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이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어제(7일) 공개된 KBS 특별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도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 사안을 정치 공작이라고 규정하면서도 국민이 우려하지 않도록 단호하게 처신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과 여당인 국민의힘의 관계, 지지율, 여소야대 국회, 거부권 등 정치권 현안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습니다.
특별 대담에서는 한일관계 개선, 한미동맹, 남북관계 등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서도 다뤄졌습니다.
■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논란에 "아쉽지만, 정치공작"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아쉽다면서도 정치 공작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제 아내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상황 때문에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되고 아쉬운 점은 있다"며 "국민들께서 오해하거나 불안해하시거나 걱정끼칠 일 없도록 분명하게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당은 이 사안을 정치공작이라고 하는데 동의하는지 묻자 윤 대통령은 "시계에다가 몰카까지 들고 와서 이런 걸 했기 때문에 공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선거 앞둔 시점에 1년 지나서 터뜨린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정치공작이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 안 하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은 비서실에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2부속실이 있었더라도 내치지 못해서 자꾸 오겠다고 하니까 사실상 통보하고 밀고 들어오는 건데 그걸 박절하게 막지 못하면 제2부속실이 있어서 만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이 논란과 관련해 김 여사와 부부싸움을 했는냐는 질문엔 "전혀 안 했다"라고 답했습니다.
■ "선거 지휘 공천 관여 없어"…영수회담엔 부정적
윤 대통령은 선거 지휘나 공천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선거 지휘라든지 공천이라든지 이런 데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고, 가까운 사이였지만 총선 끝나고 보자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한 위원장이 잘하고 있는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이나 당 대표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결국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사사로운 게 중요하지 않고, 그런 것을 앞세워 판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의 총선 출마와 관련해서도 공정하게 룰에 따라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특혜는 기대도 하지 말고 나 자신도 그런 것을 해줄 능력이 안된다, 공정하게 뛰라고 그렇게만 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30대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에 대해서는 경제적 영향이 있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전 세계 정상들을 봐도 지지율은 굉장히 들쭉날쭉하다"며 "전체적으로 당선 득표율 정도의 지지율까지 가기 위해서는 결국 손에 잡히는 체감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남과 관련해서는 "여야의 지도부끼리 여기에 대해 논의하고 그렇다고 한다면 정당 지도부들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영수회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을 나타냈습니다.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은 여당의 지도부를 대통령이 무시하는 그런 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곤란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거부권에 대한 입장도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이 행정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도 여야의 충분한 숙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 北, 비이성적 집단 재확인…대화 문은 열어둬
윤 대통령은 북한 정권이 비이성적 집단이라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성적 집단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계실까"라고 되물으며 "합리적 국가라고 하면 핵 개발을 위해서 경제를 파탄내면서까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 않은 세력들이기 때문에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을 가할 때도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결론을 낼 수도 있는 세력이란 걸 전제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등 북한과의 대화 추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윤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잘 해보려고 노력하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지금 돌이켜 봤을 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고 봐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정상회담이 정치적 국면 전환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선거 때부터 보여주기식 외교나 정치 일정은 안 하겠다고 국민들께 말씀드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남북 대화 추진을 위한 조건으로는 인도적 협력 관계를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양국의 실무자들 간 교류와 논의가 진행되면서 의제도 만들어놓고 거기에 대해 결과를 준비해 놓고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대화의 문은 열어뒀습니다. 윤 대통령은 "거부하지 않는다면 양측 실무자들간 소통과 논의가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