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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진의 토닥토닥] (35) 나이가 들어도 자식은 자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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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예진 회장



50대가 된 영훈씨는 여전히 어머니께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어머니는 외아들인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삶을 살아오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훈씨의 아버지는 늘 술에 취해 있었습니다. 그러니 생계와 육아 모두 어머니의 몫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시장에서 장사할 때 그 등에는 영훈씨가 업혀 있었습니다. 영훈씨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자 어머니는 학원비를 벌기 위해서 밤늦게까지 집에서 부업을 했습니다. 이런 어머니의 사랑과 보살핌 덕에 영훈씨는 대학에 가고 취직도 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영훈씨가 서른이 되던 해에 세상을 달리하셨습니다. 안타깝긴 했지만, 이제 좀 숨을 쉴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가 그동안 겪었던 희생과 고생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훈씨는 어머니가 여러모로 숙고해서 고른 여성과 결혼했습니다. 어머니는 어렵게 모은 돈으로 신혼집도 차려주셨습니다. 그러나 즐거운 신혼생활도 잠시, 자꾸 영훈씨 먹을 음식을 했다며 가져가라는 어머니의 말에 자주 어머니 댁에 가야 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집안의 대소사는 모두 영훈씨 어머니의 의견을 따라야 했습니다. 영훈씨에게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나, 영훈씨의 아내에게는 아니었습니다.

영훈씨의 아내는 부부가 함께 해결한 일도, 친정에 관한 일도, 남편 직장에 관한 일들도 시시콜콜 시어머니에게 매일 전화를 해 보고하는 남편이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남편은 어떤 사안에 바로 결정하는 일이 없이, 아주 사소한 것도 시어머니와 의견을 나눈 후에야 답을 했습니다. 자신은 딴 식구처럼 여겨졌습니다. “나는 뭐지? 왜 나와 결혼했지? 착하고 성실해 보이는 영훈씨가 좋았는데….” 막상 결혼하고 보니 그 착하고 성실함은 어머니를 향한 것일 뿐 자신과 두 사람이 함께 꾸릴 가정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3년, 결국 견디지 못한 아내의 요청으로 영훈씨는 이혼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이혼으로 어머니가 힘들어하시니 영훈씨는 내가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어머니와 살게 된 영훈씨는 홀로 계시는 어머니에겐 차라리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영훈씨가 참 흡족하면서도 부인도 자식도 없는 영훈씨가 안타까워 신경이 쓰입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부 관계는 단순히 시어머니와 며느리만의 관계로 끝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남편까지 포함한 삼자 관계로 남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지요. “기혼 여성의 결혼 만족도에 가장 영향을 주는 요인도 고부갈등 상황에서 남편의 역할”이라고 합니다.(리마리, 2002)

영훈씨 가정처럼 밀착된 모자 관계는 원만하지 않은 부부 관계나 부자 관계로 인해 발생합니다.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남편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아들에게 대한 의존도가 높고, 아들 입장에서는 아버지는 무섭고 두려운 존재이다 보니 어머니의 사랑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집안 공통의 고통이 모자의 상호의존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합니다. 외동아들이다 보니 어머니에겐 아들은 아들 이상의 역할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서로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고민을 늘 갖고 있습니다. 50대인 영훈씨의 삶은 여전히 어머니에게 종속되어 있습니다. 이건 과연 누구의 삶일까요? 행복하긴 한 걸까요? 그렇다면 이런 고착의 굴레는 어떻게 끊어내야 할까요? 다음번에 이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자신, 관계, 자녀 양육, 영성 등으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있으신 분은 메일(pa_julia@naver.com)로 사례를 보내주세요. ‘박예진의 토닥토닥’을 통해 조언해드리겠습니다.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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