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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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다시 노조 드라이브…쏟아지는 시국선언, 사제들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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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PBC 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

○ 진행 : 김혜영 앵커

○ 출연 : 맹현균 기자
 

▷취재파일 시간입니다. 맹현균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① 외교 일정 마무리, 노조 드라이브

▷오늘 어떤 주제 들고 왔습니까? 

▶오늘은 현안도 좀 들여다 보고요. 우리가 생각해 볼 문제도 살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주제 외교 일정 마친 윤석열 대통령, 다시 노조 드라이브 입니다.


▷윤 대통령 어제 국무회의에서 민주노총을 언급했죠?

▶그렇습니다. 이게 패턴처럼 굳어졌는데요. 순방을 다녀오면 그 다음 국무회의를 모두발언까지 생중계 하고, 어떤 성과나 소회 등을 대통령이 직접 얘기합니다. 어제도 이런 형태로 진행이 됐습니다. 그런데 G7 정상회의부터 한일정상회담, 귀국하자마자 진행된 한-독 정상회담, 한-EU 정상회담까지. 쭉 이야기를 먼저 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쯤에 갑자기 지난주 서울 도심 교통이 민노총의 집회로 마비가 됐었다는 얘기를 합니다. 들어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과거 정부가 불법 집회, 불법 시위에 대해서도 법집행 발동을 사실상 포기한 결과, 확성기 소음, 도로점거 등 국민들께서 불편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이를 방치 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어 경찰과 관계 공무원을 향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하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용납하지 않을 것이니, 엄정하게 대응하라, 이 말이네요. 

▶어제 일정만 보면 상당히 대비가 됐습니다. 불법 노조 때려잡겠다 반면에 어제 저녁에 대통령실에서 치맥 파티가 열렸거든요. 중소기업인대회 열고 기업인 격려했습니다. 중소기업인뿐 아니라 9개 그룹 총수까지 다 함께 했어요. 기업인 격려하는 일정 필요합니다. 분위기도 굉장히 좋았다고 전해지고요. 중소기업인들이 살아야, 우리 경제가 더 활력을 띄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대통령의 같은 날 발언을 보면, 마치 편을 가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과하게 비유하자면 가치 외교 중시하고 있잖아요. 진영을 가르는 느낌이죠. 친 기업 정부다 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국민들은 노동조합의 과한 시위, 시위 과정에서 나오는 불법 점거나 과격한 행위들을 따갑게 바라보고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물론 집회에서 시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드는 행위들이 왕왕 벌어집니다. 그것과 집회·시위의 자유와는 또 별개인 것이죠. 

그런데 국민의힘은 심야 집회를 금지하고, 경찰력 행사에 대한 면책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밤에 하지 말고, 경찰은 불법 행위가 보이면 엄단하라는 겁니다. 우리는 과도한 경찰력의 폐해를 봐 왔습니다. 고 백남기 농민 물대포 사건이 있었고요. 또 미국을 보면, 경찰의 과도한 진압이 인종차별과 엮여서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인권의 문제까지 결부돼 있는 겁니다. 

그래서 불법 행위는 불법 행위대로 처벌하면 되는데, 불법 행위 강하게 진압해, 그렇기 때문에 이 집회 자체는 불법이야. 이렇게 규정하는 건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죠. 


▷이 문제가 대통령의 입에서 그것도 외교 성과를 부각하는 중에 나온 점은 어떤 의도가 있는 걸까요?

▶지금 지지율이 약간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재미를 봤던 이슈는 화물연대 파업 관련해서 대응이 마음에 든다, 이런 것이었죠. 그 연장선으로 전 정부의 탓을 부각하고, 노조 때리기를 통해 지지층을 더 결집하려는 의도라고 봐야겠죠. 하지만 이 방식은 국민 통합의 방식이 아닙니다. 지지층에게 공공의 적을 규정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지금 대통령은 노동 관련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이것 하나가 아닙니다. 여전히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청년들이 있고요. 또 최근에 물류창고에서 지게차를 운전하던 청년이 숨지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여전히 물류창고에서는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야간 노동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야간 집회를 문제 삼을 게 아니라 노동 현장의 안전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요. 여전히 불안하다는 거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집행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인지, 그렇기 때문에 노조 때리기라는 단어를 노조에서 쓰면서 반발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국가 인권위원회도 건폭이란 표현이 혐오 표현인지 여부를 조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정 집단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라는 지적이 나왔거든요. 이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② 시국선언, 1년 동안 사흘에 한 번 꼴

▷다음 주제 넘어가죠.

▶청취자 분들도 요즘 뉴스 보면서 많이 봤을 법한 단어를 주제로 들고왔는데요. '시국선언' 입니다. 


