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PBC 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
○ 진행 : 김혜영 앵커
○ 출연 : 맹현균 기자
▷취재파일 시간입니다. 맹현균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① 文의 작심 비판, 대통령실의 반박
▷오늘 취재파일은 전현직 대통령들의 행보부터 짚어보겠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이재명 대표 병문안이 많이 주목됐는데요. 사실 서울에 올라온 목적은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잖아요?
▶한 부분 들어보겠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언제 그런 날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파탄 난 지금의 남북 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착잡하기 짝이 없습니다."
현 남북관계를 진단한 부분이었고요. 이어서 한 부분만 더 들어보겠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10.4 공동선언이라는 소중한 나무를 한 그루 심었는데, 사람들이 물을 주지 않아 나무가 시들고 있다고 탄식하는 말씀이었습니다."
▷남북 관계나 외교는 사실 대한민국 정부는 집권 세력이 어디든, 하나이기 때문에 연속성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말로 들리네요.
▶맞습니다. 제가 2018년 9·19 군사합의가 나오기 전에 11년 만에 남북 장성급이 만났던 회담, 현장에 있었습니다. 당시 북측 대표가 사진을 하나 가져왔어요. 소나무 사진이었는데, 그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심은 나무였습니다. 11년 동안 엄청 크게 자라있었던 사진을 들고왔습니다.
북한으로선 불만을 표현한 것이었어요. 잘 해보자고 하다가 정권이 바뀌면 태도가 돌변하는 것 아니냐, 이런 메시지를 전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물론 북한이 믿을 수 없는 행동들을 많이 하긴 했습니다. 외교라는 것은 상대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되지 않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북한은 자기들 마음에 안 들면 박차고 나가버리고 미사일 쏴 버리잖아요.
그럼에도, 북한도 처음엔 잘 해보려는 의지가 있었다는 점은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계속 싸울 순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현실은 9·19 군사합의를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오늘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섰는데요. 여기서 "9.19 남북군사합의를 한 지 5년이 지났지만 합의서는 우리만 지키는 반쪽짜리 합의가 되었고, 핵과 미사일 등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맞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이 군사합의를 어긴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은 우발적 충돌로 인한 사상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 당시 보수 언론도 공중, 지상, 해상의 적대행위 중단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어떤 적대행위를 하려면 기습공격이 아니라 먼저 군사합의를 들여다 봐야 했던 거죠.
북한의 군사합의 위반 건수는 작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17번입니다. 반대로 군사합의가 없던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북한의 도발은 237번에 달했습니다. 군사합의는 핵을 쏘지 않는다 이런 개념이라기 보다는 접경지역에서의 적대행위 금지 구역을 정한 것이었습니다. 이 수치만 봐도 접경지역에선 도발이 줄어들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효성이 떨어지더라도 북한과 맺은 합의서를 파기하지 않은 건, 군사합의뿐이 아니더라도요. 억지 효과가 있고, 추후에 다시 그걸 꺼내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정치적으로 봐도 당장 파기했다가 접경지역에서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해, 우리 군 장병의 사상이 발생하면 역풍이 훨씬 더 크지 않을까요.
▷군사합의 파기를 논의하기에 앞서 남북 소통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
▶바로 그 부분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각이기도 합니다. 기억을 돌려 보면 교황이 한반도에 관한 메시지를 굉장히 많이 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 직후에도 냈고, 기회가 될 때마다 한반도 평화를 얘기했죠.
교황이 평가한 부분은 남북이 문제를 다 해결했다는 게 아니라, 대화를 시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치인은 평화의 장인이 돼야 한다는 얘기도 한 것이었고요. 이번에도 성 김대건 신부 성상 축복식을 계기로 한국 순례단 300여 명과 만나는 자리가 있었는데요. 외신이 뽑은 교황의 주요 발언은, "한반도 평화의 꿈은 언제나 나의 생각과 기도 속에 있습니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성 김대건 신부 성상 축복식인데 이런 얘길 한 겁니다.
▷이번엔 현직 대통령의 이야기도 해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데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반박이 나왔네요?
▶그렇습니다. 문 전 대통령이 어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진 진보정부에서 안보 성적도, 경제 성적도 월등 좋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안보는 보수정부가 잘한다, 경제는 보수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거든요.
여기에 대해서 대통령실은 "굴종적으로, 겉으로 보이는 한산한 상황이 평화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정부 때 서해교전에서 우리가 싸워 이긴 장병들 옷을 벗기고 퇴진시키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고, 노무현 정부 때 제1차 핵실험이 발생했다"며 "문재인 정부 때는 핵과 미사일이 가속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현 정부는 대화의 기조보다는 힘에 의한 평화가 진정한 평화라는 점을 계속 고수하고 있습니다.
▷9·19 군사합의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인가요?
