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남북으로 갈라놓은 6.25 전쟁. 오늘은 전쟁을 멈춘 지 꼭 70년이 되는 날입니다. 7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입니다.
안타까운 건 지금도 한반도에선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끝난 게 아니라 멈춰 있는 전쟁. 오늘 명동대성당에선 한국 천주교 주교단 공동집전으로 평화 기원 미사가 봉헌됐습니다.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 2천여 명이 참석해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요. 미사를 주례한 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장 이기헌 주교는 평양이 고향인 실향민입니다. 피난 과정에서 두 누나는 함께 내려오지 못해 이산가족이 됐습니다.
이 주교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로 적대감을 없애는 것을 꼽았습니다. 이 적대감에서 생긴 갈등과 분열이 오랫동안 국민의 삶과 민주주의, 심지어 국민의 사고까지 제약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한반도 평화를 위해 애써야 하는 장본인은 미국도 중국도 아닌 우리 민족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미사 중엔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도 발표됐습니다. 방한 중인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이 낭독을 했는데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 참석자들과 영적으로 가까이 있음을 전하면서, 한국인들에게 평화의 예언자가 되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교황은 "정전협정 기념이 적대행위 중단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는 물론 참으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화해와 형제애의 밝은 미래까지도 제시할 거라 믿는다"고 전했습니다.
유흥식 추기경은 교황의 방북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자신이 평화의 사도가 되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도 전했습니다.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는 교황이 전한 강복과 주교단의 장엄축복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정전 70년을 맞아 이기헌 주교의 바람대로 그리스도인들부터 먼저 형제애를 실천하고 이웃의 아픔에 함께 눈물 흘리며 서로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을 수 있길 청합니다.
한반도에 깃든 먹구름이 하루 빨리 걷힐 수 있도록 평화의 바람이 다시 불어올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합니다.
2023년 7월 27일, 분단의 아픔과 평화의 희망을 되새기며 우리나라에 그리고 여러분에게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