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동양의학에서는 모든 질병의 근본적 원인을 마음에서 찾았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으면 결국 질병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오늘날 말로 표현하면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란 말과도 같다. 어떤 사람들은 병의 원인을 정확히 모를 때 이 말을 쓰는 것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 하지만 현대의학이 발달한 오늘날 이것이 사실이라는 증거는 계속 드러나고 있다.
한때는 질병의 원인을 세균이나 바이러스처럼 외부에서 찾으려 노력했기에 현대의학이 발전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근에는 생명과학의 발달로 특정 질환이 유전자 변이를 통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결과 특정 유전자를 공격하여 질환을 유발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치료법이 개발되어 불치병과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런 외적인 병인론 역시 더 근원적으로는 내적인 마음의 상태에서 유발되고 촉발된다는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현대의학의 발전 결과는 인간이 측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원인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예전보다 더 미세한 영역에서의 병의 발달과정을 알게 되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즉, 특정 병변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가 언제 그리고 어떤 영향을 받아 시작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메커니즘은 또 다른 과제로 남게 되는 것이다.
“너희는 모두 내 말을 듣고 깨달아라.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마르 7,14) 예수님은 음식이 사람을 부패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 안에 나오는 각종 마음의 악으로부터 더럽혀진다고 말씀하신다. 즉, 마음에서 나오는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 등(마르 7, 22)이 사람에게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은 은유나 비유가 아닌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실제로 내면에서 이런 감정과 생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몸이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켜 신체적 질병이 발생한다. 한방에서는 부정적 감정들이 계속 쌓이게 되면 적취(積聚: 쌓여서 응어리지는 것)가 생긴다고 했는데, 이것이 바로 현대의 암을 의미한다. 부정적 감정과 생각은 암 외에도 신경성 위염, 과민성 대장염, 충수돌기염(맹장염), 갑상성 기능 항진증, 중풍, 당뇨병, 전립선염, 성기능장애를 일으킬 뿐 아니라 확실하게 노화를 촉진한다.
이처럼 감정의 변화는 신체에 영향을 주어 기와 혈의 순환을 막아 신체적 질병을 만들고 결국 정신과 영혼을 병들게 한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야 한다. 무조건 몸에 좋다는 건강식을 찾아 먹으면 정말 건강을 보장할 수 있을까? 누구도 이 질문에 그렇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건강과 장수에 비결이 되는 선약은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인류가 집단지성을 통해 발견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핵심적인 건강의 비결은 결국 외부가 아닌 내면에서 시작된다. 마치 몸의 병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면에 더 근원적 원인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건강도 외부에서 들어오는 약이나 음식에서 찾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바로 내면의 건강한 마음 상태가 건강의 핵심일 것이다.
그렇다면 앞에서 언급한 예수님 말씀을 한 번 뒤집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 몸 안에서 나와 사람을 깨끗하게 만들고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생각과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예수님은 이것을 인간에 대한 사랑의 마음으로 표현하셨다. 사실 현대의 영성생활이란 예수님이 제시한 이 ‘사랑’이란 용어를 오늘날의 의미로 재해석해서 적용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선현들은 이 사랑을 더 잘 실천하기 위한 마음 다스리기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다. 퇴계 이황 선생은 활인심방을 통해 어떤 마음을 잘 다스려야 신체적 건강과 영혼의 돌봄을 잘 이룰 수 있는지 알려준다. <계속>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