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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의 순례일기] (60)나만의 만족을 위해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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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순 시기,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자신을 성찰하며 살아간다면 더욱 기쁜 마음으로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이탈리아 토리노의 성 요한 주교좌 성당에 있는 성의(聖衣) 앞에서 기도하는 순례자들.



사순 시기가 돌아온 만큼, 판공성사를 준비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깊은 성찰과 회개를 하고 하느님과 화해하며 신앙을 돌아보려는 마음이 들게 마련이지만,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테니 판공성사 대기 줄은 매일매일 늘어만 가지요.

제가 존경하는 신부님 한 분께서는 본당 판공성사를 준비하시는 동안 가능한 한 많은 손님 신부님을 초대하십니다. 서너 명의 신부님께서는 보통의 판공성사처럼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신자에게 성사를 베풀도록, 또 다른 서너 명의 신부님께서는 좀 더 긴 시간 동안 영적인 상담과 함께하는 성사를 베풀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신부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나는 사목자로 불림 받은 사람이니, 신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요구를 알아내려고 노력해. 한 가지 일을 하더라도 여러 가지 방법을 준비하려고 하지. 내 사목 방향의 기준은 우리 본당 모든 식구가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 그게 다야. 만약 우리 신자들이 새벽 4시 나 밤 10시에 주일 미사가 필요하다고 하면, 나는 두 번도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할 거야.”

신부님의 이런 노력 덕분인지, 본당에서 판공성사를 베풀 때면 영적 상담과 함께하는 긴 화해 성사를 원하는 분이 점점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해보겠습니다. 순례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대화를 많이 나누게 됩니다. 자신이 가진 어려움에 대해 같이 기도해주시길 청하시는 분도 계시고,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원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리고 흔치 않은 경우지만, 자신을 뽐내려고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이탈리아 순례 때의 일입니다. 한 형제님께서 첫날부터 제게 자주 이야기를 걸어오셨습니다. 처음에는 친근함의 표시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형제님은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그리고 그를 통해 얼마나 부를 쌓았는지를 드러내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분은 첫날부터 식사 때마다 모두를 위해 포도주를 구매하셨고, 또 휴게소에 들리면 아이스크림이나 커피를 잔뜩 사라면서 제게 100유로 지폐를 건네곤 하셨지요. 한 사람씩 돌아가며 마실 것을 나누는 경우는 많지만 이렇게 한 분이 계속 돈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며칠이 지나자 저를 포함해 여러 순례자가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형제님은 부담 갖지 말라는 말만 반복하셨습니다.

사실 다른 분들이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은 그런 행동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도 그것이 온전히 타인을 위한 선행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형제님은 식당에 모두가 앉고 나면 꼭 웨이터를 불러서 큰 소리로 “와인! 와인 쓰리 보틀. 굿 와인으로 줘!”라는, 영어도 아니고 한국말도 아닌 주문을 하면서 바로 돈을 꺼내 웨이터 손에 쥐여주었습니다. 버스가 휴게소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제게 돈을 주셨고요. 간혹 성물 판매소에 들르면 항상 제일 크고 비싼 성물을 사셨는데, “원래 이런 걸 하나씩 사줘야 해. 집에 똑같은 게 많지만, 뭐 내가 필요해서 사는 건가? 성물 파느라고 고생하는 수녀님들 용돈 드린다고 생각하는 거지” 하고 꼭 뒷말을 붙이셨습니다. 순례자들은 곧 형제님이 아프리카에 열 개의 우물을 팠다는 사실과 모 성당을 지을 때 엄청난 양의 성물을 봉헌했다는 사실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죠. 결국, 지도 신부님께서 강론 중에 “명색이 지도 신부인데 저도 포도주 한잔 대접해야죠. 게다가 저를 통해서 모두를 위해 써달라고 작은 성의를 주신 분들이 계십니다. 계속 한 분만 선행을 베풀어서야 되겠어요?”라고 말씀하신 후에야 순례단을 위한 형제님의 베풂(?)은 그치게 되었습니다.

형제님의 자랑(?)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졌습니다. 순례가 마무리되고 공항으로 이동하며 한 사람씩 짧은 소감을 이야기하는 시간, 형제님은 “이탈리아가 볼거리는 많았지만, 우리나라보다 잘 사는 나라라고 해서 기대하고 왔는데, 열흘 동안 제가 타는 차보다 좋은 차는 한 번도 못 봤네요. 길거리도 지저분하고…. 사람들이 게으른가 봐요. 저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고, 그래서인지 하느님께서 복을 주셨어요. 하느님께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라는 말씀을 하시며 순례를 마무리하셨습니다.

두 분의 차이는 단지 한 분은 신부님이고 다른 한 분은 평신도이기 때문에 생겨난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신앙인으로서, 또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진정으로 희생하는 마음을 가지고 성찰하며 살아간다면 다른 누구도 아닌 하느님께서 알아주시겠지요. 사순 시기,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지난 일 년의 기준을 다시 점검하고 다듬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김원창(미카엘, 가톨릭 성지순례 전문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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