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44분. 길었습니다. 정확히는 43분 50초 정도인데요. 윤 대통령이 발언을 하면, 엄청 길게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 특징을 아주 잘 살릴 수 있는 무대였다는 생각이 들고요.
영어로 연설을 했는데, 상당히 많이 연습했다고 하더라고요. 발음도 그렇고 시선 처리도 그렇고 굉장히 준비가 된 연설이었다는 평가들이 나옵니다. 오히려 한국어 연설보다 좋다는 평까지 나옵니다.
주제는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이었습니다. 예상한 것처럼 자유를 상당히 많이 강조했고요. 44분 연설에서 자유가 46번 나왔으니까요. 1분에 한 번 얘기한 것입니다. 취임사 때보다 자유가 많이 나왔습니다. 동맹이란 단어는 27번, 민주주의도 18번 언급했습니다.
박수는 60번 나왔고요. 그 중에 기립박수가 26번이었습니다.
우리 대통령이 미 의회에서 연설한 것은 이번이 7번째고요.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10년 만의 연설입니다.
▷내용도 살펴보겠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태동한 한미동맹의 출범과정을 짚었고요. 6·25전쟁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면서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참전용사인 고 윌리엄 웨버 대령의 손녀가 자리에 함께하고 있었거든요. 데인 웨버 씨를 부르면서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달라고 요청했거든요. 기립박수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오늘 이 자리에 웨버 대령의 손녀 데인 웨버(Dayne Weber) 씨를 모셨습니다. 어디 계신지 일어나 주시겠습니까?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
연설 초반에 인상 깊은 부분이었습니다. 그 다음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다, 이런 얘기 강조했고요. 부산이 피난민이 넘쳤던 도시에서 이제는 세계 2위 항만 도시가 됐고, 2030 엑스포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고 말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런 다음 경제 이야기로 이어졌는데, 이때 의원들의 박수소리가 유독 컸던 것 같네요.
▶텍사스주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조지아주에 설립 중인 현대차 공장, 미시간주에 있는 SK를 언급할 때 유독 소리가 컸습니다. 기립박수까지 나왔는데요. 미국 입장에서 상당히 고마운 거죠. 그렇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우리는 받은 게 무엇이냐, 라는 얘기까지 이어지는 것이겠죠.
윤 대통령은 이런 사례를 "모범 협력 사례"라면서 "호혜적 한미 경제협력이 곳곳에서 이어질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 우리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너네는 우리 기업에 불이익을 줘? 이런 메시지라고 봐야죠.
IRA나 반도체법 등 한국 기업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분량을 할애한 것도 눈에 띕니다.
▶일관된 메시지로 볼 수 있어요. 정상회담에서도 그렇고 상당히 강한 발언들이 북한을 향해서 나왔죠.
이번에는 남과 북을 극단적으로 비교하면서 연설을 이어갔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한 우리와 전체주의를 선택한 북한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북핵 위기에 대해서는 한미일 공조를 한 번 더 강조했습니다.
이런 강한 발언들이 나온 반면, 대화 이야기는 또 한 줄에 그쳤습니다. 담대한 구상을 언급하긴 했는데, 원론적 발언이었고요. 오히려 북한 인권에 대해서 지적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이 부분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어겼다는 이유로 무자비하게 총살당한 사례,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하고 유포했다고 공개 처형한 사례, 성경을 소지하고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공개 총살을 당한 사례 등 이루말할 수 없는 참혹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틀린 말은 한 건 아닙니다. 북한 인권 문제 실제로 심각합니다. 국제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거죠. 북한 주민들의 존엄성을 위해서 말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과연 북한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해보면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는 국가였다면, 진작에 인권 상황을 개선하려고 노력했겠죠.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이슈가 굉장히 뜨거울 때, 교황의 방북은 북한 인권 문제를 개선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거든요. 결국 대화, 개방 이런 접근이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윤 대통령의 언급은 참상은 잘 지적했지만, 해결 의지까지는 보이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 인권 문제는 대북 강경론의 명분이 되기도 했어요.
