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장관이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 재조사를 지시했습니다.
국방부는 오늘(9일)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이같이 밝혔습니다.
국방부는 “국방부의 검토결과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결과에는 당사자들의 과실이 나열돼 있으나, 과실과 사망 간에 직접적이고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어 범죄 혐의 인정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중대한 군기 위반행위로 수사단장이 보직행임된 해병대 수사단이 사망사건 및 이첩업무를 계속하기에는 제한 사항이 있다”며 “이런 점들을 고려해 국방부장관은 이 사건을 오늘부로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고 법령에 따라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부연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방부의 “불성실한 업무협조” 또는 “시간 끌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애초 군에서 벌어진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권은 민간 경찰에 있습니다(2022년 7월 법개정).
때문에 국방부의 사건조사 및 조사결과는 향후 경찰 수사의 참고자료에 불과합니다.
이 사건에 대한 조사는 해병대 수사단이 했다고 해도 엄밀한 의미에서 ‘수사’가 아닌 ‘조사’일 뿐이고 이를 경찰에 이첩한다고 해도 ‘사건 이첩’이 아닌 부처간 ‘업무협조’입니다.
따라서 이런 저런 이유로 군에서 이 사건을 수사관할권이 있는 경찰로 넘기지 않고 붙잡고 있는 것은 ‘경찰에 업무협조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이거나 ‘최대한 시간 끌기’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거둬지지 않고 있습니다.
군법무관을 지낸 한 법조인은 “군이 경찰에 업무협조를 최대한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아주 참신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꼬면서 “경찰에 보통 사건 조사결과를 이첩할 때는 혐의자와 죄명을 명시해서 보내기도 하고 단순히 사실관계만 적어서 보내기도 한다. 그것이 경찰 수사에 무슨 영향을 주겠냐”고 반문했습니다.
한 경찰관계자도 "어차피 군에서 보내온 조사결과에 범죄혐의자와 죄목이 명시됐다 하더라도 경찰 수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진 못한다"며 "애초 사건의 수사권한이 없는 군의 수사단이 조사를 하고 관련 자료를 경찰에 보냈더라도 여러 이유로 증거능력이 날라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사건을 처음 조사한 해병대 수사단장과 국방부는 조사결과의 경찰 이첩을 두고 갈등을 빚었습니다.
해병대 수사단장은 조사결과를 지난달 30일 국방부장관에게 보고까지 마치고 장관의 결재를 받아 언론과 국회 브리핑 후 경북 경찰에 이첩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돌연 언론브리핑과 국회 보고가 취소 됐고, 국방부장관의 경찰 이첩 보류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조사결과를 검토한 결과 “특정인에 대한 범죄혐의까지 명시한 것은 향후 경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런대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이 지시를 따르지 않고 경북 경찰에 사건과 조사결과를 이첩해버렸습니다.
이에 박 대령은 보직해임 됐고,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입건 돼 군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경북경찰에 이첩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결과를 회수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군이 사단장 등 일부 지휘관들의 책임을 은폐하고 수사를 축소하려는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이에 국방부는 “사실이 아니”라는 부인만 계속 해왔습니다.
그리고 오늘(9) 국방부장관의 국방부 조사 본부로 이관 및 전면 재조사 지시가 이뤄진 것입니다.
한편, 보직해임 된 박 대령은 오늘(9일)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했다”면서 “수사결과 사단장 등 혐의자 8명의 업무상 과실을 확인했고,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내용을 해병대사령관과 해군참모총장, 국방부장관에게 직접 대면 보고했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이어 박 대령은 “국방부장관 보고 이후 경찰에 사건이첩 시까지 저는 그 누구로부터도 장관의 이첩 대기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며 “다만, 법무관리관의 개인의견과 (신범철)차관의 문자내용만 전달 받았을 뿐”이라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정의와 정직을 목숨처럼 생각하는 ‘해병대 정신’을 실천했을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