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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 솜방망이 제재 개선돼야

18년간 양육비 못 받은 한부모, 양육비 미지급자 형사 고발, 미지급자에 대한 처벌 높여야,, 교회 “아동의 기본권 지키기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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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9일 서울 수서경찰서 앞에서 사단법인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이영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나쁜 부모’ 처음으로 형사 고발

“저 또한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결혼했습니다. 이혼하면서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엄마의 삶을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은 학비가 없어 대학을 포기했습니다. 이게 정의인가요?”

18년 동안 양육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한 한부모의 호소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일명 ‘나쁜 부모’ 2명이 10월 19일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처음으로 형사 고발됐다. 지난해 7월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감치명령 결정을 받고도 1년 안에 미지급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형사처벌할 수 있게 됐다.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이 중 한 명은 10년 넘게 1억 2000여만 원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에 따라 1호로 신상공개와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처분을 받았다. 다른 한 명은 두 아들에 대한 월 양육비 100만 원을 2018년부터 단 한 차례도 주지 않았지만, 강남에 거주하며 외제 차를 몰고 다니고 있다.



양육비 지급, 생명의 관점으로

과거에는 지급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던 양육비가 채무라는 인식을 넘어 형사처벌까지 가능해졌다. 단순한 금전적인 문제가 아닌 아동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학대 행위라는 의미다. 가톨릭교회는 오래전부터 가정과 생명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박정우 신부는 “교회에서 혼인은 사랑과 생명, 이 두 가지 요소를 제외하고 논할 수 없다”며 “혼인이라는 부부의 일치를 통해 창조되는 생명의 의미에는 부모가 그 생명을 낳아 성인이 될 때까지 온전히 양육해야 한다는 것 또한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한부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명을 지키고 책임진 행동에 대한 격려다. 박 신부는 “사회에서도 양육비 미지급이 아동 학대라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아직 많은 사람이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부모 모두가 양육하지 못하더라도 양육비는 아동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기 때문에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만 한다”고 당부했다. 여전히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제재 현실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명단공개, 운전면허정지, 출국금지, 최후의 수단인 형사처벌에는 모두 감치명령 결정이 전제돼 있지만, 이는 쉽지 않다. 양육비이행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종결 사건 기준 감치명령 신청 인용률은 평균 50를 웃돌지만 실제 집행률은 10에 불과했다. 감치명령은 사람의 신체를 구속하는 조치라 당사자의 주거지를 알 수 없거나 고의로 소장 수령을 거부할 때 당사자에게 소장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공달로 할 수 없다. 즉 직접 감치명령이 전달돼야 하지만, 양육비 미지급자가 ‘위장전입’이나 ‘주소지 불분명 상태’로 숨어버리면 그만이다. 사단법인 양육비해결총연합회(이하 양해연)가 지난해 11월 16일부터 한 달간 한부모 211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해보니 양육비 미지급자의 60 이상이 이와 같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해연 이영 대표는 “감치명령 결정을 받기 위해 양육자가 잠복하면서 양육비 미지급자의 실거주지를 찾아야 하는 실정”이라며 “이러다 보니 형사 고소는 감치 판결이 나고 1년 뒤지만, 실제로 이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최소 4년”이라고 토로했다. 겨우 감치명령이 인용되더라도 명단공개는 3년, 운전면허는 100일, 출국금지는 6개월이 최대다.

법무법인 디라이트 민승현 변호사는 “하나의 감치명령에 같은 제재를 여러 번 하는 건 어렵기 때문에 그 기간과 세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양육비 미지급은 가족 내의 갈등이 아닌 아동 복리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이를 위해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사회적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숭인의 양소영 변호사는 “아직 형사처벌에 고소 절차가 필요한 게 아쉽다”면서도 “이번 계기로 양육비 미지급자가 기소돼 처벌된다면 나쁜 부모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생명 책임 윤리 교육해야


아울러 박정우 신부는 신자들에게 “교회의 가르침을 듣기 좋은 말로 흘리지 말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비부부는 혼인성사 전 필수로 들어야 하는 혼인교육에서 생명에 대한 가르침을 반드시 기억하고, 부모는 자녀에게 올바른 생명책임 윤리를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모의 책임에 대한 의식이 교회에만 그치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데 힘을 보태 달라”고 당부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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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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