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이행법 개정에도 미지급율은 72%, 피해 아동 수 100만 명 넘어
지난해 7월 양육비 이행법이 개정됐지만, 여성가족부가 전국 한부모가족 가구주 3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2021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결과 비양육부모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한 비율은 72.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양육비는 자녀를 18세까지 보호· 양육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다.
경상북도에 사는 김병창(가명, 53)씨는 2017년부터 두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다. 아내가 모든 재산을 가지고 집을 나갔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고, 둘째 아이는 우울증으로 인한 거식증으로 현재까지 병원에 다니고 있다. 카드빚만 2400만 원이 훌쩍 넘었다. 3년 후 김 씨의 아내는 이혼 재판에서 양육비 1000만 원을 김씨에게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과 함께 가압류 처분을 받았다. 가압류는 금전이나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채권에 대해 채무자가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집행은 못 하고 있다. 변호사나 법무사를 고용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빚 때문에 하루하루 만 원이 귀한 상황에서 법조인을 고용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이런 상황은 여느 한부모 가정이나 마찬가지다. 개정된 양육비 이행법은 양육비 미지급 부모 가운데 법원에서 감치명령을 받은 자에 한하여 운전면허 정지, 형사처분, 여권 무효화 등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단법인 양육비해결총연합회가 지난해 11월 16일부터 한 달간 한부모 211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해보니 양육비 미지급자의 60 이상이 위장전입이거나 주소지 불분명 상태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치명령에는 소송이 필요한데, 이런 이유로 소장 전달 자체가 안 되고 있다. 양육비 이행법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통계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양육비 선지급제’를 공약했지만, ‘110대 국정과제’에는 빠져있다.
더 이상 법에 호소할 수 없었던 김씨는 전 배우자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했지만, 사실적시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해 징역 1년을 구형,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마저도 검사가 항소했다. 처벌이 약하다는 게 그 이유다. 김씨는 “아무리 법을 다루는 사람이지만,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아이를 홀로 키우는 상황은 전혀 고려해주지 않는다”며 한부모가 설 곳 없는 사회에 탄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국내 한부모 가정은 153만여 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자녀가 18세 이하인 가구는 37만여 가구다. 이들은 양육비 지급이 더욱 시급하다. 한부모 자녀 중 양육비를 제대로 받은 수를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다. 다만 한부모 가구의 72가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고 하면 한 가구당 자녀수가 1명이라고만 해도 피해 자녀수는 100만 명이 훌쩍 넘는다. 양육비 미지급 피해 자녀 100만 시대, 한부모는 아이를 ‘잘 키우고 싶지만’, 당연히 받아야 할 양육비를 받는 것조차 ‘십자가의 길’이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