▷요즘 굉장히 많아진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선언이 있습니다. 앞서 노동 얘기를 하다 보니, 최근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미사 내용 하나 전해드릴게요. 지난 22일, 의정부교구에서 미사가 봉헌됐습니다. 윤 대통령을 상당히 높은 수위로 비판했습니다. 의정부교구 원동일 신부는 "노등자들을 사람으로 보긴 하느냐, 돈으로 보거나 경제 발전의 수단이나 도구로 보고 있진 않느냐"고 말했고요. 그러면서 "노동자들과 대화하라, 그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다"라고 촉구했습니다.

원동일 신부의 목소리 들어보겠습니다.

<원동일 신부 / 의정부교구 제1지구장>
"전쟁이 나면 다 죽는데 무슨 압도적인 전쟁을 합니까. 좋은 전쟁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고 싶습니다. 노동자를 사람으로 보긴 하시는 겁니까. 경제 발전의 수단이나 도구로 보고 있진 않으신지요.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그들도 대한민국 국민임을 받아들이십시오."

또 미사에는 고 양회동 씨의 친형인 양회선 씨가 발언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전한 말이, 동생과 마지막 통화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사제들에게 탄원서를 받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해요. 신부님들께 피해가 갈 수 있으니 결국 받지 않기로 했고요. 그 통화가 마지막이었다는 사실을 전해줬습니다. 제가 통화를 해봤는데요. 여전히 동생 생각에 감정이 많이 격해진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의구현사제단 소식을 전해드리긴 했지만, 종교인뿐 아니라 각계각층에서 시국선언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종교인뿐 아니라 교수, 학생, 시민사회 단체 등도 시국선언을 하고 있어요. 한국 민주주의 역사는 시국선언으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엔 김수환 추기경이 시국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었죠. 6월 민주항쟁의 대표적인 장소 역시 명동성당이었습니다. 시국선언은 권력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호소라고 볼 수 있겠죠. 이 시국선언이 최근 1년 사이 굉장히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정의구현전국사제단도 나서고 있고 해서 시국선언을 좀 다 조사해보려고 했거든요. 취임 1년이 조금 넘었는데, 시국선언이 이렇게 많이 나오나? 싶어서 말이죠. 이미 조사한 결과가 있더라고요. <시민언론 민들레>가 1년치를 다 조사했더라고요. 2022년 5월 10일부터 2023년 5월 10일까지 네이버에서 시국선언으로 검색한 기사 2,245건을 다 조사했습니다. 그 내용을 공유를 받았습니다. 


▷1년 동안 시국선언이 얼마나 있었나요?

▶올해 5월 10일까지 모두 105건의 시국선언이 있었습니다. 2주 정도 더 지났으니까 더 있겠죠. 거의 사흘에 한 번씩 나온 셈이죠. 그런데 이것도 비상시국회의 기구가 출범했다, 국회 긴급 기자회견 이런 것들 빼고 오로지 시국선언만 조사한 것이라서 유사한 목소리는 더 많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점을 보면 유의미한 움직임이 보이기도 하네요.

▶지난해 11월에 시작됐어요. 첫 번째 시국선언이. 11월에 8건, 1월에 2건, 2월에 4건, 3월에 31건, 4월에 33건, 5월 27건입니다. 올해 5월 10일 기준입니다. 

시점으로 보면 이태원 참사 직후에 시국선언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내용도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규탄하고,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또 3월에 갑자기 확 늘었습니다. 기억 돌려보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이 나왔을 때가 3월이고,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여론조사 상으로도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서는 지적하는 국민들이 많았습니다. 당시 시국선언은 규모도 굉장히 컸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를 비롯해 사민사회가 발표한 시국선언이 있었는데, 9천여 명이 참여했고요, 단체도 1,464곳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교수들의 시국선언도 계속됐던 것 같습니다.

▶비중이 꽤 큽니다. 대학에서 나온 시국선언이 34건이나 되니까요. 그 중에 교수, 연구자의 시국선언이 28건입니다. 

3월에 이어 4월, 5월에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5월은 10일까지 조사 결과인데도 27건이나 됐으니까요. 


▷이런 시국선언 어떤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할까요?

▶기본적으로 정치의 본질은 우리 편을 만드는 과정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비록 그 과정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런 절차를 밟아가는 게 민주정치죠. 

이런 시국선언이 난무한다는 건, 현 정부의 움직임이 마땅치 않다는 국민이 많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다만 시국선언의 형태가, 또 거기에서 나오는 발언이 과격할 수는 있지만 결국 권력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개혁 과제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국민을 설득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건 개혁의 동력 측면에서도 지속가능한 해법이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 원동일 신부가 이런 얘기도 했습니다. 정치는 전쟁이 아니다, 한쪽 편이 죽어야 끝나는 전쟁이 아니다. 오히려 스포츠에 가깝다, 공정과 상식의 룰을 가지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그런 것이다. 라고 했습니다. 이 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목소리 높이는 이유가 담겨있는 말이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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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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