▶군사합의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보이면서도 당장 결정하진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오히려 군사합의 때문에 우리 군의 활동이 위축됐다는 시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합의를 잘 지킨다고 해도 북한은 어차피 없는 자산을 가동하지 않는 것이고, 우리는 열심히 해 오던 것을 중단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문제가 크다"며 "나중에 적절한 시점에 필요하다면 판단을 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군사 전문가들은 이런 설명을 하더라고요. 오히려 북한의 핵 위협이 고도화될 수록 군사합의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결국 북한의 핵 미사일이 고도화하면 위협이 커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럴수록 재래식 전력이라도 충돌을 막을 장치들이 필요하다는 거죠.
② 유엔총회 기조연설, 尹과 文 차이는?
▷윤 대통령의 뉴욕 행보도 살펴보겠습니다. 양자회담을 굉장히 많이 소화하고 있네요?
▶이틀째 일정까지 소화했는데요. 벌써 17개 국가와 양자 회담을 했습니다. 끝이 아니라 남은 기간 20여 개의 양자 회담이 추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이번 유엔총회 계기로 40개국과 양자 회담을 하는 것입니다.
▷굉장히 빡빡하네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결과가 11월에 투표로 결정됩니다. 막바지 총력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엔총회는 상당히 많은 국가가 참석하기 때문에 좋은 기회인 건 맞습니다.
윤 대통령은 부산 박람회가 지향하는 비전을 소개하고, 지지를 요청했습니다.
경제 외교도 펼치고 있습니다. 수출뿐 아니라 기업의 해외진출, 해외기업의 국내 투자유치 등에 대해서도 양자 회담에서 다뤄지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기도 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논의가 있었습니다.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언제 진행됩니까?
▶우리 시간으로 내일 새벽 3시쯤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 유엔총회 일반토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에 나서는 겁니다.
일단 큰 주제를 짚어보면요. 국제사회의 도전 과제라고 할 수 있는 글로벌 격차 해소를 위한 우리의 적극적인 기여 의지를 강조할 예정입니다. 개발에서도 각 나라별 격차가 있고요. 기후 문제도 그렇습니다. 또 디지털 격차도 대두되고 있는데요. 이런 격차가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더욱 두드러졌거든요.
예를 들어, 기후 문제는 선진국은 이미 개발이 끝나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아직 개발도상국 등은 선진국들이 다 오염시킨 것 아니냐, 이런 얘기를 하고요. 우크라이나 전쟁도, 단순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싸움이 아니라 이 전쟁으로 가난한 국가들이 더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됐거든요. 공급망 문제 등을 겪으면서요. 그런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디지털 격차는 윤 대통령이 작년 유엔총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제기하고 발전시킨 이슈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 이런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관심사죠.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거래, 이것에 대한 불법성과 위험성을 국제사회에 환기하고, 단합된 대응을 촉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거래, 실질적으로 막을 방법이 있을까요?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될 수 있을까요?
▶대통령실은 제재 리스트를 추려보고, 실효적인 행동을 고려해 동맹 우방국과 협의 중이라는 입장입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정상회담 전부터 군사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 얘기를 들어보면요. 이 문제는 사실 우리에게는 외교적인 사안입니다. 북-러의 군사적인 밀착을 막기 위해선 러시아를 향한 적극적인 외교가 필요한 것인데, 현 정부에서 한-러 관계가 악화했고, 그것은 북-러 관계의 심화를 불러왔다는 겁니다.
실효적인 방안은 한국과 러시아가 풀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국제사회의 결의나 촉구가 부질 없다는 건 이미 입증됐으니, 유엔이 힘이 없다, 이런 얘기도 계속 나오지 않습니까. 교황도 그 부분을 지적한 적이 있고요.
또 러시아 입장에서도 북한과의 관계 만큼이나 우리와의 관계도 중요할 겁니다. 그 부분을 외교적으로 전혀 활용하지 않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극명한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네요.
▶맞습니다.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성경을 인용한 부분이 화제가 됐었는데요. '칼이 쟁기로 바뀌는 기적'이란 부분을 언급했죠. 칼을 들고 싸우는 전쟁보다, 평화 상태에선 그 무기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였죠. 그래서 평화가 경제다, 이런 얘기를 자주 했던 것이었습니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적어도 유엔총회 연설과 관련해선 둘 다 맞는 측면이 있습니다.
글로벌 중추 국가로 한국이 역할을 할 때가 됐다, 맞는 얘기죠.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성장했으니, 이제는 우리도 기여할 때가 됐다. 국가 위상으로 보나 실제 국력으로 보나 필요한 얘기입니다.
반대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국민이 위협을 느끼는데, 한반도 긴장 완화 만큼이 중요한 게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가 국방비를 줄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북한에 도발엔 단호히 대응하되 대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거죠.
두 가치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닌데, 이렇게 날을 서로 세우는 걸 보니 여기서도 외교 무대에서도 양극화된 한국 정치의 현실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