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쏟아진 폭우 많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오늘 오전까지 40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사고 사망자만 13명입니다.
일시적으로 대피한 분들도 많습니다. 만 명이 넘는 분들이 대피했고, 이 가운데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분들 5천 명이 넘습니다.
공공시설 피해도 있고요. 농경지가 유실되거나 매몰된 곳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비가 내리는 지역이 있고 또 모레까지 강한 비가 예상되고 있거든요.
내일 경기남부, 강원남부, 충청에 시간당 30~60mm의 비가 예상됩니다. 모레까지 넓혀서 보면 일부 지역에는 300mm 이상의 비가 더 내린다는 예보도 있습니다.
▷피해 복구가 한창인데, 비가 더 온다니 걱정이 큽니다. 비 언제 멈춥니까?
▶일단 오는 20일부터는 제주를 제외하면 전국에서 비가 잠시 멈추겠습니다. 하지만 22일부터 다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요약하면 19일까지는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이 있다. 그래서 20일과 21일 구조와 응급복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이다. 골든타임이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 주의하셔야 할 점이, 지금 비가 이미 많이 내려서 땅이 물기로 가득 찬 상태입니다. 그만큼 지반이 약해졌다고 볼 수 있는데요. 추가 인명피해나 시설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오송 지하차도 사고는 사실상 인재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어떻게 처리될까요?
▶맞습니다. 물론 비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오는 건 천재지변이지만, 충분히 예보가 된 상황이었고 또 신고까지 들어가 있었죠. 지하차도 긴급 통제가 필요하다는 신고까지 있었습니다. 만약 담당 공직자들이 미리 도로를 통제하는 등의 조치를 했다면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또 건설업체도 책임이 있을 수 있죠. 공사를 위해 쌓은 임시제방이 붕괴돼 짧은 시간에 물이 가득 찼으니까요. 이와 관련해서도 사전에 주민들의 우려가 있었습니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입니다. 실종자 수색을 먼저 하고, 수사본부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홍수 경보가 있었는데도 교통통제를 하지 않은 이유, 경위 등을 조사하고요. 제방 관리에 대해서도 소홀함이 없었는지 들여다 볼 전망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오늘 귀국했네요. 귀국 직후 중대본 회의 소집하고 현장 방문까지 했네요. 어떤 이야기 있었습니까?
▶윤 대통령, 오늘 오전 5시쯤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귀국하는 기내에서도 참모들과 호우 대책회의를 하면서 돌아왔고요. 귀국 직후인 오전 6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 비서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주재하고 8시 30분 자리를 정부서울청사로 옮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윤 대통령 발언 들어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비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이번 폭우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굉장히 무거운 표정으로 공무원들을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기후 변화 상황은 늘상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인식 다 뜯어고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공무원들을 향해 사무실에 앉아만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서 상황을 둘러보고 미리미리 대처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경북 예천 산사태 현장도 찾았네요?
▶그렇습니다. 산사태 현장을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은 듯 했습니다. 참모들에게 주변 상황을 잘 기록해 놓을 것을 지시하기도 했고요. 이어서 이재민 임시거주시설을 찾았는데요. 대피한 주민들을 만나서 "어이가 없다. 몇백 톤 바위가 굴러내려올 정도로 이런 것은 살면서 처음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부분 들어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저도 어이가 없습니다. 저는 해외에서 산사태 소식을 듣고 그냥 주택 뒤에 있는 그런 산들이 무너져 갖고 민가를 덮친 모양이다라고 이렇게만 생각했지, 몇백 톤 바위가 산에서 굴러내려 올 정도로 이런 것은 저도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봐 가지고, 얼마나 놀라셨겠습니까. 정부에서 다 복구해 드리고 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들으신 것처럼 주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예천에는 지난 6월말부터 20일 동안 사흘 빼고 계속 비가 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산이 물을 머금고 있었고, 주말에 4~500mm의 폭우가 쏟아지니까 산 전체가 무너진 겁니다. 이런 기후 현상을 두고 천재지변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젠 기후변화를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더 면밀히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톨릭 교회의 피해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안동교구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죠?
▶안동교구에서는 교우 인명 피해도 있었습니다. 지난 15일 새벽 산사태가 집을 덮치면서 춘양본당 신자 세레나 씨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집이 붕괴된 교우도 있습니다. 논과 밭, 과수원이 물에 잠기고 비닐하우스가 파손된 피해를 입은 신자들도 있습니다.
예천본당 신자들의 상황도 비슷한데요.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폭우와 산사태로 재산 피해가 다수 발생했습니다. 안동교구는 수해피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거든요. 수해 피해 2차 헌금 실시할 예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해 피해 중에도 귀국을 미루고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는 지적이 나오네요?
▶기존 계획은 15일 지난 토요일 귀국할 예정으로 알려졌는데, 긴급하게 계획이 변경됐습니다. 물론 우크라이나 방문 초청은 훨씬 전부터 젤렌스키 대통령이 요청했던 것이고요. 면밀한 검토를 거친 뒤에 이번에 폴란드를 방문했으니 이뤄진 것입니다. 그런데 전쟁 중인 국가를 간다는 게 간단하지 않았던 거죠. 경호 문제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기자들에게도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을 임박해서 알렸고, 보도 유예까지 철저히 요청을 했습니다. 심지어 사내에 알리지도 말고, 가족에게 연락하는 것도 주의해 달라는 당부를 했다고 해요. 아무래도 육로로 10시간 이상을 대통령이 이동해야 하니, 정보가 새어 나가면 안 되니까 그런 요청을 한 것입니다.
▷시점이 꼭 지금 갔어야 하느냐, 이런 비판 야당에서 나오는데 어떻게 봐야 합니까?
▶침략자인 러시아가 아닌, 피해를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연대하는 것 충분히 할 수 있는 결정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는 유럽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다시는 방문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국가 재난이 있을 때 정상외교를 포기하고 귀국한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5월 G7 정상회의가 일본에서 열렸죠. 그때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조기 귀국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발언도 과한 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서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으로 함께 싸워 나간다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거든요.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돕고, 전쟁 위기 상황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까지는 좋은데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으로 러시아와 맞서는 건 외교적인 언어로 봤을 때는 세련되지 못하다, 이런 지적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리투아니아에서 명품 쇼핑을 했다는 논란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비판의 지점은 정상외교가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영부인이 명품 쇼핑을 하는 것처럼 보였고, 이걸 이해할 국민이 얼마나 될 것인지 이 부분이고요. 또 가게 직원의 안내로 방문했다는 해명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당시 시점이 수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아니었지만, 집중호우가 계속될 것이란 예보가 나오고 있는 시점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대통령실은 무대응 원칙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이 논란은 야당의 의혹 제기가 아니라 리투아니아 현지 언론의 보도로 알려졌거든요. 국민들은 해명이 궁금한 건데, 대통령실은 지금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정쟁으로 몰고 갈 소지가 있다. 그래서 그냥 정쟁 소지 만들지 않는 게 낫겠다 이런 답변을 내놨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비가 더 온다는 건데요. 면밀히 점검해서 더는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없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