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 선거에 김남희(루치아)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전국여성위원장은 당내 여성 조직을 이끌며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와 여성 정치인 발굴·육성 등을 총괄하는 자리다.
김 의원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CPBC 취재진과 만나 "당내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고 2030 여성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 공동단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경찰의 부실 수사를 방지하기 위해 보완수사에 걸린 기간까지 수사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폭력 등 범죄 피해자의 반박 진술 기회를 보장하는 등 피해자 보호 강화 방안도 제시했다.
가톨릭 신자인 김 의원은 정치에 입문한 배경에 대해서도 "정치를 하게 된 밑바탕에는 결국 신앙의 힘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국여성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계기는.
"국회에서 성평등·여성 정책과 관련해 활동하면서 많은 여성들로부터 여성위원장 선거에 꼭 출마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 한 달 전쯤 한 여성 당원이 의원실로 선물을 보내줬는데, 그중에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 있었다. 그 문구가 마음에 와 닿았다. 지금은 여성위원장으로서 역할이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어 출마를 결심했다."
-'성평등한 민주당'을 핵심 구호로 내세웠다. 당내에서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민주당 내 의원 상당수가 남성이다. 실질적으로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반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이나 당원은 절반이 여성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 유능한 여성들이 정치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직접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여성 시민들의 목소리도 당에 잘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여성 정치인 맞춤형 육성 프로그램 운영, 여성 공천 30% 현실화, 지역 여성위원회 활성화와 맞춤형 지원 확대, 2030 여성을 위한 특별기구 신설 등을 공약에 담았다. 2030 세대에서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여성이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 실제 민주당 청년위원회나 대학생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남성이 더 많다. 청년 여성들이 자부심을 갖고 민주당 활동에 참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청년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함께 활동할 수 있는 특별기구를 만들어 지원하는 것이 주요 공약 중 하나다."
-2030 여성들의 민주당 이탈 원인을 어떻게 보고 있나.
"민주당 내 정치인들이 청년 여성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그에 호응하지 못한 것도 분명한 원인이다. 최근 검찰 보안수사권 폐지 문제와 형사사법체계 개편 과정에서도 청년 여성들은 일상에서 겪는 여러 위협과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이 겪는 성폭력·교제폭력 등 폭력범죄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이런 목소리가 민주당 내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실망 때문에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접거나 지지를 계속할지 고민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으로 활동하며 성평등 정책을 설계했다. 당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하면서 기능과 역할, 예산을 강화했다. 특히 여성 안전 문제와 관련해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예산을 확대하는 내용을 국정과제에 반영했다. 실제로 이 정부 출범 이후 디지털 성범죄가 많이 감소했다. 최근에는 교제폭력이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현행법상 교제폭력의 양상이 나타나더라도 폭행이나 협박에 이르지 않으면 처벌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무부와도 협의하고 있어 조만간 법안을 통과시켜 피해자들을 폭넓게 보호하는 제도를 만들어 가겠다. 이 역시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논의했던 내용이다."
-여가부를 성평등부로 확대 개편할 당시 여성 정책 정체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성평등부 확대 개편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던 분야다. 당시 여가부가 많은 공격을 받으면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 이에 여성단체들 사이에서도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해 기능과 위상을 정립해 달라는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 당시 인구부를 만들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여가부를 없애고 인구부로 개편하면 여성이 아이를 낳는 도구처럼 인식될 수 있어서 그 방향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디지털 성범죄 감소 등의 성과가 있었지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당시 개편 방향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 공동단장을 맡고 있다. 성폭력·스토킹 등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해 어떤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나.
"아직 확정돼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크게 세 가지 방향이다. 피해자 보호 강화, 경찰 수사 역량 강화, 경찰에 대한 감시와 견제다. 최근 안산 주점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만취 상태에서 한 진술에 대해 경찰이 추가 조사를 하지 않는 등 수사가 미흡해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피해자 단체들로부터 수사가 지연되니까 오히려 수사를 너무 신속하게 끝내버리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피해자가 한 차례만 진술하고 추가 진술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피의자가 진술하면, 나중에 나온 피의자의 진술이 더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런 경우 피해자에게 다시 반박할 수 있는 진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그래서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피해자의 반박 기회를 보장하는 내용을 개선 방안에 담았다. 피해자들이 사건 기록을 충분히 열람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관련 내용을 포함하려고 한다."
-경찰 수사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어떻게 강화할 계획인가.
"과거에는 경찰이 수사를 마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 송치하기까지 걸린 기간만 경찰의 수사 기간으로 산정했다. 이 때문에 부실한 수사로 보완수사가 필요해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경찰이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발생할 수 있었다. 따라서 보완수사에 걸린 기간까지 포함해 경찰의 수사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부실 수사를 방지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개선 방안에 담았다."
-가톨릭 신자로서 신앙이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세례명은 루치아다. 부모님이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셔서 유아세례를 받았고, 어릴 때부터 성당에 열심히 다녔다. 동대문성당에 다녔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본당에서 5·18 사진전을 열었다. 어린 마음에 굉장히 충격을 받았고, 국가폭력으로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없어야 하고, 이들을 돕는 것이 신자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시민단체에 들어가고 정치에 도전하게 된 것도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사람이 없어야 하고, 어려운 이들이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제가 정치를 하게 된 밑바탕에는 결국 가톨릭 신앙의 힘이 있었던 것 같다. 신자 여러분께 좋은 정치인, 가톨릭 정치인으로서 좋은 역할을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