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이행법 개정의 숨은 공로자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의 구본창 대표
낮 기온이 33℃에 육박했던 6월 21일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구 배드파더스, 이하 양해들)’의 회원 1명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인 ‘양육비 선지급제’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그의 곁에는 ‘양해들’을 운영하는 구본창 대표가 있었다. 회원의 노고를 응원하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왔다. 그는 한부모거나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가 아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을 자처할까? 그 이유를 들어봤다.
필리핀 코피노 아이들 만난 것이 계기
21년 경력의 대입 영어 강사였던 구 대표는 은퇴 후 자녀가 유학하고 있는 필리핀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코피노 가정을 만났다. 코피노는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다. 대부분의 코피노는 한국에 있는 아버지와 연락이 끊긴 채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 구 대표는 이들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었고 아버지를 찾아주기 위해 수소문했지만 쉽지 않았다. 가진 정보는 고작 이름과 사진뿐,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구 대표는 그들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얼굴을 공개한 코피노 아버지 68명 가운데 42명을 찾았다. 신상공개의 효과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한계는 여전했다. 아버지가 한국인이기에 국내에서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데, ‘양육비 의무를 이행하라’는 판결이 나와도 집행할 강제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양육비 이행법을 바꿔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한부모와 만날 수 있었죠.”
요즘 언론에서 구 대표의 얼굴이 많이 보인다. “가족은 TV에 제가 보이면 그냥 채널을 돌려요.”(웃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코피노를 돕기 시작했을 때 아내는 적극 지원했다. 그러나 이들의 양육비 소송이 진행되고 나서 일부 코피노 아버지가 필리핀 폭력배를 고용해 구 대표를 위협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구 대표는 몸 사리지 않았고, 한국에 와서도 코피노 아버지를 직접 찾아 나섰다. “찾아가면 일부는 일단 병부터 들어요. 저를 공격하려고요.”
양육비 미지급자의 폭행에 휘말린 경우만 30건, 이들의 신상을 공개해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28건의 고소를 당했다. 비난과 협박은 기본이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이쯤에서 관둘까?’ 하는 생각이 하루에 수십 번씩 든다. 그러나 최근 SNS로 사진 한 장과 메시지가 도착했다. 구 대표의 지원으로 양육비를 받아 밥을 먹고 있는 한 아이의 사진과 감사 인사였다. “에라 나보고 어떡하라고!” 그는 다시 총대를 멨다. “제가 없으면 코피노나 한부모 자녀는 밥을 굶어요. 배고픈 아이들이 눈에 밟혀 계속하는 거죠.”
구 대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혐의 6건에 대해 2020년 1월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지난해 12월 열린 항소심에서 벌금 1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하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나머지는 기소유예나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선고유예는 사실상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임에도 그는 항소했다. ‘양육비는 아이의 생존권이며 이를 받아내기 위해 하는 행동은 죄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법의 한계 넘기 위해선 많은 관심 필요
그의 이런 노력과 사람들의 관심에 지난해 7월 개정된 양육비 이행법이 시행됐다. “이제 감치명령을 받은 양육비 미지급자가 1년 이내 이행을 안 하면 형사 처분을 받게 됐어요. 엄연한 범죄로 보는 거죠.” 그는 “많은 이 덕분에 가능했다”면서도 “여전히 갈 길은 멀다”고 했다. 여전히 감치 판결을 받아야만 형사처분을 받는 등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비신자인 그는 “법의 한계를 없애는 데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며 “예수님께서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태 22,39)고 말씀하셨듯이 양육비를 못 받아 고통받는 아이들을 조금만 더 애정어리게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