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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장 백종연 신부를 비롯한 가톨릭기후행동 회원들이 2일 팻말과 십자가를 들고 청계천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고 있다. |
가톨릭기후행동은 성금요일인 2일 ‘기후&생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봉헌했다. 광화문 금요기후행동 1주년을 겸한 이번 십자가의 길 기도는 광화문 교보빌딩 근처에서 시작해 청계천을 거쳐 명동대성당 앞까지 이어졌다. 이날 기도에 참여한 사제ㆍ수도자ㆍ평신도는 모두 70여 명. 이들은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한 가운데 십자가와 기후행동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약 1.8㎞ 거리를 걸었다. 그러면서 인류의 생태적 회심과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ㆍ정의로운 전환ㆍ군부 쿠데타로 고통받는 미얀마 국민ㆍ농민ㆍ비정규직 노동자ㆍ산업재해 피해자ㆍ기후 난민ㆍ이주노동자ㆍ멸종생물종ㆍ‘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준비하는 교회공동체 모든 구성원 등을 위해 기도했다.
이날 기도에 참여한 권오현(엘리사벳, 서울대교구 창동본당)씨는 “도심 속 십자가의 길 기도는 새로운 경험”이라며 “손주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도했다”고 밝혔다. 김춘심(스텔라, 서울 창4동본당)씨는 “바쁘단 핑계로 평소 자연을 소중히 하지 못했는데, 이번 기도를 바치면서 하느님과 우주 만물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앞으로 자연을 많이 사랑하고 살겠다”고 약속했다. 생태사도직 단체 ‘하늘땅물벗’ 하유경(아나스타시아, 서울 노량진본당) 일벗(총무)은 “기도하는 내내 예수님이 함께 걷고 계신다고 느꼈다”며 “주님께서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공동체를 위로해주시는 기분”이라고 했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는 동안 시민들 반응을 눈여겨본 이들도 있었다. 임효정(낸시, 살레시오회) 수녀는 “저희가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몇몇 시민들이 손에 든 일회용 컵을 숨기는 광경을 보았다”며 “다른 사람들의 환경 보호 인식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박요섭(요셉,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신학생은 “무관심한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제 모습을 투영하게 됐다”며 “그동안 의식과 관심이 부족했던 만큼 앞으로는 삶 안에서 예수님 가르침을 구체적으로 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임미정(살루스,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수녀는 “첫 시도치고는 괜찮게 진행된 것 같다”며 “이번을 계기로 이런 형태의 십자가의 길 기도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앞서 가톨릭기후행동은 지난 1년 여정을 돌아보고,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준비하기 위해 3월 27일 ‘줌(Zoom)’으로 제1차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정관도 제정했다. 임 수녀는 “가톨릭기후행동이 앞장서 기존 교회를 추동해 시너지를 내는 구조가 되면 좋겠다”며 “기후위기에 대한 절박함이 무척 큰 만큼, 어서 전 교회 공동체를 움직이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바랐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