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달 히로시마에 있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공동으로 참배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이 이곳을 찾은 건 윤 대통령이 처음인데요.
당시 동포 피해자들은 감격스럽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국내 원폭 피해자들은 정부에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맹현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찾았습니다.
히로시마에 살고 있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이 이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참배에 앞서 동포 피해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박남주 할머니는 "이런 날을 맞이한 것에 몇 번이고 눈물이 맺혔다"며 "여기까지 살아왔구나라는 감회가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또 있었습니다.
국내에 거주 중인 14명의 원폭 피해자들입니다.
<심진태 /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
"비를 만들어 놨잖아 위령비를. 거기다 참배한다는데 얼마나 반갑습니까. 늦었지만 78년 만에 양 정상들이 참배한다는 게 고마워서."
하지만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일본에 방문하면서 대통령실과 외교부에 알렸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습니다.
결국 공동 참배와 간담회 일정에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심진태 /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
"우리가 같이 참여하면 나쁜 일입니까? 그럼 초대를 해줘야 되는 거 아닙니까. 연락을 해줘야 되고 그리고 갈 적에부터 우리가 다 간담회 한다는 소리 듣고 참여한다고 하고 갔는데도 지금까지도 답도 없는 거예요. 그게 무슨 장난이냐 이겁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일본에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준비하면서 합천에 있는 분들에 대해 인식을 잘 못했다"며 "따로 들여다보도록 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재외동포청 출범식에 참석해 다시 한 번 한국인 원폭 피해자를 언급했습니다.
"조만간 원폭 피해 동포들을 초청해 조금이나마 위안을 드리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거주 원폭 피해자들은 여전히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심진태 /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
"일본 가기 전에 한국 원폭 피해자부터 어떻게 살고 있는지 찾아보고 일본 가는 것도 원칙입니다. 뭐 시간적으로 없더라도 근데 늦었지만 해도 우리 원폭 피해자를 불러다가 우리 실상을 얘기도 한번 들어보는 게 대통령의 도리지요."
윤 대통령이 히로시마에서 동포 피해자들에게 전한 위로는 진정성 있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하지만 국내 피해자들은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CPBC 맹현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