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한영 어코드를 기반으로 이제 양국은 진정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난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어제(현지시간 21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영국 의회에서 연설하면서 "한·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양국 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비틀스, 퀸, 해리포터, 데이비드 베컴과 BTS, 블랭핑크, 오징어게임, 손흥민 등 두 나라를 상징하는 문화·예술·스포츠계 인사들을 언급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습니다.
영국 측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왕실 최고 수준의 예우를 다해 맞이했습니다.
■ 尹 "한-영, 세상 도전에 함께 응전해야"
윤 대통령은 "역동적인 창조의 역사를 써 내려온 한국과 영국이 긴밀히 연대해 세상의 많은 도전에 함께 응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말을 인용해 양국의 국제적 책임과 연대를 강조한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의회의 어머니인 영국 의회에 서게 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이어 과거 영국이 한국에 주었던 도움을 언급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유럽 국가 중에서 영국과 최초로 1883년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했다"며 스코틀랜드 출신 존 로스 선교사는 1887년에 최초로 신약성서를 한국어로 번역했고, 브리스톨 출신 어니스트 베델 기자는 1904년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하고, 한국 독립에 앞장섰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영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8만 명의 군대를 파병했고, 이들 중 천 명이 넘는 청년들이 알지도 못하는 먼 나라 국민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기억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임스 칸 중령이 이끄는 영국의 글로스터 1대대는 임진강 설마리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며 "영국군의 숭고한 희생은 한국인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양국의 미래 협력 방향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양국 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영 FTA 개선 협상을 개시해 공급망과 디지털 무역의 협력기반을 다져 나갈 것"이라며 "이번 국빈방문 계기에 체결하는 한영 어코드를 기반으로 이제 양국은 글로벌 전략 동반자로 다시 태어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영국이 긴밀히 연대해, 세상의 많은 도전에 함께 응전해 나가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평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기후위기 협력 등을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양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스포츠계 인사를 언급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영국이 비틀즈, 퀸, 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고 말하자 박수와 웃음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우리의 우정이 행복을 불러오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 바꿔주리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연설을 마무리했습니다.
■ 비틀즈와 BTS, 윤동주…국빈만찬서 소프트파워 강조
찰스 3세 영국 국왕 주최로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찰스 3세 국왕은 윤동주 시인의 시 '바람이 불어'를 영어로 언급했습니다. 찰스 3세 국왕은 만찬사를 통해 "한국이 어리둥절할 정도로 빠른 변화를 겪고 있는 그 와중에도 자아감을 보존하고 있음은 한국의 해방 직전에 불행히도 작고하신 시인 윤동주가 예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소프트파워는 국빈 만찬의 분위기를 한껏 띄웠습니다. 찰스 3세는 "영국에 대니 보일이 있다면 한국에는 봉준호가 있고, 제임스 본드에는 오징어 게임이 있으며 비틀즈의 ‘Let It Be’에는 BTS의 ‘Dynamite’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종대왕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찰스 3세는 "세종대왕의 뒤를 따라 완전히 새로운 알파벳을 만들어낼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글의 우수성을 강조한 대목입니다.
윤 대통령은 답사에서 "학창시절 비틀즈와 퀸, 엘튼 존에 열광했다"며 "지금 해리포터는 수많은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화답했습니다. 또 "한국의 BTS와 영국의 콜드플레이가 함께 부른 'My Universe'는 전 세계 청년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걸그룹 블랙핑크가 만찬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희생한 영국 장병들 덕분에 대한민국이 자유와 번영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 한국 대통령 맞이한 영국, 최고 수준 예우
영국 측은 최고 수준의 예우를 다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맞이했습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숙소로 찾아온 윌리엄 왕세자 부부의 영접을 받았고, 공식환영식이 열리는 호스가즈광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영국 측은 예포 41발을 발사하며 예우를 다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광장에서 찰스 3세 국왕과 함께 왕실 근위대를 사열했습니다. 의장대장은 한국어로 사열 준비 보고를 했으며, 군악대는 아리랑을 연주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까지 이동했습니다. 국왕 주최 오찬이 이어졌고, 오찬이 끝난 뒤에 찰스 3세는 버킹엄궁에 전시된 한국 관련 소장품을 윤 대통령 부부에게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한국전쟁 참전기념비로 이동해 왕실 대표로 나온 글로스터 공작과 함께 헌화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정전 7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영국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헌신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