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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21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성 분도 은혜의 뜰에서 산재 유가족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산업재해로 희생된 이들의 유가족을 위로하고 희생된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김시몬 신부)는 21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성분도 은혜의 뜰에서 산재로 희생된 이들의 유가족과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에 관해 이야기하고 희생된 이들을 위해 미사를 봉헌했다. 행사 주제는 산재 유가족 ‘곁으로’. 드라마 제작 현장의 장시간 노동과 부당한 업무 강요를 고발하며 세상을 떠난 고 이한빛(프란치스코) PD의 어머니 김혜영(사비나)씨,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은 고 정순규(미카엘)씨의 아들 정석채(비오)씨, 특성화고 재학 중 현장 실습을 나가 괴롭힘과 폭행, 협박으로 세상을 떠난 고 김동준군의 어머니 강석경씨를 비롯해 산재 유가족, 사제와 수도자, 신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김혜영씨는 “한빛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힘들지만,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왜?’ 라고 질문해 달라”며 “한빛을 통해서 청년의 절망을,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바랐다.
정석채씨는 “신앙이 있었고 또 교회가 함께 해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루카 12,2)라는 말씀처럼 언젠가는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약자들이 손을 뻗을 때 부디 잡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강석경씨는 “지금도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고 우리는 너무 아프고 힘들지만, 우리라도 외치지 않으면 저 같은 사람은 계속 나올 것”이라며 “오늘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이런 아픔을 잘 이야기해서 세상이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시몬 신부는 미사 강론을 통해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바꿀 수는 없지만 작은 힘이 모여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며 “세상은 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함께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곁에서 함께 하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된다”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다른 사람에게도 함께 하자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우리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대교구·인천교구·부산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17일 ‘경동건설 하청 노동자 고 정순규님의 항소심 재판,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이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들 위원회는 성명서에서 “노동자들은 신체와 정신적인 건강에 손상을 끼치지 않는 노동환경과 작업 과정을 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조건을 마련하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다름 아닌 사업주의 의무”라며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윤추구에 있다 하더라도 노동자의 생명과 그 가족의 행복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경동건설 하청 노동자 고 정순규님의 항소심 재판부에 촉구한다”며 “이성과 양심에 어긋나는 법과 그 집행은 정의로울 수 없으며 그것은 ‘더 이상 법이 아니라, 하나의 폭력행위’이다. 더욱 엄격하고 정확한 법의 잣대로 고인의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지 진실을 밝히는 정의로운 판결을 해주길 촉구한다”고 전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