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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 (65) 나보고 어쩌라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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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통해 마태오는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고 상대의 욕구가 충족되는 상황이 가장 좋은 대인관계의 해결책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이 해결책을 자신의 사건에 대입해 보는 과정에서 마태오는 제대회 자매가 잘못한 것을 바로잡아주고 싶은 자신의 욕구를 인식했다. 즉 마태오는 자매의 실수를 지적하고 잘못을 바로잡음으로써 자신의 욕구를 충족했던 것이다.

마태오는 자신의 욕구는 해결했지만, 그 순간 자매의 마음은 어떠했는지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었다. 사회적 민감성이 떨어지면 자신의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는 어떤 생각과 감정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 마태오는 바로 이 지점에서 대인관계의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사회적 감수성 훈련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려야 했다.

마태오가 경험한 사건을 다시 재구성해 보면 다음과 같다. 마태오는 제대의 촛대 수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간적으로 이것을 바로 잡아주고 싶은 욕구가 올라왔고, 동시에 이를 당연하고 정상적인 욕구로 인정했다. 하지만 상황을 바로잡고 싶은 욕구의 더 깊은 곳에는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 만일 자신의 욕구가 상황을 바로잡고 싶은 것이었다면, 자기가 제대 위에 촛대 하나씩을 빼며 “자매님~ 오늘은 주일이니까 촛대가 양편에 두 개씩이면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해주었을 수도 있다. 지적과 충고 대신 자기가 손수 봉사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자매가 직접 잘못을 인지하고 시정하도록 지적한 행동은 마치 선생님이 잘못을 저지른 학생을 가르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마태오는 의식적 차원에서 신학생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의식적인 말과 행동에서는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넘쳐흘렀다. 다만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물론 제대회 자매에게 잘못을 깨닫도록 지적한 행동의 이면에는 자매가 이 사건을 확실히 인지하고 다음부터는 실수하지 않도록 각인을 시켜주고 싶은 사랑의 의도(?)가 숨어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것은 자신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은 욕구의 하나로서, 역시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의 또 다른 표현방식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제대회 자매가 마태오에게 교육받고 싶은 욕구를 평소에 표현했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상대가 받을 마음이 없는데 주는 것이야말로 폭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묻지도 않는데 답을 주는 사람에게 끌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일 제대회 자매가 마음이 넓고 아량이 넘쳐 마태오의 지적을 오히려 고맙게 받아들여 주었다면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매는 분명히 이 사건으로 자존심이 상했던 것 같다. 신부님으로부터도 지적받고 싶지 않은 자존심을 신학생으로부터 손상을 받았다고 생각해 보자. 얼마나 분을 참지 못했으면 본당 신부님을 찾아가 하소연을 했을까 생각해 보니 그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마태오는 이 사건 외에도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타인을 제물로 삼는 여러 경우를 탐색하면서 사회적 민감성을 높이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다 보니 본당 신부님이 왜 자신에게 절차를 지키라고 말씀하셨는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마태오가 스스로 내면 통찰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본당 신부님이 할 수 있었던 유일한 말씀은 차라리 어떤 상황에도 나서지 말고 본당 신부님을 통하라는 훈시뿐이었을 것이다. 마태오는 점차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홀로 남겨져 울고 있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만나기 시작했다. 타인에 대한 분노가 사라지고 자신에 대한 연민이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치유를 향한 첫걸음이 분명해 보였다.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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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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