면 원칙적으로 민간 경찰이 수사하도록 돼 있습니다.
채 상병의 유족들도 이런 소식을 접하고 "불편하다"는 심정을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