▶강주석 신부, 주교회의 민화위 총무입니다.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 오히려 진보가 아니라 보수가 목소리를 낸다는 인식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결국 중요한 건 진정성이라는 거에요. 진짜 북한 주민을 생각해서 얘기하는 인권이 아닌,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요원했다는 겁니다. 윤 대통령이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진정성이 있다면, 북한과의 대화 이런 점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는 얘기죠. 실제로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보수 정권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면 더 탄력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을 고립시킬 순 있지만, 진정한 북한 주민 인권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발언인가 짚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가짜뉴스를 언급한 부분도 있었죠?
▶네. 자유민주주의가 '허위 선동', '거짓 정보'로 위협받고 있다는 애길 했습니다. 4·19 기념사에서 들었던 내용과 비슷하죠.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발언도 있었는데요. 러시아의 침공을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로 규정하면서 규탄했습니다. 다만 러시아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습니다.
애드리브를 섞어 연설에 나선 부분이 주목받기도 했어요. 백악관엔 BTS가 먼저 갔지만 미 의회에는 다행스럽게도 제가 먼저 왔다 고 말한 부분 애드리브였고요. 탑건 매버릭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미션 임파서블을 언급한 부분도 애드리브였습니다.
② 尹 펜타곤 방문, 워싱턴 선언 띄우기?
▷의회 연설 이후에 미국 국방부, 펜타곤을 방문하기도 했네요?
▶이 일정은 워싱턴 선언 띄우기 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영접을 나왔고요. 윤 대통령은 다시 한 번 '확장억제'를 강조했습니다. 특히 펜타곤 군지휘통제센터를 찾았는데, 한국 대통령이 군지휘통제센터를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실에서는 사실상 핵공유라고 했다가, 백악관이 핵공유 아니라고 정정하기도 했네요? 이건 어떻게 봐야 합니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워싱턴 선언을 두고 우리 국민이 사실상 핵을 공유하게 된 것과 같은 효과를 체감하게 될 거란 취지로 말했었죠.
여기에 여당인 국민의힘도 사실상 핵공유라고 자평했었죠. 그런데 미국 정부에서 "핵공유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약간 머쓱해진 상황입니다.
에드 케이건 백악관 NSC 동아시아 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이 한국 특파원단 인터뷰를 했는데, 여기서 질문이 나왔었고 "직설적으로 말하겠다. 우리는 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라고 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겁니다.
▷확실히 온도차가 느껴집니다.
▶어찌됐든 워싱턴 선언을 성과로 더 띄워야 하는 입장이 있겠고요. 그런 차원에서 수사적인 표현을 대통령실 관계자가 쓴 거죠. 사실상 이라는 건 사실이 아니라는 말도 맞잖아요. 여기에다 미국 정부가 그건 아니야, 너무 나갔어, 이런 느낌입니다.
미국은 '핵공유'라는 단어 자체를 거부하는 거죠. 왜냐하면 핵무기 사용은 미 대통령만 보유한다, 이 입장이 명확하거든요. 사실상 핵공유라는 단어를 써 버리면, 우리나라에 핵 무기를 반입한다고 해석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원천 차단한 겁니다.
▷여기에 대해서 대통령실은 어떤 입장인가요?
▶이게 입장 차이는 아니고, 핵 공유는 아닌 게 맞다. 다만 어찌됐든 전략자산이 전개되고 보다 강해진 확장억제가 있으니, 그런 차원의 발언이다 이런 설명을 했습니다.
③ 3박4일 워싱턴 떠나 보스턴으로
▷윤 대통령, 다음 일정도 짚어보죠.
▶윤 대통령, 워싱턴DC를 떠나 보스턴에 도착했습니다. 떠날 때 바이든 대통령 부부로부터 사진첩 선물을 받았습니다. 3박 4일 여정이 담긴 사진첩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 내외분의 미국 방문은 저희에게도 진심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양국 간 그리고 우리들 사이 우정이 더욱 증진되길 고대한다"고 친필로 적은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미국 영빈관이죠. 블레어하우스를 떠나면서 방명록에 "정성스러운 환대에 감사합니다. 트루먼 대통령께서 70년 전 한국의 자유 수호를 위해 역사적 결단을 내리신 블레어하우스에서의 뜻깊은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윤 대통령은 현재 보스턴에 도착했고요. MIT 공대에서 디지털 바이오 분야 석학들과 대담하고,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참석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정책 연설을 합니다. 보스턴 일정을 마치고 현지시간 29일, 귀국길에 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