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가톨릭교회 구성원들의 인식은 높지만, 실천은 그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기후행동은 4일 출범 1주년을 맞아 1월 21~31일 실시한 ‘기후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는 전국 교구ㆍ수도회 구성원 3576명(평신도 2717명ㆍ수도자 619명ㆍ성직자 24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설문 결과 2021년 현재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99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또 기후위기 관련 용어도 11개 가운데 평균 5개 이상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높은 위기의식이 기후위기를 초래한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인식과 적극적인 개선활동으로는 이어지진 못했다. 평신도의 경우 98.8가 기후위기를 ‘심각 이상’으로 평가했지만,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개인 실천은 ‘용기ㆍ장바구니 사용’, ’플라스틱ㆍ일회용품 줄이기’ 등에 그쳤다. 이전부터 해온 일반적 수준이다. 개인 실천을 하지 못한 이유(복수응답)로는 ‘타성화된 습관(63.7)’과 ‘번거로움과 귀찮음(36.3)’, ‘참여와 실천방법을 잘 몰라서 실천하지 못한다(17.8)’가 많았다. 한편, 소속 본당의 실천에 대해서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0.3에 그쳤다. ‘말로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다(27.5)’, ’모르겠다(28.3)’와 비슷한 수준이다. 교구 실천에 관해선 본당과 비슷하되 ‘모르겠다’는 응답 비중이 39.4로 훨씬 컸다. 이에 가톨릭기후행동은 “기후위기 개선에 구조적으로 접근할 실천방법을 알려주고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신자 교육이 절실히 요구되고, 본당과 교구 차원에서 신자들과 함께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적극적인 교육과 실천을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수도자는 다른 구성원보다 기후인식과 실천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활동 한계점으로는 ‘구조ㆍ시스템 문제’와 ‘수도공동체 공동합의성’을 언급했다. 가톨릭기후행동은 이를 두고 “기후위기 대응이 개인 차원 실천으로 부족하며, 구조 차원에서의 개선과 공동체의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라고 분석했다.
성직자는 본당 사목을 통한 실천에서 ‘건물 에너지 효율 관리’와 ‘기후 및 생태영성교육면’에서 1/3만 실행한다고 응답했다. 소속 교구 대응 면에도 긍정적인 평가는 18.3에 그쳤다. 이에 가톨릭기후행동은 “교구 사회사목과 본당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고 있지 않다”고 봤다. 회칙 「찬미받으소서」에 관해서도 성직자 95.4가 내용은 알고 있으나 실제 사목에서는 ‘강론에 활용하는 것’ 외에는 거의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이번 설문 조사로 수도자를 제외한 교회 구성원 사이에서 가톨릭기후행동에 대한 인지도가 부족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평신도 79.2, 성직자 57.1가 가톨릭기후행동 활동에 대해 ‘알지 못한다’거나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가톨릭기후행동은 이번 설문 결과를 두고 “20년 전과 비교해 볼 때, 그 결실들이 기대만큼 흡족하지 않다”며 “절박한 생태적 위기 앞에 교회공동체의 전면적인 전환이 요구되며, 2년 차에 임하는 가톨릭기후행동 차원에서도 기후행동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앞으로 각 교구와 위원회를 넘어선 ‘통합성(Integrity)’을 바탕으로 영적ㆍ일상적ㆍ정책적 차원의 활동을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동안 단계적으로 계획, 실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