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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정순규씨의 아들 석채씨를 비롯한 유가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사법부를 규탄하고, 검찰에 항소를 촉구하고 있다. 제공 정석채씨 |
2019년 10월 부산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경동건설 하청노동자 고 정순규(미카엘)씨 사건과 관련해 16일 부산지방법원이 1심에서 원청업체 경동건설 현장소장과 하청업체 제이엠건설 이사에게 각각 징역 6개월ㆍ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경동건설 안전 관리 책임자에게는 금고 4개월ㆍ집행유예 1년, 원ㆍ하청업체 법인에는 각각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에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2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법부를 규탄하고, 검찰에 항소를 촉구했다. 이들은 “앞서 검찰은 경동건설 현장소장과 제이엠건설 이사에게 각각 1년 6개월을 구형했다”며 “검찰 구형에도 한참 못 미치는 황당한 판결에 유족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재판부 판결은 사실상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2차 가해이자 기업 입장만을 수렴한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재판부와 사법부가 끊임없는 기업 살인의 공모자임을 자인하는 고백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산재 사고 최종 책임이 안전 관리 감독 주체인 기업에 있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아는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장 안전 관리 책임 부실이 명백히 드러난 사건임에도 재판부는 사실상 무죄나 다름없는 판결을 내렸다”며 “검찰이 어처구니없는 판결에 불복하고 즉각 항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유가족은 또 “단 몇만 원짜리 안전 그물망과 안전고리만 있었더라면 정씨는 죽지 않았다”고 소리 높였다. “사고 직후 고인이 일하던 현장의 비계 구조물을 건물 벽에 바싹 붙이고, 그제야 안전망을 설치한 경동건설의 조치가 이를 증명한다”며 “이전부터 충분한 안전 조치를 할 수 있었음에도 누군가 죽어 나갈 때까지 책임을 유기해왔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경동건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현장에서 안전 관리를 팽개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며 “이런 기업에 솜방망이 처벌 집행유예 판결은 ‘건설노동자 살인면허’나 다름없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법적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는 사법부에는 재발을 방지할 ‘책임’이 있다”며 “이런 판결이 지속한다면 노동자들은 지금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매일 죽어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고인의 아들 정석채(비오)씨는 “이렇게 사법부가 집행유예로 경동건설을 감싸니 해운대 경동건설 근린생활시설 신축 현장도 아버지 사건 때처럼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보란 듯이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비판했다. 정씨는 “18일 아침 일찍 현장에 가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왔다”며 “광주 건물 붕괴 참사가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똑같이 시민과 차량이 위험에 노출된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경동건설의 악행과 증거를 유족이 얼마나 더 찾아서 제출해야 하느냐”며 검찰에 항소를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ㆍ김일두씨와 고 이한빛 PD등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 유가족과 정의당 강은미(아가타) 의원 등도 동참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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